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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47 자전(紫電)
작성
16.12.31 01:49
조회
2,078

 이제는 식상한 클리셰입니다. 하지만 처음 나올 당시는 혁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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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1 정파가 정의롭던 무협.

 주인공은 정파의 인물로 사악한 적도와 싸워 이기는 게 무협 초창기 자주 나온 클리셰였습니다. 이때 구파일방, 오대세가 등 정파의 유명 문파들이 확립되기 시작한 때라 봅니다.


2. 위선자 정파의 시작.

 정의로운 정파에 지친 독자를 위해 작가들이 새로운 클리셰를 만들었다고 봅니다.

 정파의 주인공은 같은 정파에게 배신당하고 이 역경을 뛰어넘는 내용이 주를 이뤘습니다.

 최종 흑막이 정파의 누구누구다 라는 스토리도 이때 자주 나왔죠.


3. 사파, 마교가 정의로워 지기 시작.

 정파는 여전히 위선적 경향을 가지고, 어느 순간부터 사파 마교가 정의로워졌습니다. 아니, 사이하다, 마의 종교다라는 이름이 있으니 정의롭다는 말보다는 나쁜 녀석들에서 순수하게 힘을 추구하는 세력으로 바뀌기 시작했다가 맞겠습니다.


 현재 무협 클리셰는 이쯤에서 좀 지지부진한 경향을 보입니다. 사실 3의 경우도 거의 10년 전 거라 요즘 독자들은 왜 정파는 항상 위선적이냐고 비난하지만, 당시에는 꽤 신선하게 비튼 클리셰 중 하나입니다.


 그래도 요즘, 환생, 게임 시스템 등을 새롭게 무협에 접목시키는 작가님들도 나오고 오히려 옛 무협을 복원하려는 작가님들 등 여러 시도가 보이고 있어 근 시일 또 놀라운 클리셰로 무협이 다시 발돋움 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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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판타지는 무협보다 조금 갈래가 많습니다. 용사물, 영지물 등 대표적인 몇 개의 갈래에 이계 소환, 정령, 매직 아이템 등 여러 요소가 섞여 상당히 다채로움을 보였던 장르입니다. 무협이 실제 중국 배경 / 실제 존재했던 문파 차용(소림사, 무당파 등) 등으로 리얼리즘을 살려 강세를 보인 반면, 나중에 바로 그 점 때문에 조금 굳은 배경, 단조로움이란 단점을 얻은 데 비해 판타지는 그 다채로움을 살려 정말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 장르라 생각합니다.


여기서는 마왕용사물만 예를 들겠습니다.


80년대 마왕(절대악)

세계는 내 안에 복속되어야 한다.”

 

90년대 마왕()

보아라, 용자여. 이딴 세상을 지키겠다는 게냐?”

 

2000년대 마왕(필요악)

세상을 바꾸기 위해 난 마왕이란 오명을 쓰겠다!”

 

2010년대 마왕(히로인)

용사여, 아기를 만들자!”


 이 예를 보니 무척 흥미로운 점이 나타납니다.

 전체적으로 비교하면 결국 판타지도 무협과 동일한 양상으로 클리셰가 변했습니다.


 처음에는 절대적인 선악 기준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 한쪽이 먼저 변질되더니 나중에는 서로 역전합니다. 아마 무협은 2000년대 마왕 (필요악)에서 현재 정체중으로 과연 2010년대처럼 코믹물로 바뀔지 아니면 전혀 새로운 선택을 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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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판]


 현판은 최근 몇 년새 아주 대두를 보이는 장르입니다. 하지만 과거 꽤 인기가 있던 게임 소설을 현판의 갈래로 포함시킨다면 사실 그 역사는 결코 짧지 않습니다.


1. 과거의 현판

 과거 현판은 게임소설이 주로, 상당히 비주류의 조폭 소설들이 일부 존재.

 장르 소설은 선악 구조가 자주 사용됩니다. 그런데 현실에서 악을 뭘로 잡아야 할까요? 역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조폭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조폭들은 무협의 마교, 판타지의 마왕에 비하면 아무래도 인상이 부족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의 성공도 결국 부자가 되거나 하는 일차원적인 결과라 여러모로 흥미를 끌기 부족했다는 게 과거 현판물이 비주류가 될 수 밖에 없던 이유라 생각합니다.


2. 현판이 대세가 된 이유?

 역시 던전물, 즉 판타지계 몬스터가 현실에 등장하기 시작한 무렵부터라 생각합니다.

 이전 조폭만으로 맛이 밍밍했던 국에 확! MSG가 대량첨가된 게 그 이유입니다. 게다가 현실이 배경이다 보니 배경 설명이 상당량 생략됐고 덕분에 무협, 판타지에 비해 입문 난이도가 아주 낮아져 신규 독자 유입도 매우 많아졌습니다.

 또 현판물은 부패한 국가를 애둘러가 아닌 대놓고 욕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현실이 답답한 독자들에게 시원한 사이다를 줌으로서 또 한 층 인기를 얻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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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무협은...... / 요즘 판타지는...... / 요즘 현판은......


 슬슬(아니 꽤 오래전인가?) 정담에서 이런 말이 자주 나옵니다. 그 말은 또 슬슬 새로운 클리셰가 나올 시기라는 뜻이겠죠. 혹은 과거 회귀가 시작할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앞으로 더 정체가 지속될 수도 있겠죠.


