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하고 멋진 소설입니다. 박물학적인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겠군요.
쟝르 소설로 분류하기 아까운 소설입니다.
이렇게 인터넷 연재로 보기보다는 각주가 달린 출판서적으로 보는게 어울리는 그런 소설입니다.
저는 대항해시대 1부터 즐겨온 대항해시대 팬입니다. 사회과부도 펼치고 세계 각지의 지리정보를 참고하며 대항해시대를 즐겨왔지요.
대항해시대 온라인도 해봤지만, 비단장사질에 질려서 때려치웠습니다...--;
대항해시대 5가 오프라인으로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하고 있군요.
제가 대항해시대를 언급한 것은 작가님도 대항해시대를 염두에 두고 글을 쓰신 듯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이 글의 심각한 결점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글의 분위기가 어중간합니다.
잘쓴 글이고, 조사도 잘 하고, 기본 지식도 충분한 작가님의 글이지만, 촛점이 어딘가 안맞습니다.
무겁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은 애매한 글입니다.
테르메르라는 소설 아시는 분들은 아실겁니다. 드래곤이 등장하는 대항해시대 역사물이라고 할까요.
제가 느끼기엔 하얀콩님은 그정도 소설을 쓸 역량이 있습니다.
판타지적 요소를 하나나 둘 정도 가미하고, 역사적 지식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셨다면 더 멋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판타지적 요소를 집어넣지 않으셨더군요. 각주가 어울릴만한 세계관에 있어서 경직된 소설을 쓰시는데, 그런 면에서 본다면 주인공은 에러입니다.
독자를 염두에 두고 독자의 시선에서 세상을 본다는 점은 이해합니다만...
필연적으로 리얼리티와 충돌하게 됩니다.
지나치게 파격적인 주인공, 어린 소녀가 대항해시대의 함장이 된다는 것 자체가 왠지 삐걱거리게 만듭니다. 판타지적 요소가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군요.
나이 지긋한 신사가 자신의 딸 에이미와 친구이자 동료인 항해사 제논과 항해를 시작한다는 설정이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선장과 에이미 사이의 러브라인을 피하고 싶으시다는 작가님의 의견이 있었으니 말이지요. 여성이기에 방문 가능하다는 무슬림의 저택은 에이미가 방문해서 선장에게 이야기를 해주는 형태로도 가능할 겁니다.)
세계관은 진지한데, 주인공은 지나치게 가벼운 느낌이...이 소설의 정체성을 독자가 판단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대항해시대 팬이라고 작가님이 밝혀주셨는데, 지나치게 대항해시대와 가깝게 전개되는 것이 불만 요소입니다.
모험도 하고, 장사도 하고, 전투도 하고....--;
대항해시대에서 이뤄지는 모든 것을 혼자서 한큐에 해치우려는 것 같더군요.
대항해시대 2나 4에서도 안하는 짓입니다...--;
모험가, 상인, 해적, 사략선 중 하나를 골라서 스토리를 전개해도 할게 많은데...
혼자서 이 모든 요소를 건드리면서 스토리가 나아가고 있습니다.
쓰고 싶은게 많은 작가님의 욕심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뭐...저도 남말할 처지는 아닙니다만...--; 아무거나 닥치는데로 써서 글을 망치고 있는 사람이라, 남일 같아 보이지 않는 면도 있습니다.)
서정적이고, 모험도 있고, 스릴도 있는 좋은 소설입니다.
자료 조사도 충실하고, 성의도 있는 소설입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것이 담기다보니, 맛이 지나치게 연합니다.
매운맛과 감칠맛은 궁합이 좋지만, 감칠맛이 강하면 매운맛이 죽어버립니다.
매운맛을 위해서 감칠맛을 희생해야 할 때도 있지요.(틈X라면처럼)
개인적으로는 테르메르가 성공한 소설의 좋은 예라고 생각됩니다.
재미있는 독특한 소설이지요. 그런 소설 쓰고싶어도 못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바람과 별무리는 너무 좋은 재료들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망가진 듯 합니다.
과감하게 뺄 것은 빼면 어떨까 생각됩니다.
전 여주인공 소설 좋아합니다. 하지만 진지한 세계관과 왠지 어울리지 않는 여주인공이라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군요.
모험도 재밌고, 먹방도 재밌고, 상업도 재밌고, 전투도 재밌는데...
그래도 몇개는 좀 빼고 촛점을 좁혀줬으면 싶은 마음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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