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최성일
작품명 : 대왕 인종 Since1545
출판사 : 뿔미디어
『대왕 인종』은 인종에 의한 조선의 발전을 그려내는 대체역사 소설이다. 조선의 왕이 주도하기 때문에 변화를 일으키기 쉽다는 점, 그리고 주인공인 인종이 영혼의 상태로 2045년까지의 세상을 모두 보았다는 설정하에 이상적인 국가상을 일찌감치 제시해두고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대체역사면서도 (아직까지는)밀리터리와 큰 연관이 없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할 만한 대체역사 소설이다.
저자의 자료 조사는 꼼꼼하며, 그것이 글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당시의 세계 정세가 그대로 담겨 있고, 인종이 바꿔가는 조선의 때문으로 바뀌어가는 모습도 자연스럽게 그려냈다. 당시의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근거로 인종의 개혁이 좌충우돌하는 모습도 자연스럽다. 저자의 조사와 식견은 정말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대체역사, 영지물, 연대기, 전기문 등이 으레 그렇듯, 『대왕 인종』 역시 변화 자체가 중심적인 소재임과 동시에 주제 또는 주인공에 가까운 취급을 받는다. 인종이 변화를 주도하고 세상이 변화하는 모습을 열거하는 서술 자체가 소설의 중심이 되어 기승전결을 따지기 모호한 상태다. '역사가 변하여 조선이 부국강병하고 위상이 높아지며 세계의 으뜸이 되었다'라는 거대한 스케일의 사건은 그 과정이 너무나 크고 길어서 오히려 사건으로 보이지 않게 한다. 이 점까지도 그대로 답습했다는 점이 아쉽다.
내용을 떠나, 『대왕 인종』은 정말 읽기 힘든 책이다. 두 가지 이유에서 그렇다.
첫 번째는 『대왕 인종』이 사기(史記)부와 (내용상)현재부로 나뉘어 있다는 점이다. 기록물의 형식으로 표현한 사기부와 소설의 형식으로 쓰인 현재부로 나누어 저술했다는 점은 전혀 흠결이 아니다. 그러나 그 둘 사이에 명확한 구분이 없다는 점은 흠이 맞다. 글자체도 같고, 글씨 크기도 같으며, 스타일도 똑같고, 심지어는 사기부와 현재부 사이에 그 흔한 구분선 비슷한 것마저도 없다. 본문 디자인이 정말 불친절하다.
두 번째는 교정을 보긴 한 것인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맞춤법이 엉망이라는 점이다. 맞춤법이 틀리게 된 곳이 어떻게 매 페이지마다 나올 수 있는지. 문장을 보곤 뭔 소린지 싶어서 다시 읽고 문맥으로 이해해야 할 정도다. 쉼표가 있어야 할 자리에 없고, 마침표가 있어야 할 자리에 없고, 쉼표가 있어야 할 자리에 마침표가 있기도 하고 그 반대도 숱하다. 거기에 오타도 많고 오문과 오표기는 더 많다. 그래도 묘하게 맞고 틀리고를 떠나 교정이 일정하긴 한 것이, 맞춤법 검사기의 흔적이 역력하다.
『대왕 인종』은 원고 부분은 매우 양호하다. 감수자가 명시되지 않은 걸 보면 고증 단계가 생략된 듯싶지만, 저자가 말하는 역사적 사실도 잘 모르는 본인이 평가할 부분은 아니다.
그러나 양호한 원고에 비해 편집은 매우 불량하다. 지금까지 장르에서 본 중에 가장 불량하다. 편집자가 저자의 안티 아닌가 싶을 정도다.
저자의 고생이 물씬 전해져오는 책이다. 그러나 책 상태가 좋지 않아 안타깝다. 출판사와 편집자는 물론이고, 저자도 이 점에 대해 숙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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