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공원에 들렀다가... 비둘기.

작성자
Lv.3 비진립
작성
04.04.12 21:30
조회
195

평화의 상징..

흰색의 전령사.

대홍수 속에서도 살아남은 억세게 운 좋은 노씨 할아버지가 망망대해에 이르러 '어

찌 살아가누.' 하고 탄식만 뱉을때 홀연히 잎사귀를 물고 날아와 길조로 추앙받기도

했으며, 모 액션영화 감독의 뽀대장면연출소재로 고정출연 중이기도 한 새(鳥).

비둘기.

근데 요즘 이녀석 옛날의 참새만큼이나 쪽수가 많이 늘어나 가히 보기싫은 작태를

자주 자아내 눈쌀을 찌푸리게 한답니다.

근처의 한적한 공원어림이면 마치 저글링 한부대처럼 옹기종기 모여있는 이 녀석들

은 이제 완벽히 거대도시의 생리에 적응해서 굳이 날지도 않고 하루종일 주변을 뒤

뚱거리며 돌아다니고 먹을거리를 찾는것에 소일하고 있는게 전부입니다. 사람이 다

가와도, 자전거가 달려와도 절대 날지 않으며 귀찮은듯 몇번의 폴짝거림 만으로 아

슬아슬 피해내곤 해 다칠까봐 노심초사하던 사람의 귓구멍에 연기가 나게 만들기도

하지요.

그야말로 '닭둘기' 란 별명이 딱 어울립니다.

녀석들의 하루 일과는 공원 모래사장 같은 곳에서 주제에 단장이랍시고 흙모래를 제

몸에 끼얹거나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잠을 못이겨 이른 오전의 낮은 햇살에 병든 닭

처럼 고개를 꾸벅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러다 슬슬 사람들이 모여들고 비어있던 벤치에 물주(?)들이 자리를 채우는 시간이

돌아오면 본격적으로 녀석들의 앵벌이도 시작되는 것입니다.

갈색바바리에 중절모를 쓴 중후한 인상의 노신사가 품 속을 뒤적이기라도 할 참이

면 이 작은 소악마들은 벌써 눈빛부터 달라져 어택명령을 받은 저글링부대처럼 뚱뚱

한 몸을 이끌고 뒤뚱뒤뚱 잘도 뛰어옵니다. 바로 여기에서 닭둘기란 별명이 창조된

것이지요. 개중에는 열량의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목숨의 위기에도 보이지 않았

던 새 본연의 모습으로 날아올라 선점을 잡는 녀석들도 있습니다.

순박한 노신사는 흐뭇한 모습을 지으시며 아낌없이 곡물을 쏟아내시지만 어느새 아

귀처럼 모여든 녀석들의 식탐으로 봉지는 그만 거덜이 나고, 마치 자신마저도 쪼아

댈듯한 놈들의 '구구~' 압박(정말 조여들듯 쫒아옵니다.)에 비로서야 깨닫습니다.

순백의 날개위로 도시의 검은 먼지가 물들었듯이, 생존을 위해 번식한 이놈들은 더

이상 과거의 그 이미지가 아닌 닭둘기의 삶을 선택했음을 말입니다...

하지만 저를 가장 경악케했던 비둘기의 모습은 따로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전날의 어느 생각없는 취객이 전봇대에 그려놓은 오..오토바이~~의

흔적과 그것을 또 옹기종기 모여서 쪼아먹고 있는 녀석들의 추악한 작태를 본 일입

니다. 실로 뒤통수를 망치로 맞은듯한 추..충격이었지요.

이제 도시의 주인은 바뀌였습니다. 빠른 기동력의 참새도, 패악한 기질의 까치도 도

시에 적응치 못하고 각자 시골과 산속으로 돌아간 지금, 맘먹고 세어보면 겁나는 쪽

수와 갈고닦은 생존력으로 도시의 숨통인 공원을 모두 장악한 조폭, 닭둘기.

언젠간 황소개구리 처럼 사람과 한바탕 전쟁을 치뤄야 될 듯 싶군요.

