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지문많아 재학생에게도 유리상위권 논술·면접·구술고 비중 커져
[조선일보 채성진, 김남인 기자]5일 대입 수능시험을 위해 고사장에 들어선 수험생들은 처음에는 긴장된 표정이었다. 하지만 1교시 언어영역 문제를 받아들면서 다소 안도하는 듯했다.
지난해보다 약간 쉽게 출제된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2교시 수리영역에서도 간혹 까다로운 복병이 숨어 있었지만 1번부터 7번까지는 교과서 예제 수준의 문제가 이어졌다.
3교시 과학탐구영역에서 좀 주춤했으나 마지막 교시 외국어와 제2외국어 영역까지 무난히 마친 수험생들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표정으로 교문을 빠져 나갔다.
입시 전문 기관들은 “이번 수능은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다소 쉬웠겠지만 중하위권 학생들에게는 큰 차이가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험생 반응
1교시 언어영역을 마친 재수생 이모(20)군은 “처음 접하는 색다른 유형의 문제는 없었다”며 “평소 350점 정도 나왔는데 몇 점 더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정수민(서울 계성여고 3)양은 “‘고향’ ‘외할머니의 뒤안 툇마루’ 등 시(詩) 지문은 문제집에서 봤던 익숙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2교시 수리영역이 끝난 뒤 송재훈(서울 단대부고 3)군은 “공식을 몰라도 머리로 추리해서 풀 수 있는 문제도 있었다”며 “340점대를 오르내리던 모의고사 점수보다 10점 정도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김기현(중앙고 3)군은 “학교 공부에서 기초만 알면 풀 수 있는 수준의 문제였다”며 “주관식이 객관식보다 훨씬 쉬웠다”고 전했다. 하지만 중하위권 수험생들은 “최근 모의고사보다 전체적으로 조금 어려웠다”며 “특히 뒷부분으로 갈수록 문제가 어려워 시간이 모자랐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은 3교시 사회탐구영역은 지난해보다 쉬웠지만 과학탐구영역에서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많이 나와 당황스러웠다는 반응을 보였다. 생물이 어려웠다는 의견도 많았다.
◆입시 전문가 분석
김용근 종로학원 평가실장은 “지난해에 비해 지문의 길이가 짧아지고 익숙한 교과서 지문이 나오는 등 평이한 출제였지만 비문학 지문 중 양자역학에 대한 부분이 특히 까다로웠고 일부 생소한 고전 지문이 나와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실장은 “난이도가 높은 3점짜리 교과 통합적 질문이 5개나 출제돼 실수 여부에 따라 의외의 복병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대성학원 이영덕 평가실장은 “수리영역 공통수학 부분에서 교과서 기본 공식만 알아도 풀 수 있는 문제가 많이 출제됐다”며 “인문계 수험생들은 점수 상승 폭이 크고 만점자도 상당수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자연계는 수리I·II가 어려워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성적 분포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김영일 중앙학원 원장은 “최고 난이도의 문제가 많지 않아 고득점 재수생보다 재학생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학 전략
입시 전문가들은 수능이 비교적 쉽게 출제됨에 따라 상위권에서는 수능 변별력이 약해져 논술 및 면접·구술고사의 영향력이 커지는 반면, 중위권 이하에서는 영역별 점수가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했다.
종로학원의 김용근 실장은 “상위권 수험생은 논술과 심층면접을 집중적으로 준비하고, 중하위권은 대학별 수능영역별 가중치를 잘 살펴 자신이 잘 본 영역에 가중치를 두는 대학을 골라 지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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