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국과 독일의 경기가 끝나면서 우리는 더더욱 혼란스럽고 어찌보면 '즐거운'어려움에 빠지게 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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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잘 싸웠다. 어떤 팀과 어떤 장소에서 싸우든 간에 국가 를 대표로 한 팀으로서 국민을 대신한 그 자체로 우리는 응원을 보내야 한다. 이운재서 부터 이동국에 이르기까지 본프레레는 순수 국내파 로서만 경기를 이끌었고 어찌되었건 보이는 결과로서는 만족할 만한 경기였다. 비록 전체 경기의 주도권과 볼 점유율에선 독일에 크게 뒤진 것은 사실이나 우리나라 또한 꽤 많은 날카로운 공격을 선보이며 완전하게 몰리는 경기는 아니였다는 평가다.
우리가 아시아예선서 파상적으로 공격을 퍼붓고도 비기거나 겨우 이겼던 것을 상기해 보면 오늘 경기를 얼마나 잘 풀어갔는가를 알 수 있다. 독일의 운 또한 따르지 않은 것은 사실이기는 하나 그 역시 스포츠에서는 변명으로 밖엔 들리지 않는 것이고 클린스만 역시 인정할 것이다.
우리나라 축구의 가장 큰 특징을 꼽자면 90년 중후반 부터 이어진 수비와 미드필더 간에 유기적인 움직임을 들 수 있다. 이것은 어찌보면 수년간 이어져 온 고질적인 공격수의 골결정력 부족을 심화 시켰다고 볼 수 있다.
즉, 몇년전부터 우리나라는 상대의 강하고 약함을 떠나 실점을 최소화 하는 끈질긴 수비력을 위주로 미드필드 플레이로 시간을 주로 보내면서 몇번의 찬스에서 1~2골 정도를 뽑아내는 경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경기중에 볼을 돌리는 시간이 많아지고 공격수는 간간히 오는 찬스 때문에 자꾸 생각이 많아지면서 성급한 플레이가 나오게 된다.
한국에는 공격수가 많다. 이것은 질적인 문제를 생각해 보게 되는데 과연 우리나라에는 세계에서도 통할 공격수가 몇이나 될까?? 안정환,설기현,조재진,박주영,이동국 등등 다른 어떤 포지션 보다 많다. 그 중에서도 오늘 멋진 골을 보여준 이동국 선수가 요즘은 적어도 본프레레에게서는 가장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듯 하다. 그래서 저번 몰디브전부터 오늘 독일 전까지 이동국을 반 이지메적으로 비난하는 팬들을 보고 한편으로는 답답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축구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어떤 한국의 공격수보다 이동국이 '지금까지는' 괜찮다고 본인은 생각한다.
축구의 핵심은 골이다. 그리고 그 골을 넣을 찬스를 가장 많이 만나는 공격수야 말로 축구의 꽃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더 이상 이동국 선수의 장단점을 거론하기에는 축구팬들이 너무나도 잘 알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동국의 대안이 안정환이나 박주영,설기현이 될 수는 없다. 그들 개개인의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몸싸움에 약하지만 공격수 치고는 태크니션을 어느정도 소유한 안정환이나 박주영 선수나 측면 돌파와 몸싸움에 능한 설기현이나 차두리 이천수 등과 이동국은 다르기 때문이다.
오늘 독일전에서 이동국은 본인에 대한 팬들을 의식해서인지 는 모르지만 어느때보다 파이팅 넘치고 활발한 수비가담을 보여줬다. 물론 이동국 선수는 화려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는 아니지만 적어도 현재까지 한국축구에서 같은 골찬스를 주면 그나마 가장 많이 넣을 수 있는 선수 중 한명이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그것은 찬스를 만들어 주는 선수가 없다는 것이다. 한두번의 크로스나 어쩡쩡한 문전 상황에서 얻어내는 게 현재 우리나라 축구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때문에 공격수를 길러내야 한다는 목소리 보다는 보다 창의적이고 능률적인 미드필더들을 더 길러내야 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아시아권에서는 반니스텔루이나 바티스투타와 같은 전형적인 공격수의 등장을 없다. 아니 어쩌면 안나타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호나우도와 같은 득점력과 기술을 동시에 갖고 있는 선수의 등장을 바라는 것 또한 옳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는 100번의 찬스에서 1~2골을 넣을 수 있는 공격수만 있으면 된다. 문제는 그 찬스의 '질'을 높이느냐에 있는 것이다. 한국축구의 고질적 문제는 골결정력이 아니라 과정의 완성부제에 있다. 그러한 면에서 이동국은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앞으로 갖춰 나갈 수 있는 충분한 25살의 청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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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들으면 말이 안돼는 소리 같지만,
유로2004에서 그리스에 카리스테야스 대신 앙리가 있었다면 그리스는 우승을 못했을 겁니다. 그리스의 팀 칼라에 카리스테야스가 더 잘 맞기 때문이죠.
앙리가 있었다면 팀 칼라에 적응을 못하던가, 느린 가운데 이루어지는 역습축구에 발을 맞추지 못하겠지요... 프랑스 국대에서 앙리가 큰 활약을 못 펼치는 것도 비슷한 이유... 그 팀에는 그 색깔에 맞는 선수가 필요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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