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무협백과

무협에 관련된 지식백과



중세시대의 기사...

작성자
Lv.34 노경찬
작성
04.08.18 12:55
조회
1,924

이계깽판물 이라고 하나요?

너무나도 미화된 나이트 즉 기사에 대해 크레이지잼님의 글을 퍼왔습니다.

물론 소설에서는 100프로 사실을 쓰질 못합니다. 매력있지 못한 케릭이기에...

그래서 허구가 섞이고 재 해석이 섞인다고 생각합니다.

참고삼아 보세요,, 특히 판타지물을 쓰시는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합니다.

막나가는 판타지란 소리 듣지 않길 바라며.....

현실 속에서의 기사 : 빛나는 갑옷과 풍부한 냄새

"기사는 금으로 장식한 찬란한 갑옷을 입고 있었다. 한손에 쥔 방패에는 한그루의 싱싱한 떡갈나무가 뿌리채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스페인어로 '데스디차도' 라고 쓰여있었다. 이 말은 의절자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머리에 쓴 투구는 얼굴까지 가렸기 때문에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었으나, 몸집은 중키에 좀 야윈 편이었다. 그가 타고 있는 말은 갈기며 온 몸이 온통 하얀, 당당한 백마였다.

이 기사는 시합장을 가로질러 갈 때 왕제 존 앞에서 창을 낮추어 인사를 하였다. 또한 귀부인들에게도 정중한 인사를 보내었다. 그 태도는 당당하고 매우 기품이 있어, 구경꾼들의 시선은 온통 이 기사의 일거일동에 쏠렸다. "

                                    - 월터 스코트 경의 <아이반호> 중에서

이전의 판타지 소설들은 국내에 소개된 판타지 문화라고 할만한 것이 적었던 탓인지, 작가들은 게임을 기반으로 하여 쓰는 경우가 많았다. 덕택에 주인공들은 대개 모험자로 전사 타입이 많았다. 돈을 벌어 말을 타게 된다 하더라도 그들은 기사일 수는 없다. 기사란 단순히 말을 탄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나이트(Knight)라는 작위를 가지고 기사도 라는 규율을 지키는 자들인 것이다.

최근에 와서는 제법 판타지 문화가 들어와주기도 하는데다, 작가들이 나름대로 중세사를 연구하여 쓰는 경우가 늘어난 탓인지, 기사 라는 직업을 가진 등장인물이 슬슬 늘어나고 있는 듯 하다.(그런 글들에, 영주나 황제 측의 기사단 소속이어야 할 기사들이 어째서 멋대로 방랑을 하고 다니는지 아무 설명이 없는 부분은 논외로 하고.)

어쨋거나 기사 라는 직업은 이제 꽤 유명해졌다. 기사 라는 말에 선뜻 택시기사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도 적어졌다. 기사는 환타지 팬들에게 제법 촉망받는 직업이다. 기사. 멋지지 않은가. 화려한 장식이 들어간 풀 플레이트를 입고 반짝이는 랜스를 들고 말 위에 올라탄 기사. 주군과 아름다운 레이디를 위해 목숨을 거는 기사. 무시무시한 드래곤과 맞서서도 한점 부끄럼 없이 공명정대한 기사도에 따라 전투를 하는 기사.

...과연 현실도 그랬을까?

중세 기사는 이미 많이들 알고 있듯이, 몇가지 독특한 특성을 가진다. 온 몸을 판금갑옷으로 무장을 하고, 기사도를 지키고, 승마를 하는 전사.

기사(騎士)라는 단어에는 말을 탄다는 의미가 강하다. 기사는 프랑스어로 쉬발리에(chevalier), 이탈리아어로 까발리에르(cavaliere), 스페인어로 까발레로(cabalero), 독어로는 타다는 뜻의 단어에서 온 리터(ritter)이다. 기사들이 후에 추종하게 된 계율의 이름인 기사도(chivalry) 조차도 프랑스어 쉬발(cheval; 말 horse)에서 유래되었다. 그만큼 말을 타고 싸운다- 라는 이미지는, 보병 중심이었던 중세 초기 유럽에는 대단히 혁신적인 이미지였다.

