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모임이 있어서 약속장소로 가던 중에, 녀석들이 좀 늦을 것 같아서 근처 서점에 갔습니다.
동네 서점 치고는 꽤 대형 서점입니다. 신간란을 훑어보는데 [열네살]이라는 책을 보았습니다.
다나구치 지로라는 일본인이 그린 만화책이었습니다. 2권 짜리인데 잠깐 훑어보고는 그대로 사버렸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읽어보며 참 많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어느날 내가 잠시 잠이 들었다가 깨어보니, 14살 시절로 돌아가 있다면....나는 어떻게 할까.
언뜻 단순히 보면 타임슬립에 대한 유희처럼 보일지도 모르는 소재이지만, [열네살]은 그런 소재를 뛰어넘어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듭니다.
주인공은 정신은 45세의 어른이지만 몸은 14살의 중학생. 희미한 기억 속에 남아있던 이름들과 얼굴들이 어느날 현실처럼 내 앞에 나타났을 때.
다시 한 번 행복했던 시절을 살아보며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고 즐거워하기도 하지만...
그러나 이미 알고 있었던 아버지의 실종을 막지 못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주인공을 보면서,
결국은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네요.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친구들. 그 시절 거리. 풍경들.
비록 지금도 고교생 시절 친구들과 교제하고 있지만
만약 내가 과거로 돌아가 다시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 되고 그 때의 얼굴들을 다시 만난다면 어떤 기분일지...
교정으로 비추는 5월의 햇살과, 라일락의 향기. 그리고 꿈처럼 나를 들뜨게 하는 첫사랑 앞에서 다시 설 수 있을지. 그리고 그때의 실수들을 바로 잡을 수는 있을지.
가끔씩 미래의 장면을 꿈에서 보는 터라, 인간은 운명을 따라 걷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저로서는 여간 가슴이 저리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아직 안보신 분들은 정말 꼭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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