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 소년이 있다. 대기권을 넘어, 우주까지 치솟는 슈퍼 엄지(주:히치하이커)와, 우주선 대기실에서 파는 인스턴트 음료와 소스가 묻어 더럽기 짝이 없는 수건을 목에 걸치고, 무척이나 간소한 목욕 가운 하나만 걸친 소년이 있다.
"이봐. 여기가 지구야. 내가 태어난 행성이라고."
안내서에 적힌대로라면, '대체로 무해함'이라는 두 단어만으로 표현 가능한 퍼렁별을 보며 소년은 좋아했다. 소년은 지구에서 대략 120광년 떨어진 어느 행성에서 냄새나고 말하기 보단 뇌에서 뇌로 직접 전달하는 것을 좋아하는 입으로는 종족명을 말할 수 없는 무척 발달된 종족의 최신 우주선(주:잘 부서져요)에 히치하이크 하여 지구까지 도착했다.
"문명 레벨 1.2… 당신 무척이나 조루 같은 행성에서 태어났군요? 하등 생명 같으니"
여기 비웃기 좋아하는 안드로이드가 하나 있다. 우주 미아가 되고, 여러 곳을 히치하이크하며 우주 곳곳을 떠돈 소년은 이 빌어먹을 안드로이드를 부실 방법이 없나 고민하고, 여러번 실행에 옮겼지만 도무지 안드로이드는 부실 수 없었다. 태양에 집어 던졌을 때도 다시 살아돌아온 녀석의 운을 보며, 소년은 이 안드로이드를 상대하길 포기한지 오래였다.
ㅡ여기군요. 지구. 안내서에 '대체로 무해함'. 여기네요. 잘 가세요. 어린 히치하이커.
"땡큐! 고마워요!"
우주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작은 벌레들에게 대답하며, 소년은 원자 단위로 분해됬다.
여기 한 소녀가 있다. 나이 열 일곱. 이제 갓 고등학교에 입학한 신입생이며, 가족이라고는 없는 천애고아다. 어머니가 있었지만 불우한 사고로 돌아가신지 오래. 하지만 소녀는 굴하지 않고, 돈 많은 훈남을 사로잡아 안주인이 되어, 신분상승을 할 기회를 노리는 세상에 대해 어느정도 로망을 가지고 있는 소녀가 있다.
소녀의 아침은 바쁘다. 어머니가 없기에 소녀는 남들보다 한두 시간은 빨리 일어나야 한다. 혼자 아침밥을 차려먹고, 교복을 입고, 어처구니 없이 빠른 등교 시간을 탓하며 달려가면 버스는 건너편에서 지나고 있다.
어머니가 남긴 유산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해야 하지만, 그 유산이라는 게 근 오년은 먹고 살 정도라 아직 돈걱정이 바로 앞으로 오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매일매일 줄어드는 통잔의 잔고를 보며 한숨짓는다. 당장에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닌지라 소녀는 한시라도 빨리 훈남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강박의식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입학한지 한 달. 학교생활이 어느정도 익숙해졌다 싶을 때, 소녀는 어머니의 사진을 보았다. 아버지의 얼굴이 잘려나간 그 부분에는, 죽기 직전에도 알려주지 않은 아버지의 흐릿한 존재가 남아 있다.
…그리고 평소와 다를바 없는 하루. 소녀는 학교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열린 문. 설마 도둑이라도 든 걸까, 하는 마음에 소녀는 장바구니라도 던질 준비로 살금살금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에는 움직이는 인형이 하나 있다. 소녀는 장바구니에서 무를 들어, 살금살금 다가가 인형을 향해 무로 찍어내렸…!!
"으아악!"
손이 멈추지 못하고, 무는 그만 어린 소년의 이마에 정면으로 몸통박치기를 실행했다. 무가 산산조각나며 깍뚝썰기를 안해도 될 정도로 알맞게 분해될 때, 소녀와 소년은 서로를 보았다.
'아 씨! 너 누구야!'
이렇게 우주에서 여행하고 온 12살 소년아빠와 17살 소녀 딸의 알콩달콩 가정사(..) 쓰고 싶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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