기사제도가 만들어진 배경에 대해 정설로 인정받고 있는 것은 이러한 것이다.

샤를마뉴 대제의 중세 유럽군은 무어인들과의 전투에서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무어인들은 이미 기병제도를 도입하고 있었던 것. 사라센을 물리치기는 했으나, 중제 유럽인들은 기병제도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4세기 경 로마에서 개발된 갑주를 걸친 말에 타는 중장기병의 제도와, 한명의 통치자와 혈연으로 명예로 보수로 묶인 선발된 병사들이 죽음을 넘어서까지 통치자에게 충성을 바치는 게르만의 제도를 조합한 것이 기사제도의 시초였다 - 라는 이야기. 이 설은 초기 중세인들이 기병에 대해 얼마나 경이감을 가지고 있었는가를 보여준다.

'기사'라는 단어가 말과 직접적인 관계를 가지지 않는 곳은 영국 뿐으로, 그것은 앵글로색슨 단어 chiht에서 왔는데, 가신이나 하인이라는 뜻이었다. 이것은 게르만 제도의 도입을 설명해주는 부분이다. 통치자에게 죽음을 걸고 충성하는, 말을 타는 전사. 기사는 그런 이미지였다.

그런데 기사가 탈 말과 갑주를 구입하고 유지하는 데에는 상당한 비용이 소모되었다. 처음으로 기사 작위를 수여했었던 샤를마뉴는 모든 자유민들에게서 걷은 세금으로 자신의 팰러딘들을 유지했다. 이러한 제도는 처음에는 물론 훌륭하게 시행되었으나, 그 이후가 문제였다. 샤를마뉴의 후계자들 치하가 되자 황제의 중앙집권은 약해지고 제국의 외각진지 방어는 제후들과 말을 탄 가신들의 몫이 되었다. 가신들은 전쟁에서 주군을 지지하는 대가로 영지를 받고, 이것으로부터 장원제도가 발생하게 된다.

장원제가 시작되고 난 후, 기사들의 이미지는 조금 변한다. 이전의 '선택받은' 가신들이 아니라, 영주들이 기사를 제나름대로 모으기 시작하는 것이다. 즉, 가신 이라기 보다는 용병에 가까운 느낌으로 변화한다.

중세 귀족들의 재산은 토지가 중심이었다. 유산 배분을 하게 될 때 토지가 조각조각 갈라지는 것은 그들의 부가 약화되는 것을 의미했다. 따라서 귀족 집안에서는 아들 가운데 한명- 대개는 맏아들-만을 결혼시켜 유산을 상속시켰다. 결국 나머지 둘째 셋째 넷째 아들들은 합법적인 부인도, 거처도 얻지 못하고 떠돌아 다니는 수밖에 없었다.

신분은 어쨋거나 귀족이니 농사를 짓기도 애매하고, 배운 것은 칼질 뿐인 이들은 평생 무리를 지어 모험을 찾아 다니는 수 밖에 없었다. - 이것은 모험자의 시초이기도 하다. 실제로 모험이라는 단어 마저도 이 무렵에 생겨난 말이었다. 모험이란 지금과 다른 의미로서 군사적 파괴 행위를 의미하는 단어였다.

