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쓰고 보니까 좀 아니다 싶은 제목이군요.
양해바랍니다(__);
지난 2년간 대략 4천여 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처음 판타지에 손을 댄 것이 중학교 1학년 때였으니까 얼추 맞네요. 막 겨울방학이 시작하던 때, 날마다 옆집 서점에 가서 8~10권씩 빌려와서 미친듯이 읽어댔습니다.
결국 어린 나이에 책방 아르바이트도 잠깐 뛰고(...쉿), 글을 쓰는 것에 대해서 손도 대보고 했습니다마는...
지난 2년간, 결국 건진 것은 몇 가지 없더군요.
판타지가 나쁘다는 말은 아닙니다. 오해는 말아주세요;
우선 글을 쓰려면, 그에 해당하는 제반지식이 상당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묵향을 시작으로 판타지에 운을 띄웠습니다. 그리고 다음 작품들을 계속해서 읽어나가며 두 가지 의문에 휩싸입니다.
왜 오크는 다 '취익!'소리만 낼까.
왜 다 사람들은 눈에 뻔히 보이는 소리를 가지고 설명을 할까.
그 때만 해도, 저는 글을 쓰는 사람에 대해서 막연한 동경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추리 소설을 좋아해서, 코난 도일 과 애거서 크리스티(혹은 아가사 크리스티. 발음의 차이.;)의 작품은 모두 읽고, 감탄했습니다.
마치 계획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어쩌다 흘린 톱니바퀴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며 한 작품을 이루어가는 건 정말 대단했거든요!
그래서 한창 일기를 쓰면서(...) '작가들은 모두 천재인가 보다'라고 큼지막하게 적어놓았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아무튼,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 저 위의 두 의문점을 찾아보았습니다만 속시원히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저 혼자 결론을 내렸습니다.
작가들은 다 어떤 한 작품을 읽고, 취익! 하는 소리가 멋있어서 그랬구나!
...
죄송합니다.
진짜로 그랬었습니다.
그건 그렇다쳐도, 두 번째 의문점은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답도 답이거니와, '설마 독자를 바보로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라는 생각은 할 수도 없었거든요.
지금도 그 의문점은 풀지 못했습니다. 어떤 답이 종종 떠오르기는 하지만, 그건 좀 아니랄까 싶어서요.
그렇게, 1년이 지나고, 이제 좀 판타지에 관한 건 중수가 됐구나 싶었을 때, 드래곤 라자와 쿠베린, 퓨처 워커, 마검 카티스를 발견했습니다.
무지 느렸죠. 판타지 입문서라는 드래곤 라자를 그 때 찾다니...
그... 뭐랄까요.
텁텁하던 뇌에 번개가 떨어진 걸까요. 아니면 건조한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았던 걸까요.
특히나 쿠베린.
그건 아직도 기억납니다. 싱숭생숭하던 마음에 불을 지른 건 바로 그 녀석이었던 것임니다(...)
아니, 어쩌다 여기까지 와버렸지. 분명히 '제반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로 시작했는데 -ㅁ-;
그렇습니다.
제반지식은 중요합니다.(뻔뻔) 특히 사실성을 중시하시는 분들이라면 더.
저는 반지의 제왕 말고, 묘사를 조금이라도 부각시키는 소설을 본 적은 별로 없습니다.
그나마도 '맑은 눈망울, 오똑한 코, 앵두같은 입술, 새하얀 피부'운운 하는, 주인공이나 히로인(Heroine)의 얼굴을 표현할 때만 사용하는게 판타지의 묘사입니다.
제반지식-사실성-묘사는 이런 게 아닙니다.
사람들이 집에 들어가면, 어쩌다 한 번은 천장을 바라봅니다. 비록 그게 쓸데없는 행동이라 치부하고, 아니면 천장에 암살자가 숨어있다고 해서 천장을 바라보는 행동은 거의가 무시당합니다.
천장의 화려함은 중세 시대에 부의 상징이었습니다.
지지대, 죔보, 평보, 도리, 코벨, 서까래, 장식용 조각... 등을 표현한 글은 한번도 본 적 없습니다.
물론 너무 깊게 파고들어가는 건, 좋지 않을 수도 있지요. '매니아'들만이 보는 소설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 정도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저 한 줄만이라도, 주변의 모습이 이러이러해서 집의 주인인 누가 얼마나 부유한 지를 깨달을 수도 있었다~ 정도만 해도 정말 눈에서 땀 납니다.
판타지가 요즘들어 안타까운 건 사실입니다.
며칠 전에 판타지가 공장무협의 시기를 맞이한다!고 한창 토론을 벌이시던데, 저는 그것을 보면서 '솔직히 그 시기는 벗어나지 않았나?' 하면서도 토론을 다 읽어보았었습니다.
그런데 그 분들 말씀이 틀린 게 아니네요.
최근의 글들은, 1년 전에 콸콸 쏟아져나오던 'Need to eat 개념' 의 먼치킨 소설을 조금은 뛰어넘은 기분이지만, 그래도 이건 이거대로 다른 부분이 더 빠져버린 느낌이 듭니다.
저는 해리 포터를 각 권마다 7번씩 읽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쉽게 감정 대입이 가능했기 때문이죠.
필요한 말만 하는, 그런 짤막짤막한 어투가 마음에 든다는 분도 계시지만, 그건 소설의 맛을 느끼기에는 부족합니다.
주인공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한데요.
해리 포터에서, 글 초반에, 해리 포터가 이유없이 배가 아플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마침 저도 그때 가끔 그런 일이 있었거든요.
병은 아니지만, 맞은 것도 아니지만, 그 나이의 소년이란 '그런 것'이니까요.
조앤.K.롤링 씨께서 그런 부분을 딱 잡아주었기에, 소년들이 그렇게 '해리 포터' '해리 포터'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 세상이, 필요한 말만 딱딱 하고, 필요한 행동만 딱딱 하는 사람들로만 가득 차 있다면, 얼마나 삭막한 세상이 될까요.
작가분들께서도 그런 하고 싶은 말만 하면, 읽기 꺼려지는 소설이 될까요.
작은 관심이 때로는 모두의 관심보다 나을 때도 있다는 말이 있듯이...
잘 부탁드립니다.
P.S - 쓰다보니까 두서없이 글이 변해버렸네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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