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라는 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대면하지 않고 익명으로 소통하는 게 익숙한 세상이다 보니 말의 어조나 표정을 알 수 없어 괜한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마음을 다치게도 되네요.
표면을 보면 의미를 간과하게 되고 의미를 찾으면 진의가 보이지 않게 되죠.
뭐, 세상은 만발한 꽃밭이 아니니까요.
고독과 독선, 존중과 경시를 구분하고 구별하는 것조차도 한편으론 무의미한 세상이 되어버린 것 같기도 합니다. 결국엔 자기 혐오, 그리고 타인 혐오가 되어버리고요. 절충을 찾는다면... 음, 제일 쉬운 대안은 방관, 무시, 체념, 포기가 되는 거려나요. 그리고 가장 어려운 대안은 자신을, 스스로를 존중하는 것이려나요...
사족이 길었네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 한편을 올려봅니다.
고독에 압사할 것 같을 때, 혹은 악의에 지쳤을 때, 쾌와 불쾌에 무감각해졌을 때 저에게 글에 대한 영감을 주고 몽환으로 숨을 돌리게도 해주는 가장 사랑하는 시입니다.
많은 분들이 잘 아시는 시지만 늦은 밤이기도 하고 또 가끔은 동화같은 몽환에 잠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요^^
모두 좋은 밤 되세요^^
도둑맞은 아이 - 예이츠
슬루 숲 우거진 바위투성이 언덕이
호수에 잠겨 있는 곳,
거기 나뭇잎 무성한 섬이 누워 있고
날개 퍼덕이는 황새가
조는 물쥐를 깨운다
우리는 딸기와 훔친 빨간 버찌가
가득 잠긴 요정의 술통을 거기 숨겨 두었다.
떠나자, 오 사람의 아이야!
요정의 손을 잡고,
호수로 황야로
세상은 네가 이해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울음으로 가득 차 있으니.
달빛의 물결이 침침한 잿빛 모래밭을
훤하게 비치는 곳,
머나먼 로시즈의 외떨어진 곳에서
우리는 밤새워 춤춘다.
오래된 춤을 엮으며,
손을 잡고 눈빛을 섞으며
달이 둥실 떠오를 때까지;
앞으로 뒤로 껑충 껑충 뛰며
우리는 공허한 거품을 쫓아다니다.
세상이 고난으로 가득하고
잠든 동안에도 근심이 떠나지 않는데.
떠나자, 오 사람의 아이야!
요정의 손을 잡고,
호수로 황야로
세상은 네가 이해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슬픔으로 가득 차 있으니.
글렌카아 호수 위쪽의 야산들에서
방황하는 물이 쏟아져 내리는 그 곳,
별 하나도 멱 감기 힘든
골풀 우거진 물웅덩이에서,
우리는 졸고 있는 송어를 찾아
그것들의 귀에 속삭이며
불안한 꿈을 꾸게 한다;
작은 실개울에
눈물 떨어뜨리는 고사리 밭에서
가만히 몸을 내밀며.
떠나자, 오 사람의 아이야!
요정의 손을 잡고,
호수로 황야로
세상은 네가 이해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눈물로 가득 차 있으니.
우리들과 함께 그는 가리라
진지한 눈을 한 아이는:
그는 더 이상 따뜻한 언덕에서 들려오는
송아지들의 나직한 울음이나
가슴에 평화를 불어넣는
화로 위 주전자의 노래는 듣지 못하리라,
혹은 갈색 생쥐가
귀리 상자 주변을 들락거리는 것을 못 보리라.
왜냐하면 사람의 아이, 그는 오니까,
요정과 손을 잡고,
호수로 황야로
그가 이해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슬픔이 가득한 세상을 떠나.
...하지만 정말 괴로울 땐 랭보 시를 씹어 먹는다는 건 함정...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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