이 시기에 여기저기 대순처럼 생겨나던 성(城)의 영주들은 이러한 떠도는 귀족자제들을 모아 기사로 고용했다. 성 안팍의 치안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기도 했고, 만일을 위해 성의 군사력을 과시하는 데에도 기사는 여러모로 쓸모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각 성에는 대개 20~30여명 정도의 기사들이 존재했다. 작은 성에 여러명의 기사들. 이 정도쯤 되면 영주가 그들의 말과 갑주의 유지비를 대어주고 생활을 보장해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기사들의 임무는 영토를 지키는 일. 그들은 영토를 지키는 전쟁과 전투에 참가를 해야 큰 포상을 받을수 있었다. 그러나 전쟁이 매일매일 있는 것도 아닌데다, 판타지 월드에서처럼 시도때도 없이 도적떼가 출몰하고 오크떼가 성 주위를 얼쩡거리고 드래곤이 금을 노리고 성을 습격하는 일은 없는 것이 당연. 그들은 결국 영주의 묵인 하에, 성안의 주민들을 착취하여 탐욕을 채우는 일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즉, 처음 만들어진 목적과는 달리 합법적으로 자유민을 갈취하는 협박단체 가 되어버린 것이다.

자. 여기서 역사책같은 지리한 이야기는 끝난다. 이제 이 글의 본론으로 들어가자. 현실속의 중세 기사들의 생활상에 대해서.

  << 기사제도의 실체 >>

로망스(romance), 혹은 로맨스란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본디는 중세 기사들의 모험담을 나타내는 말이었다. <롤랑의 노래>나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 등이 그러한 것이다. 로망스에서의 기사들은 늠름하고 용맹하고 기사도를 지키며 군주와 레이디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존재다. 물론, 이미 짐작했겠지만 이것은 대단한 미화의 결과인 것이다.

중세의 기사들은 위에서 말했듯이 까놓고 말해 건달들이었다. 기독교가 정립되기 전까지 기사라는 이름의 족속들은 농민들을 착취하여 금품을 빼앗고, 허락된 특별한 시기에는 집단강간도 일삼았다. 뿐만 아니라 도시내에서도 곧잘 서로 칼을 뽑아들고 전투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의 휭포가 너무도 심한 나머지 농민들은 그들을 악마의 사신으로 간주했을 정도.

11세기에 들어서자 이러한 젊은 건달들의 행태를 막아보려는 시도가 일어난다. 주교와 군주는 기사와 병정들을 성골함 주위에 모아놓고 맹세를 시킨다.

  * 하나님 앞에서 당신의 영혼을 걸고 정해진 금지조약을 지키겠노라고 맹세하라.

     (물론 지옥에 떨어지고 싶지 않으면- 이라는 일종의 협박도 들어간다)

  * 당신들은 서로 죽일수는 있으나 교회 주위에서는 싸울수 없다.

     (교회는 누구라도 목숨을 건지기 위해 숨어들어갈수 있는 피난처여야 했다)

  * 예수의 수난을 기리는 뜻에서 금요일과 일요일에는 싸움을 금한다.

     (당시의 기사들은 일주일 내내 싸움을 벌여대었었던 것일까?)

  * 여인들, 특히 귀족 여인들을 공격해서는 안된다.

     (이것은 후에, 레이디를 섬기는 기사제도의 시발이 된다)

  * 상인. 성직자. 수도승들을 해쳐서는 안된다.

     (돈이 많거나, 신분이 높은 자는 공격할수 없다는 것은 결국 농민 약탈은 계속해도 좋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나 그것마저 막으면 기사들의 불만은 대단했을 것이다.)

맹세의 골지는 이러했다. 저것은 결국, 지정된 장소에서 무장한 자들끼리는 마음대로 싸워도 좋다는 의미가 된다. 군주와 주교들은 시도는 했으나 완전히 기사들의 행태를 막을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기사들은 분명히 필요했고, 결국 서로 마음대로 싸우다가 지쳐주었으면 하는 바램도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후에도 교회는 젊은 불한당들을 어떻게든 계도해보려고 나름대로 애를 썼다. 기사가 검과 작위을 수여받는 순간, 이들은 신과 왕으로부터 임무를 수여받은 것이며 무기를 사용하여 사회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 그들에게 부여된 임무임을 납득시키려했다. 이러한 교회의 노력은 기사도 라는 것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른다. 기사도란 결국은 말안듣는 거친 건달들을 붙잡아놓기 위한 계율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완전한 통제는 불가능했다. 그리하여 나타난 방법은, 군주에게 딸린 농민들과 귀족들을 지키기 위해, 외부에 적을 만드는 것이었다. 즉, 십자군 원정이다. 십자군 원정은 성지의 탈환이라는 그럴싸한 명목을 내걸었으나, 내부로는 이슬람의 문화와 부의 약탈, 그리고 거친 기사들의 전투욕구의 해소 라는 이유로 시작되었던 것이다.