 아무튼 간에 90년대 마왕부터 시작해 2000년/ 2010년 마왕을 경험해본 제 입장에서는 또 어떤 새로운  클리셰가 제 후두부를 강타할지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려 봅니다. 끝으로 많은 작가님들의 건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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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뭐, 정리한다고 정리해했지만, 저는 80년대는 경험해보지 못한 늦깍이에, 장르쪽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도 출판계 관계자도 아닌 관계로 틀린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아마 있겠죠.

 혹 그런 점 발견하시고 댓글 달아주시면 고맙습니다!^^



Comment ' 11

  • 작성자
    Lv.34 바람의책
    작성일
    16.12.31 02:30
    No. 1

    애 낳아달라는 마왕은 어느 작품인가요. 대세 클리세라 할 정도로 잘 나가고, 많은 작품이 나오나요?

    마왕이 여자인 작품은 마오유우 정도 봤고, 유명작은 나름 챙겨 본다고 본거 같은데 못 본거 같아서요.

    찬성: 0 | 반대: 2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적안왕
    작성일
    16.12.31 11:21
    No. 2

    http://bbs.ruliweb.com/family/212/board/300277/read/1714178
    의 댓글데....
    나무위키에서 해당 문구를 통해 들어가면 마오유우가 나오네요.
    "용사여, 아기를 만들자."
    라고 했는지 모르지만
    "나의 것이 되어라 용사여!"
    에 모에빔(....)을 쏴서 저렇게 된걸지도 모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적안왕
    작성일
    16.12.31 11:24
    No. 3

    마왕이 연인의 위치인 건 점차 증가하고 있는게 사실이라봐요.
    우리나라에서도 영웅&마왕&악당이라는 소설도 나온 적이 있고, 물건너에서는 꽤나 나오고 있는 걸로 알아요.(새여동생 마왕의 계약자, 알바뛰는 마왕님 등)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4 바람의책
    작성일
    16.12.31 18:07
    No. 4

    저는 마왕이 여자인 다른 작품이 없다고 말한적 없습니다만. \"애를 낳아달라고 하는\" 작품들이 있나 물어본거죠.그것도 유명한 작품들이 그래야 그런 내용들이 유행하게 된다 말이죠. 포인트가 달라요.

    마오유우 정도 밖에 안 읽어봤다고 해서 오해를 산 거 같은데, 읽어보는 거와 내용을 파악하는거와는 다릅니다. 저는 \"끝까지\" 안 읽어보는 작품이라도 유명하면 1, 2권 정도는 봐서 기본 세계관과 줄거리는 파악해봅니다. 그뒤로는 위키나 다른 수단으로 대략적인 내용은 알고요.

    그리고 알바뛰는 마왕님에서 마왕은 남자라죠 :) 용사가 여잡니다.

    찬성: 0 | 반대: 1

  • 답글
    작성자
    Lv.34 바람의책
    작성일
    16.12.31 18:15
    No. 5

    유명작의 기준에 대해서.
    물건너 나라에선 발행부수를 공개하고 있기에 파악이 쉬운 편입니다. 발행부수 상위권 정도 체크하면 되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2 산하련
    작성일
    16.12.31 08:16
    No. 6

    굳이분류하자면 쓰신대로 되겠습니다만...
    권선징악이란건 오래전부터 아어진거라 그것도 클리세라 할수 있을지...
    예를들자면 80년대초반 대부분의 무협은 정파주인공 위주였습니다. 가장 흔한 설정.
    그런데 1983년 발표된 야설록의 강호묵검혈풍영 의 경우
    사파 주인공이 등장하고 결국 사파가 무림일통하죠.
    하지만 주인공이 이상적으로 건설했던 사파제국 역시
    과거의 추잡한 비리 등에 벗어나지 못하자 막판에 주인공이 충격을 받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하신 클리세는 그 시기에 많이 유행했을지 몰라도
    오래전부터 있어왔다는 겁니다.

    찬성: 1 | 반대: 3

  • 답글
    작성자
    Lv.76 수란도
    작성일
    16.12.31 10:12
    No. 7

    클리셰라는게 어떤 소재가 반복적으로 쓰이는 것을 말하는데 하나의 예로만 그것이 클리셰로 쓰였다는것을 증명하기는 힘듭니다. 클리셰 변천사라는게 어떤 시기에 어떤 소재가 가장 많이 유행하고 쓰였냐라는 거죠.

    찬성: 1 | 반대: 1

  • 작성자
    Lv.42 바람의별
    작성일
    16.12.31 10:30
    No. 8

    최소한 한국에선 위 무협 클리셰가 시대순으로 많이 쓰여지기 보단 동시기에 같이 활용되었죠. 90년대에도 위선적인 정파는 많았고 주인공이 사파인 경우도 꽤 많았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20 그린데이
    작성일
    16.12.31 15:19
    No. 9

    클리셰 따위는 씹어먹는 소오강호!
    심지어 한참 전 세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아포카
    작성일
    17.01.01 01:17
    No. 10

    현판 부분 설명이 조금 아쉽습니다. 제가 판타지를 많이 접한 건 아니지만, 퇴마록으로 입문했습니다. 당시 퇴마물이나 현대 배경에 흡혈귀, 라이칸스로프 등이 나오는 소설도 꽤 있었고요. 이세계에서 용이 현대로 넘어와 깽판치는 류의 소설도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현판이라고 하지 않았겠지만, 지금 보면 현대판타지에 속하지 않을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탈퇴계정]
    작성일
    17.02.09 14:46
    No. 11

    재밌게 읽었어요 ㅋㅋㅋ
    잘 보고 갑니다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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