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배우는 중국 젊은이들
출처: 이은숙/베이징외대 한국어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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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와서 공부하는 한국의 유학생들이라면 모두 중국 학생들이
어떻게 영어공부를 하는지 잘 안다.
새벽부터 밖으로 나와 고성을 지르며 통째로 영어 문장을 외우는
그들의 학습 방식을 말이다.
어려운 중국문자 덕에 중국 학생들은 외우는데는 ‘귀신’들이다.
외우는 데 이골이 난 학생들은 영어도 이렇게 무조건 외워버린다.
덕분에 멀리서 들으면 개구리 우는 소리 같고 가까이서 들으면 항
의하는 것 같은 고성이 아침저녁으로 중국 대학의 하늘을 메우는
것이다.
내가 얼마 전에 교정을 산책하다가 소공원 의자에 앉아 그렇게 소
리를 지르는 학생을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소리가 소음()이 아닌 의미로 다가와서 나도 모르게 천천히
다가갔다.
아, 놀랍게도 그 학생은 내가 가르치는 한국어과 학생, 양설이었다.
그는 날마다 이렇게 나와서 공부를 한단다.
이번 학기에 강의실을 옮겨온 덕분에 내 숙소 근방에서 공부를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공부하는 학생은 양설만이 아니었다.
다른 한국어과 학생들도 곳곳에 앉아서 영어를 외우듯이 예의 그 개
구리 소리를 지르며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내가 한국어과 3, 4학년에게 원어민 교수로서 원어로 일반 과목
을 강의하는 것을 알아듣는 학생들이 신통하다는 생각만 했지
이렇게 한국어 책을 통째로 외우는 그들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개구리 소리로 한국어를 외워가며 공부하는 2학년 학생들,
어느 학과보다 높은 취직률에다 재학 중 남북한 유학의 좋은 학습 조건
을 구비한 ‘한국어과가 인기 캡’이라며 즐거워하는 4학년 학생들의
모습 위로 한국을 떠나겠다고 아우성치는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모습이
겹쳐졌다.
한국에서는 젊은이들이 이민을 가겠다고 하여 난리들인데, 여기 한국어
과 젊은이들은 젊음을 바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고, 한국어과 학생
말고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한국어를 배우러 한국문화원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런 마당에 한국의 젊은이들이여, 어디로 가려고 하는가?
기억해주기 바란다. 여기 한국어과 학생들의 인생과 희망은 다름 아닌
한국의 젊은이들 바로 그대들의 어깨 위에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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