   << 기사들의 생활 >>

중세 기사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은 말과, 인상적인 풀 플레이트 갑옷이 아닐까. 기사들은 전신을 감싸는 판금갑옷을 입었다. 이것은 처음에는 그런대로 가벼운 형태였으나 점점 두께와 부품이 늘어나면서 후기에는 혼자서는 말 위에 올라탈수도 없을 정도로 거창한 중무장이 되기도 했었다고 한다. 뭐, 후기 갑옷이 무거웠네 아니네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설이 다양하니 그 부분은 넘어가기로 하자.

후기까지 생각하지 않아도, 어쨋거나 풀 플레이트는 온몸을 감싸는 철판이었다. 물론 통기성은 제로. 토너먼트(tournament : 중세 유럽에서 행해진 기사들의 마상시합)에서는 갑옷 속의 열기에 질식해서 죽은 자들도 있었다고 한다.

잠시 생각해보자. 막 토너먼트 전에서 우승한 기사. 군중들의 환호에 답하는 그가 햇빛 아래서 자랑스럽게 랜스를 치켜들어 보인다. 그리고 사랑하는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투구를 벗는 장면을.

-대단한 냄새일 것이다. 백년사랑도 식을만큼. (그래도 웃어주어야 할, 불쌍한 그녀.)

중세시대의 위생관념은 빈말로라도 절대 좋다고는 할수 없다. 로마시대에 그렇게나 발전했던 목욕시설과 청결에 대한 집착은 중세로 들어서면서 어느새 사그라들어버린다. 정숙과 검소를 지나치게 숭상했던 중세 교회는 단 두가지의 목욕을 허용했다. 청결을 위해 꼭 필요한 경우의 목욕과, 고해와 영성체 전날의 정결을 위한 목욕이 그것이었다. 아무리 더운 여름에도 저 두가지 이외의 목적으로 물에 몸을 담그는 것은 금지되었다. 그나마 성 라데공드는 제한된 목욕마저도 방향주머니로 대체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몸에서 나는 악취를 방향주머니를 몸에 붙이는 것으로 목욕을 대신한 것이다.

중세 시대의 목욕이란 현재와는 다른 방식이었다. 물통에 더운 물을 붓고 그 위에 천을 둘러 간이 한증실을 만들어 그 안에 들어가 앉아있다가 나와서 물기를 닦는 방식이 그것이다. 이런 정도의 목욕이나마 귀족 계급의 여자들에게나 해당되는 것으니, 먼지 뒤집어 쓰고 땡볕에 전신 갑옷을 입고 돌아다녀야 했던 기사들은 그나마도 목욕할 기회가 훨씬 더 적었을 것이다.

중세 문화사를 보면 남자들도 목욕과 화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부분이 곧잘 나온다. 그러나 이 역시 왕족이나 고위 귀족들에게나 해당되는 특권이었던 것이다.

땀에 젖고 먼지를 뒤집어 쓰더라도 기사들은 향수를 뿌리는 등의 치장은 해야했다. 왜냐, 지저분한 냄새를 없애, 아름다운 레이디의 눈에 들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로망스에는 아름다운 처녀와 용맹한 기사의 러브스토리가 주가 되지만, 실제로 기사가 모시는 레이디들은 유부녀인 경우가 많았다.

