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펌-웰빙有感

작성자
Lv.55 [탈퇴계정]
작성
04.06.02 22:21
조회
311

#이야기 하나

역 앞에 며칠 전부터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가게가 있었다. 건축설계가 직업인지라 남들보다 눈 여겨 본 탓도 있었겠지만, 고급 치장재의 깔끔한 분위기에 자꾸만 눈이 가게 되었다. 무슨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도 들어오나 보다 했다. 공사는 하루가 다르게 진행되었고 어느 날 가게 앞에는 점포의 오픈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붙었다.

“올바른 식품의 선택, 웰빙 라이프의 시작입니다.”

어느덧 성대한 오픈식을 출근길에 보게 되었고, 그 날 저녁에는 부리나케 달려가 매장을 남들과 다른 눈높이로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실은 내부 인테리어에 더 관심이 있었으므로 마감재를 손으로 만져가며 이쪽저쪽 보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가격표에 내 눈을 의심했다.

“무농약 복숭아 2개 16,000원.”

# 이야기 둘

일본의 와세다대학교에는 유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다음 세대의 화학’이라는 교양과목이 있다. 이 과목이 인기가 있었던 것은 기말고사가 없다는 것과, 마지막 수업에는 교수님이 저녁을 산다는 것 때문이었다. 이번 학기에는 중국 학생들이 많아서 결국, 신주쿠 뒷골목의 중국식당에서 교수님과 약 10여 개 국에서 온 유학생들이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왁자지껄한 중국인, 기도하지 않은 고기는 먹을 수 없다며 채소만 먹던 아랍인, 나보다 젓가락질을 더 잘하던 미국인이 섞여 정신 없던 시간이 끝나가던 때에 놀라운 일을 보게 되었다. 돼지기름이 둥둥 떠있는 중국음식 찌꺼기를 교수님이 다 긁어 드시는 것이 아닌가!

“선생님 돼지기름은 건강에 좋지 않아요.” 하는 중국유학생의 질문에 대한 노교수의 답변은 간단했다.

“내 전공이 폐수 필터링인데, 아직 인체보다 더 훌륭한 정화장치를 개발하지 못했다. 먹고 소화시키면 비교적 정화하기 쉬운 물질로 변해서 나오니까 될 수 있으면 안 버리고 먹으려 한다.”

# 웰빙

먹고 살만 하면 나 자신에게 관심을 돌릴 여유가 생기는 것은 구태여 누구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쉽게 이해가 가는 말이다. ‘웰빙’은 갑자기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물질적 풍요에 자신의 행복을 중시하는 웰빙족은, 일단 먹고사는 게 해결된 여러 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자본주의적 실리와 보헤미안의 정신적 풍부를 즐긴다는 ‘보보스(Bobos)족’, 자신의 건강이 모든 선택의 중심인 일본의 ‘겐코우조쿠’ 등과 달리 우리의 웰빙은 어쩐지 밸런스가 깨어진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기껏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웰빙은 명품 추리닝 입고, 비싼 젠 센터에 가서 요가하고, 피트니스 센터에 가서 ‘몸짱’을 목표로 칼로리를 태우는 것이다. 이러한 혼돈 속에서 우리 소시민들이 겨우 얻어낼 수 있는 웰빙이란 패스트푸드 업소에 들어가도 약간의 돈을 더 지불하면 더 건강에 좋아 보이는 최소한의 ‘차악(差惡)’이라도 선택해야 마음이 놓이는 것이다. 그러니 웰빙문화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패스트푸드라도 웰빙을 구겨넣어야 안심이 되는 것이다.

‘행복한 삶’이라는 개인가치로부터 출발한 웰빙은 개인의 몸과마음에서 가정과 사회로 연결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런 개인문화가 기업문화로 이어지면서 우리시대 ‘기형적인 웰빙’으로 이어져 버렸다. 자신만을 생각하는 자기 배타적이고 기형적인 우리 사회의 웰빙을 보며 문득, 노 교수의 말 한 마디가 떠오른다.

