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강승환
작품명 : 열왕대전기
출판사 : 로크미디어
<<열왕대전기(강승환, 로크미디어, 2006.7~, 3권 출판 중)>>
글을 쓰면서 다른 작가의 글에 공개적 비평을 한 적은 사실 없습니다.
알음알음 지인들끼리만 해왔죠.
아주 친한 사이라 해도 글에 대한 비평은 민감할 수밖에 없고, 더구나 그것을 공론장에서 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항목 비평을 제안하지 않았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인데…….
비평란을 담당하고 있는 제 업보라 생각해주시고 작가 여러분들께 양해를 구하는 바입니다.
강승환 님과 개인적 친분은 없습니다. 작가 모임 때 서로 인사만 나눈 사이지요. 잘 모르는 분의 글을 평한다는 건, 상당히 위험천만한 일입니다만 다행히도 저는 <<열왕대전기>>를 상당히 감탄하며 보았습니다. 그래서 평가의 부담이 별로 없어요. 항목 비평의 첫 번째 글로 <<열왕대전기>>를 택한 건 그래서입니다. 서로 낯붉힐 일은 없겠다 얄팍한 계산을 한 거지요.
그럼 제가 제안한 ‘항목’에 따라 <<열왕대전기>>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되도록 짤막한 단평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비평하시면 쉽지 않을까 해서 제안 드린 항목이니까요.
1) 기본기(문장력, 구성력)
맞춤법이나 오타에 대해선 이 책을 본 누구도 말하지 않으리라 봅니다. 이미 여러 개의 전작을 갖고 있는 작가답게 정말 깔끔한 문장이더군요.
이 글의 구성에 대해서는 솔직히 질투를 느낄 만큼 감탄했습니다.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솜씨가 정말 무르익으셨더군요. 사선에서 헤매는 강인환을 통해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이후, 강인환이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과정을 주인공의 행보만 따라가며 정신없이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전작인 <<신마강림(강환, 로크미디어, 2005)>>의 구성은 독자의 시야를 분산시키는 감이 없지 않았는데 이번 <<열왕대전기>>에서는 무협스럽게 과장하면 환골탈태라도 하신 것처럼 보이더군요. 3권까지 단숨에 몰입이 깨지 않은 채 글을 읽은 건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4권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 원래 이 항목은 별점을 줄 수 있는 것이지만 점수를 매기는 것은 저도 글을 쓰는지라 피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주 위험하거든요. 그냥 공란으로 예시만 하죠. 물론, 독자들께서는 자유롭게 점수를 매겨주시기 바랍니다. 그 점수들이 쌓여 한 작품에 대한 데이터가 될 테니까요.
☆☆☆☆☆☆☆☆☆☆
2) 독창성(창조성, 기발함)
<<열왕대전기>>의 주인공인 강인환은 판타지 세계에서 새로운 삶을 산다 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재생’이지요. 사실 ‘재생’이나 ‘이계진입’은 정말 많이 쓰여 온 컨셉이지만 그 점이 이 글의 가치를 떨어뜨리지는 않는다 봅니다. ‘익숙하지만 재미있다.’가 이 글의 최고 장점이라 보니까요.
단학을 익힌 강인환이 마나를 다루게 되는 과정이나 이 글의 마법관, 인간 아닌 종족, 배경으로 쓰인 봉건제 사회인 중세 시대 등도 여타의 판타지 소설 세계관과 차별성이 있다고는 보기 힘들지요. 하지만, 그 익숙한 설정들을 정말 리얼하게 그려냈습니다.
사실, 기성작가가 독자가 익숙하지 않은 세계관을 제시하는 건 모험이기도 합니다. 장르 독자의 대다수는 새로운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전혀 모르는 설정들이 나오면 흥미를 느끼지 못하니까요. 그래서 패러다임을 바꾸는 획기적 작품들은 대개 신인의 글에서 나오지요.
이런 이유로, 독창성에 대해서는 조금 짜게 매길 수밖에 없겠네요. 이번에도 점수는 공란입니다. 음음.
☆☆☆☆☆☆☆☆☆☆
3) 작품성(철학, 감명)
생을 위해 치열하게 현실과 싸우는 주인공은 언제나 독자들을 열광시킵니다. 그것이 바로 ‘히어로’죠.
<<열왕대전기>>의 강인환(카르마)은 이계로 넘어가기 전, 도서관의 사서였던 사람입니다. 대단히 이성적이고 지식도 광대하죠. 자신의 지식을 바탕으로 생존을 이어가고 그것을 통해 세상을 관찰하는 카르마는 독자에게 리얼리티와 함께 흥분을 제공합니다.
하나의 작품을 통해 말하고픈 바는 그 글이 완결되어야 말할 수 있겠지만 <<열왕대전기>>의 강인환은 많은 독자들에게 위안과 용기를 제공할 것입니다. 강한 남자를 통해 감동받는 분들에게 강추할 만한 글입니다.
점수는 역시 공란.