기사들은 여러 가지로 형편이 좋지 않았다. 돈도 지위도 별로 없을때는 더더욱 그랬다. 그들은 젊은 시절에 온갖 고생 다하여 작위와 돈을 벌고, 나이가 든 후에야 어린 처녀와 결혼을 할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나이든 남편과 젊은 부인. 당연히- 부인은 늙은 남편에게 만족(?)할수 없었다.

젊은 부인은 그럼 무엇을 하는가. 예쁘게 몸을 가꾸어 어린 기사들 앞에 모습을 비춘다. 그러면 어린 기사는 아름다운 연상의 부인에게 반하여 레이디로 모시게 된다. 레이디가 건네준 손수건이나 스카프, 때로는 찢어낸 스커트 자락을 랜스 끝에 매달고 레이디의 명예를 높이기 위해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물론, 정숙하고 우아한 레이디 중에서도 꽤 적극적인 여성들이 있어서, 스타킹을 고정시키는 가터벨트를 손수건 대신으로 기사에게 건네주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가터를 달고 다니던 <가터 기사단> 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것은 필자의 자료조사 부족으로 패스.

물론 레이디를 모시는 제도에 대해서는 자격제한 따위는 없었다. 나이가 많든 적든, 신분이 높던 낮던간에 하고싶으면 하면 된다. 그러나 일단은 젊은 기사를 중심으로 진행해보자. 젊은 기사는 전투나 토너먼트에서의 승리와 영광을 모시는 레이디에게 돌린다. 레이디는 그 대가로 기사에게 금품을 제공하기도 하고, 사교계에 소개를 해주기도 한다. 간혹 남편의 묵인, 혹은 무관심 속에서 젊은 기사에게 잠자리 기교를 몸으로 가르쳐주는 부인도 있다고 한다.

그렇게 레이디로부터 생활지원금(?)을 받으며 자라난 기사는 결국 이름을 날리고 작위와 재산을 벌며 나이를 먹는다. 그리고 나이가 제법 든 어느날 어린 처녀와 결혼하는 것이다. 그 후에는 다시 위의 악순환.

  << 중세의 토너먼트 경기 >>

중세 기사들의 소일거리는 사냥이 아니면, 전투나 기마시합 같은 모의전투가 고작이었다. 이중 기마시합은 토너먼트 전으로 굳어지게 된다. 교회에서 기사들을 제압하기 위한 규율로서 하게 한 맹세 - 지정된 장소에서 무장한 자들은 서로 싸워도 좋다 라는 것이 그것을 뒷받침해주었다.

이 토너먼트 전은 영화에 가끔 나오듯이, 두 기사가 관중들 앞에서 침착하고 우아한 매너로 대결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두 무리의 기사들이 서로에게 달려들어 완력으로 말과 갑옷을 빼앗는 방식이었다. 무기 또한 랜스와 방패 보다는 전투 도끼 등의 무시무시한 무기들이 더 애용되어졌다. 미화되어 쓰여진 로망스 들에서도 잔혹한 장면은 상당히 많이 나온다. 상대방의 머리를 산산조각 내어 귀족 여인들에게 바치는 기사라거나 하는 식의.

토너먼트에 참가하는 기사들은 대개 레이디나 부인, 연인들에게서 손수건이나 그런 것들을 받아 랜스에 걸고 나섰다. 그것은 "나는 나의 레이디의 명예를 위해 이 경기에 참가한다" 라는 의미가 되었다. 간혹 정열적인 기사들은 관중들 앞에서 부인이나 연인에게 키스를 하고 경기에 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토너먼트에서 발군의 실력을 나타내는 젊은 기사가 있으면 그의 레이디는 관중석에서 인기 인물이 되곤 했다. 물론, 경기 이후에도 한번 치솟은 그녀의 명예는 한동안 지속되었고. 결국 참가하는 기사들은 승리해서 얻는 부와, 레이디에게 돌아갈 명예를 위해서 목숨을 내걸고 전쟁의 대체인 경기에 참가해야 했던 것이다.