“행복은 하드웨어(물질)로 되는게 아니고 소프트 웨어(마음)로 완성된다.”

by 정용진 (미디어몹)


Comment ' 4

  • 작성자
    가영이
    작성일
    04.06.02 22:23
    No. 1

    덩감...^^

    아무리 무농약 무공해 밥 묵고, 비싼 돈으로 운동해두..
    맘이 불편하면 웰빙이 아니져...ㅎㅎ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가영이
    작성일
    04.06.02 22:24
    No. 2

    ...헉, 지금 생각났는데.. 지금처럼 진짜 마음만 웰빙이어도
    큰일이겠다는...ㅡㅡ; (으윽... 배쌸이가 졉히녤? 걀걀걀..)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7 억우
    작성일
    04.06.02 22:26
    No. 3

    웰빙...
    우리나라에서의 웰빙의 정의는...
    "돈 떡칠해서 그럴싸하게 보이는 겉멋."
    으로 볼 수 있을 듯...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8 永世第一尊
    작성일
    04.06.02 23:13
    No. 4

    잘먹고 잘사는법아닌감...
    well + living인데 어떻게 해야 잘사는건지...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1270 지금 채팅방에서는 무슨 일이? +3 Personacon 금강 04.04.19 389
21269 연무지동에서는... +2 둔저 04.04.19 220
21268 반대의견이 많으니 금지가 타당할 듯... +12 Lv.42 절대삼검 04.04.19 476
21267 화합하는 세상을 기대하며.... +2 Lv.55 늑유혼 04.04.19 251
21266 여중생 휴대폰 배터리서 불나 +5 낙원 04.04.19 364
21265 내일부터 제5회 잉씨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가 열립니다. Lv.12 소매치기 04.04.19 296
21264 잠시 이별입니다 ! - 너무 너무 고맙습니다 !!!!! +16 Lv.80 남양군 04.04.19 605
21263 궁극의 연주!끝까지 들어보세요-(중복애교 잇힝~*) +6 Lv.15 千金笑묵혼 04.04.19 279
21262 [펌] ‘참된 보수’를 아십니까 +2 Lv.55 [탈퇴계정] 04.04.19 343
21261 플스2 재밌는 게임 추천좀~~ +8 Lv.16 梅花원조임 04.04.19 291
21260 5월 15일 작가 사인회 및 일일카페 자원봉사 지원에 관하... +2 Lv.1 별도 04.04.19 280
21259 노래 추천 받습니다아~^0^ +6 Lv.1 미르엘 04.04.19 251
21258 The Tide Is High - Blondie +4 리징이상훈 04.04.19 291
21257 [펌] 조선의 마지막 왕?(흥왕) 이우... +2 Lv.1 박정현 04.04.19 383
21256 생각을 적어주세요. +3 Lv.7 퀘스트 04.04.19 274
21255 공짜 너무 즐기지 맙시다 +5 천풍운 04.04.19 297
21254 몇번 읽어도 그때미다 새로운 무협소설들... +2 Lv.62 횡소천군 04.04.19 289
21253 추천 책! <강호를 건너 무협의 숲을 거닐다>(김영사) +4 Lv.1 mynameis 04.04.19 298
21252 [펌]댓글의 압박! +5 Lv.99 혈랑곡주 04.04.19 394
21251 개미 대 전쟁 - 중독성 +4 미소창고㉿ 04.04.19 367
21250 작가 사인회! 의 의문? +3 Lv.56 치우천왕 04.04.19 269
21249 허무주의? +3 Lv.1 마루한 04.04.19 299
21248 아직도 이벤트 중복 당첨자 있습니다. +2 Lv.12 천상유혼 04.04.19 275
21247 [자축] 25,000년 내공을 축기했습니다. +6 Personacon 검우(劒友) 04.04.19 258
21246 무협소설 추천 부탁합니다~ +3 Lv.1 여운휘 04.04.19 232
21245 라데츠키 행진곡..... 리징이상훈 04.04.19 192
21244 [펌] 나에게는 웃겼던 글.. +12 루카렐리 04.04.19 451
21243 오늘 기능사 발표일인데...! +3 Lv.17 억우 04.04.19 179
21242 [펌]강풀만화, 눈앞에서;;;(약간 19금적...) +4 Lv.18 永世第一尊 04.04.19 573
21241 공부하다가 정말 어이없는 기사를 보고 찾아와서 글씁니다. +21 Lv.1 칠월 04.04.18 670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