사실 저 분류 자체가 그렇게 딱 들어맞는 분류는 아닙니다.
라이트노벨은 장르라기보다는 일종의 대분류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판타지로 예를 들면 반지의 제왕 같은 하이판타지(진짜 판타지 세계의 신화적인 이야기를 다룬 소재. 국내 작품으로는 눈마새 같은 이영도 작가의 작품군이 그리 분류 가능)가 있는가 하면
해리포터 같은 어반판타지류의 작품(넓게 보면 홍정훈 작가가 이에 해당하지만 해리포터는 동화의 은유가 섞여 좀 더 아이들 친화적)도 있지만.
문피아나 카카오페이지에서 요즘 연재되는 판타지 웹소설이 반지의 제왕과 같은 판타지라고 뭉뚱그려 분류해버리면 의아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처럼.
같은 장르 내에서도 분류가 나뉘기 마련입니다.
라이트노벨도 마찬가지입니다.
라이트노벨은 판타지와 대비되는 또 다른 장르가 아닙니다.
라이트노벨 내에는 월야환담 같은 어반 판타지류의 작품이 있고 (나리타 료우고의 듀라라라!) 반지의 제왕 같은 신화적인 내용을 다룬 작품도 있습니다. (변방의 팔라딘)
흔히 러브코미디라고 부르는 하렘 소설도 물론 라이트노벨에 들어가 있지요.
보통 라이트노벨하면 여자캐릭터가 나와서 남자한테 앵기고 매달리는 내용이 전부가 아니느냐. 하는 편견은 대부분 그런 류의 장르가 일본의 오타쿠적 특성과 맞물려 히트하며 수많은 라이트노벨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즉 라이트노벨만 보고 그냥 하렘뽕빨럽코가 전부 아니냐는 소리는 최근 한국 판타지 소설 시장을 보고 어차피 한국 판소는 전부 스텟창 보고 레벨업만 해대는 갑질 소설 아니냐고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과 같죠.
라이트노벨의 시작은 분명 일본에서 출퇴근시간 지하철에서 읽기 편하게 가벼운 소설을 써보자 하는 기획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요즘 흥하고 있는 웹소설과 기원이 비슷합니다.)
그래서 라이트노벨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거지, 내용이 가벼워서 라이트노벨로 분류되는 건 아닙니다. 물론 웹소설들처럼 가벼운 내용일수록 빠르게 읽고 소비할 수 있기 때문에 가벼운 내용이 많은 사실입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메세지나 내용을 생각할 필요도 없이 전부 가볍게 써냈기에 라이트노벨이라는 말은 어폐가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리야의 하늘, UFO의 여름이라는 한때 히트쳤던 라이트노벨은 소년소녀의 성장을 엮어낸 문학적인 메세지를 다루고 있으며, 실제로 그 작가는 추후 일본 문학 작가로 데뷔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라이트노벨만의 특징이 없느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어렴풋이 다른 분들도 느끼다시피 라이트노벨은 서사보다 캐릭터에 중심을 두는 특징이 있습니다.
사실 서사학에서도 말하길 서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서사냐, 캐릭터냐 의견이 분분한 건 사실이지만.
예의 일본의 오타쿠적 특성과 맞물려 캐릭터를 좀 더 귀엽게(카와이), 매력적으로 그려내며 여러 속성을 부여하고 (츤데레) 주인공과 엮이게 만드는 인물들이 라이트노벨에 자주 등장하는 이유가 그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라이트노벨로 나왔음에도 이야기에 중점을 두는 소설을 보면 “라이트노벨 같지 않다.” 혹은 문피아에서 판타지로 연재되고 있음에도 캐릭터에 조금 분량을 투자하면(취룡 작가님의 발할라 사가처럼. 발키리들이 귀엽습니다) “왠지 라이트노벨스럽다.”는 감상들이 나오는 것입니다.
문피아에서 라이트노벨 같다. 는 말은 일종의 멸칭으로 쓰이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문피아의 5500자라는 한정된 지면의 특성상, 캐릭터 묘사나 서술에 분량을 할애할 수밖에 없는 라이트노벨적인 면모가 ‘죄악’으로 인식 되기 때문입니다.
히로인이나 캐릭터를 묘사하기보다, 주인공의 뛰어난 활약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문피아 소설에서 제일 바람직한 형태이기 때문이죠.
대충 이렇게 정리해보았습니다.
바로 아래에도 있지만, 문피아에서 소설을 보며 라이트노벨 같다. 아니다. 같은 식으로 편견을 가지고 결론 짓는 걸 보며 개인적으로 생각하던 글을 장문으로 남겨보았습니다.
물론 이 전부는 보편적인 이야기고 딱히 학문적인 근거가 있거나 한 이야기는 아니니, 가볍게 읽고 보아 넘겨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럼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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