이런 거친 '운동경기' 로 인해 희생자가 너무 많이 생겨나자 교회는 이교도들과 맞서 싸울 병력을 온전히 보존하려는 목적으로 이 시합을 중지 시키려 했으나, 그러면 거친 기사들은 어디에서 자극을 찾을 것인가. 고로 교회의 노력은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토너먼트는 기사들의 상징중 하나로 굳어지고 말았다.

기사도가 정립된 이후 시대를 배경으로 한 기사 소설 <아이반호> 에는 토너먼트 전의 시합규칙이 나온다. 물론, 공명정대하고 예우를 지켜 전투를 벌이는 것으로 보아 미화된 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어느정도는 토너먼트 전의 이미지를 상상하는데 도움이 된다.

1. 다섯명의 도전자들은 도전을 신청하는 자라면 누구를 막론하고 상대한다.

     (미리 용맹한 기사 다섯을 뽑아 경기장 중앙에 배치시킨다. 그것이 '도전자' 다.

     그들은 승부에 져서 밀려날때까지 계속 도전해오는 상대와 싸워야 한다)

2. 시합을 하고자 하는 기사는 원하는 대로 도전자들 중에서 아무나 상대를 골라도 무방하다.

   상대를 택할 경우, 상대의 방패를 창끝으로 건드리면 된다. 만일, 창대가 아니고 창 끝으로 방패를 건드렸을 경우에는 실전과 다름없이 목숨을 걸고 싸운다는 의미가 된다.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으로 보아, 토너먼트에서 목숨을 잃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3. 5명의 도전자를 모두 이겨낸 최후의 승자에게는 군주께서 상으로 훌륭한 군마를 한 필 손수 내리실 것이다. 또한 '사랑과 아름다움의 여왕'을 지명하는 특별한 명예가 주어진다. 그러면 다음날에 이 여왕이 상을 수여하도록 되어 있다.

      (위에서 거론한 것처럼 당시의 말은 무척이나 값비싼 탈 것이었다.

      또한 사랑과 아름다움의 여왕으로 지명되는 것은 대단한 영예였다. 물론, 레이디를 모시고 있는 젊은 기사가 승리했다면 당연히 자신의 레이디를 지명하여 영광을 돌렸을 터)

4. 제 2일에는 두 팀으로 나누어 단체전을 실시한다. 이 시합에는 출전한 기사 전원이 참가한다. 이 시합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인 기사는 '사랑과 아름다움의 여왕' 으로부터 영예의 보관을 받는다.

      (첫째날에 단체전을 먼저 실시하고, 그중 승리한 사람들이 개인 토너먼트 전에 참가하는 방식 쪽이 더 일반적인 설에 가까운 것 같다. 분명하지는 않지만)

이상은 소설 아이반호 에 나오는 첫날째의 경기- 개인 토너먼트 전의 시합규칙에 대한 부분이다. 그 외에 단체전의 규칙도 있다. 단체전은 개인전 보다 더욱 위험했다. 두패로 나누어서 상대편을 전멸시킬 때까지 벌이는 난전이었으므로 죽거나 큰 부상을 당할 위험은 더욱 컸다.

1. 기사는 칼로 찌르는 것을 금한다. 그러나 칼로 내리치는 것을 허락한다.

      (중세의 야금술이 발전하지 못한 시대였다. 이 당시의 칼은 두툼한 몽둥이에 가까웠다. 그러나 일단은 유럽쪽 무기는 동양과 달라 베는 것이 아니라 찌르는 무기이므로 기사들의 무시무시한 힘으로 찔리면 치명적이다. 사족이지만, 영화에서 기사가 두툼한 칼로 적을 휭- 베는 것이 나오면 비웃어 주자.)

2. 철퇴나 도끼는 사용해도 좋다. 그러나 단검을 사용하는 것은 절대 안된다.

