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군 소원면 파도리 아랫말 붙돌네 작은집 큰아들"이 접니다.
중2 때, 시골 툇마루에서 처음 접한 무협이 "백골령"이었지요. 한문은 항상 40점이었던 제가 그로부터 한달 후 80점 또 한달 후 100점을 받았습니다. 89년 학력고사에 "청출어람 청어람"이 문제로 나왔을 때는 감개가 남다르기도 했지요. 작가의 정성이 담긴 무협은 다 좋더군요. 80년대의 "땜빵무협"은 너무 했지요. 이곳저곳서 끌어다가 닿지도 않는 내용의 기형아를 만들기도 했었구요. 요새는 어수룩한 과도기적 부산물인 환타지(순수한 환타지의 세계가 아니라 공상과학무협환타지를 말합니다)가 신경을 거슬리게 하더군요. 글쓴 아이들이 통신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점도 그렇구요.그런저런 이유로 진짜 제대로 된 글을 쓰시는 분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닌가 싶어 마음이 아픕니다. 물론 좋아하는 글들이 줄어드니까 화도 나지요.
"혈기린외전 3부"가 끝이 났습니다.
연재란을 보면서 하루하루 즐거웠는데 어제 오늘은 허탈함에 빈둥거렸습니다.
다음은 어디에서 이런 글장이를 또 만나려나 걱정했더니 여기에 다들 계셨군요.
반갑습니다. 부디 건필하시기를...
처음 고무림에 와서 설문조사에 참여하고 인사글을 남겼는데 게시판이 아니더군요.
새로 인사 올립니다.
그동안 여러분들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일하느라 지치고 금전에 목숨거는 사람들 보면서 조금씩 상처입어가던 가슴이 여기 와서 치유되기 시작했습니다.
구상만 하고 접어두었던 몇편의 글도 다시 이어나가고 있구요.
"비오는 날 쐬주 안주"라는 말을 들으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두어가지 적으렵니다.
요새 즐겨 먹는 "매운탕 칼국수 샤브샤브" - 이름도 거창하지요.
얼큰하게 양념한 육수에 썬 감자 약간, 각종 버섯을 푸짐하게 넣고 미나리도 담뿍. 끓기 시작하면 얇게 썬 등심을 3초간 담갔다가 꺼내서 향이 살아있는 미나리에 싸서 간장소스에 찍어 먹습니다. 구미에 따라 쪽파를 다지고 콜라나 사이다를 섞어 고추냉이를 풀면 쉽게 만들 수 있는 소스가 되지요. 권커니자커니 서너잔 순배가 돌면 등심은 떨어집니다. 꼭 비싸서 적게 준비한 것 같지만 그게 아니라 순서가 있기 때문이죠. 두번째는 잘 끓고 있는 국물에 칼국수를 쏟아냅니다. 집이라면 부족한 술 가지러 갖다오고 전문점이라면 "쐬주 일병 추가요!" 할 시간이죠. 3분이면 먹을 수가 있는데 쫄깃한 면도 면이지만 국물이 아주 끝내줍니다. 계속 끓이는데도 쫄지 않는 것을 보면 등심에서 육수가 나오고 칼국수 면발에서도 수분이 빠지나 봅니다. "캬!"소리를 연발해가며 잔과 수저를 들다 보면 어느새 면은 동나게 됩니다. 그럼 삼단계로 준비한 고슬고슬한 밥에 적당량 달걀을 풀고 파와 당근 등의 채소를 썰어넣은 볶음밥용 그릇을 매운탕에 뒤집습니다. 물론 바닥에 찰박거릴 정도의 국물과 약간의 건더기만 남겨야겠죠. 잘 말린 김도 찢어 넣고 참기름도 몇방울. 이리저리 뒤집어가며 잘 볶으면 느끼하지 않은 최강의 볶음밥이 됩니다. 원래 주당은 밥을 안주로 먹죠. 자리가 파하면 두시간은 족히 지났을 것이고 얼큰함과 포만감에 세상 부러운게 없을 겁니다.
위에서도 보셨겠지만 바닷가 촌놈이라서 사실은 육고기보다는 생선을 더 좋아합니다. 서울에서야 횟집에 가서 우럭이니 광어니 기운빠진 놈들은 먹지만, 그건 어쩔 수 없어서이고 가능하다면 바다로 가야죠. 물텀배기, 장득이, 삼식이, 망둥이 등 특이한 녀석들도 많고 쉽게 잡을 수 있는 놈들은 고르라면 아무래도 우럭쟁이나 놀래미가 만만합니다. 여름이라면 물에 잠긴 바위에 헤엄쳐서 자리잡고, 겨울에는 부둣가라도 괜찮습니다. 우리 고향은 아직 청정해역이라서 고기도 많으니까요. 손바닥보다 작은 치어는 놓아줘야지요. 그것도 끓여 먹으면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지만 큰아버지나 동네 어르신의 불호령이 무서우니까요. 사실은 치어도 다 사서 뿌리는 건데 그렇게 잡으면 안된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손바닥만한 놈들은 5분에 한마리 꼴로 잡을 수가 있습니다. 갯지렁이 담배갑보다 약간 큰박스 하나 사면 충분하구요. 잡은 놈들은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면 일단 목아래를 따서 창자를 꺼내고 지느러미를 쳐낸 다음(우럭쟁이는 작아도 등지느러미가 굉장히 쎕니다. 조심!) 비늘을 벗깁니다. 머리와 꼬리를 떼고는 통채로 썰어서 초장에 푸욱!(이렇게 먹는 걸 세꼬시라고 하죠) 캬-... 말이 필요없습니다. 드셔보신 분들은 침이 꿀떡꿀떡 넘어가실 겁니다.
항상 그렇게만 먹을 수 있다면 바랄 게 없지만 어디 그런가요. 다행히 우리 동네에는 재래시장이 있습니다. 제일 즐기는 안주꺼리는 뭐니뭐니해도 술국에 새우젓, 풋고추와 깍두기랍니다. 마음이 맞는 사람과 보글보글 떠 먹다가 "이모! 국물하고 들깨가루 좀 더 줘요!" 넉넉한 손길에 머리고기도 한접시 추가. 인생이란 그렇게 마시며 흘러가지요.
얘기하다가 보니 친구녀석들이 전화가 오네요. 추적추적 비 내리고 한해는 다 가고 있으니 그럴 만하죠. 저 갑니다. 만수무강하세요. "얘덜아. 쬠만 기다려라. 구로동 지포도 간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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