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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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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ersonacon 윈드윙
작성
16.12.30 14:18
조회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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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 헤링이 8년 만에 복귀전을 치렀다. 중계화면 캡처


´텍사스 광마´ 히스 헤링(38·미국)은 프라이드를 추억하는 팬들에게 아련한 이름 중 하나다.

미르코 크로캅, 에밀리아넨코 표도르,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 등이 전성기를 보내던 ‘낭만의 시대’ 인물 중 한명이기 때문이다. 비록 주인공은 되지못하고 늘 정상급 강자의 존재를 알리던 희생양이 되기 일쑤였지만 만만치 않은 근성을 보여주며 핵심 조연으로서의 역할을 잘해냈다.

헤링은 타격, 레슬링, 주짓수 등 어느 한부분에서 확실한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으나 일정수준 이상으로 두루두루 해낼 수 있는 선수였다. 특히 맷집과 근성이 좋은지라 강력한 공격을 거푸 허용하면서도 버티어내는 끈질김이 인상적이었다. 크로캅, 표도르 등에게는 역부족을 드러내며 당했지만 이고르 보브찬친과 마크 커 등 동시대 강자들을 잠재워버리며 만만치 않은 정상권 문지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는 UFC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노게이라, 브록 레스너에게 패했으나 칙 콩고를 잡아내는 등 주어진 기회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잘 드러냈다.

‘광마’라는 닉네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창때 헤링의 파이팅 스타일은 터프하다 못해 난폭하기 그지없었다. 여러 가지 다양한 공격에 능한 편이지만 특히 상대를 자신이 감싸듯 누른 상태로 그라운드로 전환하게 되면 그때부터 이른바 '광마의 시간'을 벌였다. 잠시 고요를 가장했다 하더라도 그라운드 니 킥이 가능한 상황이 찾아오면 본격적인 광기를 발휘했다.

흥분을 억제하지 못하는 듯 한 표정으로 상대의 몸통과 안면 등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폭격해 들어가는 무릎차기는 그야말로 터프함 그 자체였다. 때문에 상위 클래스 파이터들도 그와의 대결에서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쉽게 방심을 풀지 못했다. 언제든 불의의 한방을 터트리며 경기를 뒤집을 저력을 갖춘 선수였기 때문이다.

헤링은 이른바 ‘키스사건’으로도 팬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사건은 ‘2005 K-1 다이너마이트’에서 터졌다. 당시 헤링은 나카오 요시히로(44·일본)와 경기를 가졌는데 아쉽게도 공이 울리기 전에 모든 상황이 끝나버렸다.

경기 시작 전 서로 마주보며 눈싸움을 벌이는 상황.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나카오가 끈적거리는 눈빛을 드러내더니 슬쩍 입술을 내밀어 헤링의 입에 키스를 하는 대형 사고를 쳐버렸다.

순간 당황한 눈빛을 보이던 헤링은 이내 분노에 사로잡혔고 광분한 주먹이 나카오의 안면을 향해 날아갔다. 무방비 상태에서 강력한 공격을 얻어맞은 나카오는 그대로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고 결국 경기는 그대로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

그날의 사건은 두고두고 '후폭풍'이 되어 두 사람을 따라다녔다. 당사자가 원했든 원치 않았든 간에 양 선수 이름에 키스라는 단어가 붙어버린 것인데 헤링은 ‘키스 헤링’으로, 요시히로는 나카오 '키스' 요시히로로 한참 동안 불리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그런 점에서 29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라이진 FF’ 연말 이벤트 무제한급 토너먼트 8강전은 헤링을 기억하는 팬들에게 아쉬움과 반가움을 동시에 안겨줬다. 당초 헤링은 여기에 참가할 계획이 없었다. 한때 UFC 헤비급 정상권에서 경쟁했던 쉐인 카윈(41·미국)이 아미르 알리아크바리(29·이란)와 격돌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카윈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대회를 살리기 위해 헤링이 대체선수로 긴급 투입됐다.

물론 노장이기는 하지만 헤링이 현역으로 계속 뛰었다면 크게 무리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헤링은 2008년 8월 UFC 87에서 레스너에게 판정패한 후 전장을 떠나있는 상태였다.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오랫동안 현역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했다. 그런 상황에서 2010년 세계레슬링선수권대회 96kg급 금메달 등 월드클래스 레슬러로 활동해온 신진 강호와의 승부는 가혹하게까지 느껴졌다.

아니라 다를까 헤링은 초반부터 거세게 밀렸다. 알리아크바리는 연거푸 헤링을 집어던지며 엄청난 힘과 레슬링 실력을 뽐냈고 이어서 쏟아지는 폭풍 파운딩 세례에 금세라도 경기는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헤링은 헤링이었다. 오랜 공백과 나이 탓에 신체능력에서는 형편없이 밀렸지만 특유의 근성을 바탕으로 알리아크바리의 맹공을 온몸으로 견디어냈다.

결국 위태로운 가운데 판정으로 경기를 끌고 가며 끝까지 버티어냈다. 알리아크바리는 3연속 1라운드 넉아웃 승리를 거두며 엄청난 기세를 자랑했지만 헤링을 완벽히 눕히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알리아크바리 전에서도 드러났다시피 헤링은 과거 한창때의 광마 모습은 더 이상 보여주기 힘들다. 헤링 본인도 파이터 생활 연장에 큰 미련이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서부의 무법자 콘셉트로 등장해 근성을 보여준 그의 모습은 올드 팬들에게 좋은 연말 선물이 되어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한편 헤링과 함께 프라이드 전성기를 이끌었던 크로캅은 난적 무하메드 ´킹모´ 라왈(35·미국)을 상대로 2라운드 1분 41초만에 왼손 어퍼컷에 이은 파운딩 연타로 TKO승을 거두며 일본 현지 팬들을 열광시켰다. 예전보다 기량이 현격하게 떨어진 상태인데다 상대 역시 상성에서 좋지 않은 레슬러 스타일이었지만 링의 특성을 잘 활용한 날카로운 타격으로 대어를 잡아낼 수 있었다. 

문피아독자 =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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