3. 말에서 떨어진 기사가, 적진의 기사 중에서 말에서 떨어진 사람과 싸우는 것은 괜찮다. 그런 경우에 말 위에 있는 기사가 말에서 떨어진 기사를 공격해서는 안된다.

4. 시합장 끝까지 쫓긴 기사가 나무 울타리에 손이나 갑옷이 닿으면 그 즉시 패한 것을 뜻한다. 패하였을 경우, 패한 기사의 갑옷과 말은 이긴 기사가 마음대로 처분한다. 그리고 한번 패한 기사는 다시 출전할수 없다.

      (개인 토너먼트 경기에서는 말에서 떨어지면 패한 것으로 친다. 말에서 떨어지지 않아도 등자에 얹은 발이 땅에 닿는 것 만으로도 패배선언이 떨어진다.)

5. 만일 기사가 시합장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할 때, 그 기사의 종자가 뛰어들어가 주인을 부축하여 끌어내도 상관없다. 그 경우에 그 기사는 패한 것으로 간주되며, 역시 갑옷과 말은 이긴 사람에게 전해져야 한다.

      (위에서 말했듯이 이 당시 갑옷과 말은 무척이나 값비싼 물품이다. 사족이지만, 명마라 불리우는 품종 좋은 말의 경우는 성 한채와 맞먹는 가격의 것도 있었다고 한다)

6. 군주의 신호가 있을때는 즉시 시합을 중지해야 한다. 그것은 부상자가 너무 많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100명의 기사들이 출전한 경기에서 대여섯 명 정도가 죽고, 3~40 여명이 부상을 당해도 중지될만한 정도는 아니었던 모양)

7. 시합규칙을 어긴 기사는 갑옷과 투구를 벗긴 후, 방패를 거꾸로 잡은 자세로 나무 울타리 앞에서 벌을 서게 된다.

      (어쨋거나 명예를 우선시하는 기사들에게 어린학생을 벌주는 것 같은 이런 방식은 대단한 수치였을 듯)

규칙은 위와 같다. 재미있는 것은 노리는 것이 적진의 기사이기만 하면, 아군의 여러 기사들이 달려가 몰매를 쳐도 규칙에는 위배되지 않는다는 점. 물론 그런 이들은 관중들의 비난을 듣기는 했을 것이다.

보기에도 중세의 토너먼트 전은 상당히 위협적이고 불안해보인다. 과연 이런 것에 중세인들도 동요를 했을 것인가. 중세인들에게 토너먼트는 스트레스의 배출구였다. 기사들에게 착취당하는 농민들 마저도 기사들이 자신들을 괴롭히기보다는 토너먼트 경기 따위로 자기들끼리 치고받는 것을 바랄 정도였다.

  << 맺음 >>

여러 가지로 중세 기사들은 현재의 독자들이 상상하는 것과는 매우 다르다.

기실 중세는 현대보다 훨씬 단순한 세계였다. 중세인들이 야만적이라고 하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의 룰을 가지고 있었다. 현대에서 어디선가 토막살인이 난다면 소식을 들은 시민들은 "세상에 이런 끔찍한 일이!" 하지만 곧 쉽게 잊어버리지 않는가. 중세인들을 야만인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그들은 그들의 시점으로 보아야 옳을 것이다.

물론, 그들의 생활과 그들의 생각은 현대인들이 생각하는 것들과 무척이나 다르다. 아울러, 판타지 소설속의 것들과도 무척이나 거리가 있다. 이 글로 인해 빛나는 환상처럼 바라보던 기사들에 대한 생각에 금이 간 사람도 있을 터.

아무려면 어떤가? 현실은 현실. 판타지는 판타지다.

판타지는 현실이 아니라, 로망인 것이다.

-출처  http://crazyjam.x-y.net

저 사실성으로 판타지를 쓰려면 공부 많이해야 할듯.....