사람이 만들어낸 비틀린 현상의 창조물에 지나지 않지만 그것을 해결해야 하는것도

또 사람의 몫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Comment ' 3

  • 작성자
    Lv.1 史超
    작성일
    04.04.13 07:51
    No. 1

    푸하하하. 관찰력이 대단하시군요.
    우리 동네 공원에도 님이 말씀하신 꼭 그런 비둘기들이 떼지어
    몰려 다닙니다. 정말 도망가지도 않습니다.
    개중에 한 놈은 쫓아가며 쪼고, 다른 놈은 열심히 도망가는 모습도
    보입니다.
    할 일 없으면 공원 주변의 주택지붕에 올라가 모이는 뿌려주는 사람이
    나타나길 기다립니다. 그러다 쌀알이라도 던질라 치면 독수리처럼
    힘차게 날아오지요.
    그 모양이 정말 닭둘기 더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6 스칼렛2024
    작성일
    04.04.13 09:04
    No. 2

    닭비둘기 ㅡㅡ; 누군가는 날아다니는 쥐라고 말하던데요.
    쓰레기더미에서 쥐랑 같이 음식물을 열심히 먹고 있는걸 간혹 볼때도 있잖아요 ㅡㅡ;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용마
    작성일
    04.04.13 18:44
    No. 3

    ......쿨럭!;.......

    찬성: 0 | 반대: 0 삭제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1066 끔찍한 이라크...팔루자... +3 Lv.1 묘왕동주 04.04.13 325
21065 어제 내가 공부를 했는지 않했는지 나 자신도 모르것다;;; +5 Lv.18 永世第一尊 04.04.13 172
21064 전격 ! 알몸 공개! +11 리징이상훈 04.04.13 688
21063 크흐흑 료코사마 건강한사내아이출산. +8 Lv.1 속독 04.04.12 496
21062 X-Japan ~Forever Love~ AC버전이네요(퍼왔어용-) +3 Lv.15 千金笑묵혼 04.04.12 231
21061 한국 바둑의 악몽이 CSK배라면, 중국 바둑의 악몽은? +1 Lv.12 소매치기 04.04.12 409
21060 오늘의 수확물들 +1 둔저 04.04.12 262
21059 이제 투표일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3 Lv.12 무책임함장 04.04.12 176
21058 루젼이가 노래 추천좀 받겠습니다. ^^ +11 Lv.1 illusion 04.04.12 232
21057 mbc게임 티비에 조진행님께서 +7 Lv.1 한계령 04.04.12 648
21056 [삽] 강풀의 순정만화 ~ ~ ~ 두구두구둥 ~ Lv.1 [탈퇴계정] 04.04.12 350
» 공원에 들렀다가... 비둘기. +3 Lv.3 비진립 04.04.12 196
21054 미녀................ㅋㅋㅋ. +13 Lv.52 군림동네 04.04.12 493
21053 살이.... 넘 마니 쪄서...살기 힘들군요 +18 미소년전설 04.04.12 392
21052 호열지도..재밋네요. +7 Lv.1 공공의적 04.04.12 311
21051 질문이 있습니다 +3 Lv.1 화목 04.04.12 158
21050 {펍] 원자폭탄과 임계질량... +3 Lv.1 박정현 04.04.12 425
21049 학원에 12시 까지 남아야 한다니.. +6 Lv.16 뫼비우스 04.04.12 169
21048 처음으로 애니가 싫었다 한번읽어주세요~(자작개그) +4 Lv.1 마징가제투 04.04.12 286
21047 진산 마님을 진산마 님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ㅜ_ㅜ +7 Lv.12 천상유혼 04.04.12 447
21046 최근의 무협소설을 보면서... +5 Lv.1 풍운령 04.04.12 361
21045 100원의 행복 +4 Lv.55 하얀조약돌 04.04.12 251
21044 [펌]눈사람이 흘린 눈물 +1 미소창고㉿ 04.04.12 264
21043 이종격투기 동영상 많은 사이트 알고계신분 있습니까? +9 제세안 04.04.12 289
21042 멋지다. "복수는 나의 것" +9 Lv.60 횡소천군 04.04.12 560
21041 겨우 접속..... +4 Lv.55 魔君 04.04.12 255
21040 고 무림이란 곳이 있었군요. +2 Lv.1 공공의적 04.04.11 340
21039 너무 살벌해서...난감... +2 ▶◀幻士 04.04.11 391
21038 락 밴드 전국대회? +3 Lv.1 진운 04.04.11 223
21037 180˚ 회전 시켜도 변하지 않는 글자... +9 Lv.1 [탈퇴계정] 04.04.11 549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