☆☆☆☆☆☆☆☆☆☆
4) 시장성(몰입도, 호소력)
4-1) 몰입도
이 글의 몰입도는 근래 읽은 장르 글들 중 ‘최고’였습니다. 정말 정신없이 한숨에 읽었죠.
대다수의 10대 독자들이 빡빡한 문단의 글을 기피한다는 것이 장르 바닥의 정설입니다만, <<열왕대전기>>는 그리 성긴 문장의 글이 아님에도 대단한 몰입도를 제공합니다. 글을 다 읽고 다시 보면, 너무 빡빡한 문단도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중용의 도를 잘 유지했달까요?
주인공 단독의 치고나가는 글이 대세이고 일행을 만들어 파티를 구성하는 글은 몰입을 주는 게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이글에도 주인공과 파티를 이루는 두 명의 용병과 마법사가 등장하지요. 하지만 주인공이 겪는 사건을 통해 자연스럽게 일행이 되는지라 독자의 시선을 분산시키지 않습니다. 대단한 솜씨라 아니 할 수 없지요.
점수는 역시 공란.
☆☆☆☆☆☆☆☆☆☆
4-2) 호소력 [남/녀] [10대/20대/30대+]
일단, 저는 현 장르 시장의 주 독자층인 10대가 아닙니다. 다른 10대 독자분들과 수평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판매량이 증명하듯 <<열왕대전기>>는 전 세대에 무리 없이 읽힐 수 있는 글이 된 듯합니다.
남자라면 무조건 강추!
강한 사내를 보며 남자의 로망을 느끼고픈 분에겐 아주 호소력 짙은 글입니다.
단, 여성 독자분들이 어떻게 읽으실지는 잘 모르겠군요.
전 여자 잘 모릅니다.
이 항목은 성별, 세대 간 선호도를 평가하는 것이기에 점수는 없습니다.
5)완성도
5-1) 내부적(문체의 완성도, 배경지식)
<<열왕대전기>>는 소위 말하는 ‘무거운 문체’입니다. 아주 묵직한 글이죠. 주인공의 원래 직업이 사서였기 때문에 세상을 보는 객관적 눈과 내면을 향한 날카로운 성찰이 읽는 내내 날카로운 감각을 깨어나게 합니다.
이 글의 수준을 끌어올린 1등 공신은 배경지식을 다루는 작가의 솜씨에 있다 보았습니다.
간단한 마법에도 괄호를 통한 주를 제시하고, 장이 끝날 때는 따로 주석을 달아 작가가 전하고픈 설정에 대한 지식을 정리해놓았죠. 저는 이렇게 글 중간중간 설명이 나오는 글을 대단히 싫어하는 편인데도 이글은 아무 걸림 없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주석을 통해 작품의 수준을 끌어올린 좋은 예로 남을 것 같습니다.
배경지식을 다룰 때, 실제 유럽의 중세 시대 풍속을 간간이 삽입한 부분이 눈을 즐겁게 하더군요. 창밖으로 배설물을 그냥 버리는 장면을 통해 강인환이 느끼는 그 세계에 대한 감정을 참으로 효과적으로 전달했습니다.
점수는 역시 공란.
☆☆☆☆☆☆☆☆☆☆
5-2) 외부적(편집, 교정, 표지, 제본, 인쇄 등)
이 책은 출판사에서 아주 많은 공을 들인 게 역력하더군요.
1,2,3권의 표지 색깔이 다 다릅니다. 이렇게 표지를 뽑으면 단가가 올라가는데도 강행하신 것을 보니, 이 글에 건 출판사의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 알겠더군요. 엔틱한 느낌을 주는 디자인도 글에 잘 어울려 무척 좋았습니다.
오타에 대해 꽤 민감하게 반응하는 저인데도 교정이 훌륭해 전혀 몰입이 깨지 않은 채 끝까지 읽을 수 있었습니다. 괄호 주의 글자크기를 작게 조절한 세심한 편집이 몰입도를 유지하는데 분명히 공헌했고요. 장말에 주석을 따로 박스 편집한 것도 작아진 책에 잘 어울렸고 글 내용에 무관한 주석이라는 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했습니다. 훌륭한 편집입니다.
하지만 점수는 역시 공란. 전 현직 작가라서 출판사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건 피하렵니다.
☆☆☆☆☆☆☆☆☆☆
※ 단평으로 쓰려 했는데, 쓰다 보니 흥이 났군요. 쯧쯧. 꼭 이렇게 길게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각 항목에 따라 한 줄 평만 쓰시고 생각하시는 점수만 매기셔도 훌륭한 비평글이라 되리라 생각합니다. 비평란 이용객들께서 이 항목들을 많이 이용해주셨으면 합니다. 앞으로 읽은 책에 대해서는 이 항목들을 이용해 비평글들을 계속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비추’나 ‘지뢰’라 생각되는 글에 대해서는 물론, 글을 올리지 않겠습니다. 비추글은 금지되어 있는 게 현재 운영공지이기도 하고 밤길에 습격당할 위험은 피하고 싶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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