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강철신검
작품명 : 헤르메스
출판사 : 문피아 연재작
이번이 문피아에서는 처음 작성하는 비평글이군요. 원래는 문피아 작품은 거의 읽기만 하는 눈팅족이지만 정말 뛰어난 작품이기에 역으로 아쉬운점이 자꾸 눈에 밟혀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제가 언급할 대상은 현재 문피아에서 강철신검님이 연재중이신 헤르메스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SF + 오컬트적 신비학 + 현대물을 접목시킨 분류로서 강철수라는 흔한 이름의 주인공이 펼치는 현대 먼치킨물이라고 볼 수 있을것 같습니다. 강철수라는 주인공은 불사를 완성시키고 그 힘을 바탕으로 떨어져있던 자신의 의동생들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위해서 한국사회를 완전히 뒤집어 버리죠..
솔직히 깽판물입니다. 테러가 난무하고 한 국가를 지도상에서 지워버리는 절대적이고도 사기적인 무력까지 '절대적인 힘'을 지닌 주인공이 세상을 농락하죠. 하지만 동시에 이 작품에서는 그러한 깽판의 예술적인 경지를 보여줍니다. 카리스마적이면서도 매끄러운 진행으로 세상을 조소하고 농락하는 그 이야기에는 분명 흡입력이 넘칠뿐더러 어느새 다음글을 기다리게 하는 요소입니다. '수작'이라고 평할 만 하죠. 글의 전개 구성에서 나무랄데가 없습니다. 그러나 단지 걸리는 것은 딱 하나 '지엽적인 설정' 하나뿐입니다.
강철수가 미국에서 한국으로 귀국한 이래, 한국에서 그는 복수를 위해 움직입니다. 그 와중에 의동생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E그룹과 대한민국을 암중에서 수호한다는 동심회라는 비밀조직이 나옵니다. 이 둘은 냉전시기의 미소와 같이 서로간에 견제하고 공생하면서 대한민국을 이루는 한가지 축을 담당해 왔었습니다- 라고 설정에 언급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제가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E그룹은 초기 일제시절에 독립운동을 위한 비밀조직이었던 동심회의 자금줄 역할을 하던 중 기업주인 김길선이라는 자가 동심회를 배반하고 일제에게 변절하면서 파생되었다고 되어있습니다. 즉 동심회와 E그룹은 본래 하나였으나 E그룹이 변절하면서 동심회(독립조직) vs E그룹(친일파 출신 대기업)으로 요약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의문이 제기됩니다.
소설을 읽다보면 동심회는 권력의 측면에서, E그룹은 경제적 측면에서 위치를 점하고 대결구도를 형성해 왔다고 언급됩니다. 그래서 군사정권시절에 동심회가 상대적 우위를 점했다가 민주혁명이후 재력을 손에 틀어쥔 E그룹이 다시 상대적 우위를 점했다는 설명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동심회가 권력의 측면에서 대결구도를 형성했다는 사실은 근현대적 역사맥락과 맞지 않습니다. 소설상에서 독립운동을 하고 또한 오늘 연재된 49화에서의 맥락을 본다면 동심회는 자본주의를 증오하고 오히려 사회주의에 가까운 사상을 지닌 이들로도 표현되는데 이런 이들이 정권에 가까이 있엇더라면 한국현대사에서 보여지는 친일정권은 성립될 수 없었을 테니 말입니다. 특히 박정희 정권의 경우에는 친일만주인맥으로도 유명한 간도특설대 출신의 친일파였습니다. 또한 비단 그가 아니더라도 해방이후 이승만이 친일파 척결을 포기(극동지역의 일본의 침략지역중 유일하게 한반도에서만 전범재판이 열리지 않았다는 점을 기억하셔야합니다)하면서 살아남은 이들은 이후 군사독재정권과 결탁하여 그들만의 카르텔을 형성한것이 오늘날의 현실입니다. 조금 과장하자면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 보이는 정 재계의 상층부는 친일파 + 군사독재정권에서 이익을 얻은 이들의 합작품이라고 볼 수 있죠. 결론적으로 민족우선적이면서도 동시에 평등에 대한 사상을 지닌 이들이 존재하였고, 이들이 권력에 근접해 있었더라면 저렇게 친일파의 후예들이 정권을 틀어쥘 수는 절대 없었던 만큼 설정의 오류가 생긴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하여 군사독재시절부터 이루어진 권력과 자본의 결탁을 고려해볼때 이들을 대립관계로 치환하기에는 무리가 생기며 오히려 E그룹을 친일집단의 후예로 설정하고 이들이 대한민국의 상층부를 주물렀으며 동심회는 이들에 대항하여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세력을 늘려 민주화이후에서야나마 조금이라도 정권에 진입할 수 있었다고 설정하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제가 예민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현대물, 특히 근현대의 역사적 흐름을 아우르는 소설이라면 이러한 설정의 오류는 바로잡혀야 옳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저자인 강철신검님의 독자들을 흡입하는 필력을 고려한다면 이런 옥의 티 하나정도를 바로잡는것은 솔직히 쉬운 일이실 것입니다. 물론 앞으로의 글의 진행을 위해서 일부러 설정을 꼬아 잡으신거시라면야 드릴 말씀은 없지만 말입니다.. 이만 애독자로서 헤르메스가 조금 더 완벽하고 재미있는 글이 되었으면 바라는 눈팅족의 넑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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