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에 지리산을 탈 때였죠.
친구와 함게 갔는데..^ ^
하산길을 마현쪽으로 잡았습니다. 이쪽은 지리산 능선의 중간에서 북쪽으로 내려가는 곳이죠.
지리산, 만만히 볼 산이 아니랍니다. ^ ^
하산 시간만해도 꽤 되지요.
랜턴도 있고, 체력도 남았고 해서..야간산행하믄서 내려가서 민박에 가서 술이나 먹구 자믄 되겠다..머..이런 계산.
마현길을 내려오신 분은 혹 아시겠지만..길이 굉장...히 꼬불꼬불하답니다. ^ ^
한 두 시간 내려갔나..
이 친구가 좀 퍼지는 기색이 보이더군요.
그 때, 이미 어두컴컴..
저는 그 친구한테 산아래 하나 둘 켜지는 노오란 불빛을 가리켰습니다.
"봐! 얼마 안남았어. 힘내!"
조금 얼굴이 밝아지며 힘을 내더만요. ^ ^
그 때, 오른편에서 정말 정말 은빛 휘황한 달님이 구름을 뚫고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구름이 잔뜩 끼어있던 하늘에 뻥 천공이 뚤리더군요.
별님도 달님 주위에 무수히..^ ^
아아..정말 낭만적인 하산길이었지요.
전 신이 났습니다. 그런 하산길을 만나는 건 쉽지 않거든요. ^ ^
"봐! 별빛이 쏟아지는구만!"
지쳐 보이는 그 친구의 얼굴에도 미소가...
근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마현 길은 무쟈게 꼬불꼬불하답니다..-_-;
금방 내려갈 듯 보이는 그 거리가 실은 꼬불꼬불한 길이지요. (직선 길도 있습니다만, 야간산행으로 다리 풀린 친구 데려가기엔 무지 험한..-_-)
그후로 , 몇 번 인가의 불빛을 가리키며..지친 친구의 힘을 돋우기 위해..신독은..
"봐! 얼마 안남았어!" 를 되풀이...
얼마 후..또 다시 힘을 주기 위해 신독은 입을 열었습니다.
"봐! 얼마....,"
으득-!
돌연 이가는 소리가 났습니다. ;;
친구가 말하더군요.
"그만 좀 할래? 나, 그렇잖아두 힘..들..거던-!"
(아..물론 굉장히 유화시킨 말입니다..-_-;)
순간, 살기가 주위를 휘몰아쳤습니다.
이후로 두 시간..우리는 아무 말도 않고 걸었습니다.
아..쫌만 더 가믄 나오는 거 맞는디..-_-a
여러분..산행 가셔서..길 물을 때...
"정상까지 얼마나 가믄 되요?"
이런 거 묻지 마셔요..
거의 다 일케 대답해줍니다..
"좀만 더 가믄 되요. ^ ^"
(물론, 한참 더 가야 되죠..-_-..이상하게 산만 타믄 거리 감각이 시골 노인분들처럼 되기 때문에..-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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