Comment ' 3

  • 작성자
    Lv.32 지식
    작성일
    04.10.11 02:23
    No. 1

    그리고 신장이 지금 한국 남성 평균치보다 훨씬 작았다는 것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공선(空仙)
    작성일
    04.10.16 10:03
    No. 2

    근데이거 판타지 쪽으로 가야 하는것 아닌가여?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6 열혈마왕
    작성일
    05.04.23 08:14
    No. 3

    기사의 갑옷이 무거워(두꺼워)진 이유는 몽골의 경기마병(기마궁수)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기마병의 화살에 의해 기사들이 소모돼자 화살이 뚫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 였지만 결과적으로 낙마에 의해 더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는군요.
    그리고 갑옷의 무게때문에 혼자서 말을 탈 수 없어서 도르레를 이용했다는 말도 있구요...^^;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협백과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572 중국문화 중국 여걸(여태후, 측천무후, 서태후) +4 Personacon 風雲我 04.09.07 4,509
571 중국문화 중국 황궁여인들의 지위 Personacon 風雲我 04.09.07 2,425
570 중국문화 중국미인의 10대 조건 +5 Personacon 風雲我 04.09.07 4,111
569 기타상식 易과 천부경 +5 Lv.33 첫솜씨 04.08.31 2,661
568 무공일반 본국검법 +1 Lv.33 첫솜씨 04.08.31 2,162
567 무공일반 팔극권의 이해. +2 Lv.33 첫솜씨 04.08.31 2,528
566 기타상식 오륜서(五輪書) Lv.33 첫솜씨 04.08.31 2,040
565 기타상식 인명용 한자. +1 Lv.33 첫솜씨 04.08.31 1,714
564 기타상식 고구려는 우리나라 역사입니다. +5 Lv.1 종운표개 04.08.30 1,743
563 의술기타 점혈 사진.. +16 Lv.1 풍랑[風浪] 04.08.26 6,417
» 기타상식 중세시대의 기사... +3 Lv.34 노경찬 04.08.18 1,924
561 문파일반 제가 북풍표국에 올렸던 건데요... 모용세가에 관... +6 Lv.1 종운표개 04.08.18 3,738
560 병기기타 고대의 화포들 Lv.82 냉면철담 04.08.17 1,554
559 중국역사 청나라 역대 황후들 +2 Personacon 깡치 04.07.29 2,701
558 기타상식 [초강추]무협대백과(2) +13 Lv.1 무영검신 04.07.27 6,824
557 기타상식 [초강추]무협대백과(1) +10 Lv.1 무영검신 04.07.27 10,585
556 무공일반 [정보] 正과 邪의 내공 구분 +4 Lv.82 냉면철담 04.07.14 2,619
555 무공일반 내가신장입니다... +1 Lv.18 永世第一尊 04.07.08 2,049
554 무공일반 │ 의공(意功)과 경공(勁功) │ +4 Lv.1 반짱 04.06.19 2,512
553 무공일반 간단한 내공심법입니다. +11 Lv.1 반짱 04.06.19 7,563
552 의술기타 주화입마 Lv.82 냉면철담 04.06.16 3,633
551 문파일반 모산파의 역사 +2 Lv.1 땡추도사 04.06.04 3,131
550 기타상식 고대 진법(12진법) +5 Lv.1 반디장문 04.05.31 3,051
549 기타상식 천년강시 +3 Lv.1 땡추도사 04.05.23 1,910
548 기타상식 세계의 지명을 한자로. +7 Personacon 검우(劒友) 04.03.22 2,414
547 무공일반 삼재검 스캔본 5 +3 Lv.82 냉면철담 04.03.21 2,411
546 출판관련 한글 97 사자성어 정리.^^;; +2 無劒 04.03.19 2,888
545 기타상식 무협 쓰는데 필요한 상식 - ㄱ +2 Lv.1 연심표 04.03.09 6,801
544 기타상식 단련 Lv.90 한백 04.03.08 1,847
543 기타상식 무협 쓰는데 필요할꺼 같은... +9 Lv.1 녹색악마 04.03.04 5,322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