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인가 4년인가 전에 아는 사람이 그렇게 글을 쓴다면 문피아 같은 곳에도 연재 해 봐라고 하는데, 전 최근까지 남이 제 글을 본다는 걸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무서워서)
전 음~ 중학교 1학년 시절부터 원고지에 샤프로 글을 쓰면서 무명으로 잔뼈가(..) 굵어왔습니다만, 물론 몇 년 전 글만 해도 부끄러워서 못 볼 만큼 실력은 비루했습니다. 물론 노력을 안 한 건 아닙니다. 뭐랄까.. 남들이 보면 처절하다랄까. 년수로 따지면 20년 가깝게 노력했지요. 오직 혼자서 노력했습니다. 남들? 이라봤자 블로그 서로이웃님 정도에 아주 조금씩 보여주곤 다시 비공개로 돌리고. 부끄러워서요. 도저히 못 보여 주겠더라고요. 그래도 소설가는 되고 싶고... 해서 투고나 공모전에 막 도전해 보고는 했지만, 20여년 노력을 해 봐야, 저 자신의 글은 그다지 늘지 못 한 듯. 인정은 받지 못 했고요. 이제와서 나이도 먹을만큼 먹고, 사회에서도 잉여킹에 해당되는 현실을 다시 돌이켜 보자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 이건 내 길이 아닌가 보다." 라고.
하지만, 반 평생의 이상을 노력한 글에 대해서, 하루 아침에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며칠 전에 여기 문피아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걸 다 포기한 심정으로, 평생 부끄러워 사람들에게 연재라는 형식으로 선 보이지 못 했던 글을 하나씩 선을 보여 보자. 하는 마음이었지요. 판타지 쪽 글은 예전에 다 써 둔 건 아니고 최근에. 그러니까 모든 걸 다 포기한 후에(포기한다고 포기 된 것은 아니나)새로 쓰기 시작한 것이지만, 그 외에는 다 써 둔 것들을 조금씩 올려봐야 겠다 싶었습니다.
아무리 글쟁이의 길이 내 길이 아닌가. 포기해야 하나.
남들은 딴 데 안 보고 한 우물 10년 파면 일가를 이룬다고 하던데, 난 뭐냐. 15년? 20년 가까운 세월 한 우물만 팠는데 이게 뭐냐. 이 현실은 뭐란 말이냐. 이제 나도 마트나 편의점이라도 들어가 용돈이라도 벌어야지. 굶어 죽는 순간까지 글만 잡고 있을 수는 없잖아? 라고 마음을 먹었더니, 문득 써 둔 글들이 불쌍해 보였지요.
포기는 포기라 쳐도,
빛 보기는 커녕, 아무도 본 적 없이 그냥 세상에서 사라질 글들.
십 수년이라는 세월들... 예쁜 시절. 재밌는 청춘이며 뭐며. 그 모든 걸 다 반납하고 오직 글만 잡아왔던 그 지독한 희생과 고독의 세월이 이제 이렇게 무너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다 쏟아지고, 식음을 전폐하고 그냥 보름쯤은 끙끙 앓게 되더라고요.
그러다가 연재를 시작 해 봤습니다. 물론, 제 성에 맞는 행위는 아니었습니다. 누군가가 내 글을 본다는 건, 정말 무섭고 부끄러웠거든요. (투고나 공모전 외에) 그런데, 그럼에도 제가 15년 넘게 글쟁이의 꿈을 꾸며 비루한 솜씨에 힘껏 노력을 해 왔다는 증거는 세상에 남겨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연재는 시작했지만,
사실 .. 정말 사실은 아무것도 기대 안 하고 있었습니다.
인생 자체를 접어야 한다는 포기심정이었기에 누가 보든 말든.
빛은 못 받아도 숨통은 트이게 해 줘야지. 싶어 올려둔 글이니까요.
그런데 한 두 분 세 분이 보시고 한 두 분 세 분이 꼬리를 올려주시면서, 점점... 보름간 앓아가며 반 이상의 평생의 자취를 포기해야 겠다던 마음가짐이 서서히 욕심으로 변해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죽은 줄 알고 문 밖에 내 버린 자식에게 서서히 핏기가 돌기 시작하는 걸 보면서 가슴이 아려오는 부모 심정이랄까.
아직도 반쯤은 포기하자. 해도 안 돼잖아. 어차피 안 되. 노력 같은 거 하지마. 노력 하는 만큼 손해야. 안 된다고 나는... 될 사람이나 되지. 하지만 난 아니야. 이런 생각으로 포기하려는 심정이 있습니다만, 그래도 내 죽은 줄 알았던 자식이 저 겨울의 벌판에 던져 둔 싸늘한 주검이라 억지로 믿으려 했던 자식이 글을 읽어 주시는 감사한 분들에 의해 점점 발갛게 핏기가 도는 걸 보는 심정이라는 것이 참...
행복하면서도 어째야 할 지 몰라 또 다른 두려움을 느끼게 되더군요. 이 마당에 무슨 출판이다 뭐다까지 욕심 내면 안 되지 싶으면서도, 거기까지는 못 되어도 그저... 그저 다른 분들에 의해 점점 살아나기를. 버렸던 글. 버렸던 과거. 버렸던 노력. 버렸던 꿈. 들이...
점점 생명력을 받고 살아나기를. 애써 무시하려고 노력한 그 희망들을 지금은 다시금 희미하게 욕심 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첫 술에 배 부를 수 없지요.
사실 지금의 제게 지금의 문피아 생활은 첫 술입니다.
그러니 이 정도로 충분히 행복해요. 그리고 일종의 구원을 받은 느낌이랄까? 그런 기분에 조금 도취되어 있기도 하고요.
그리곤 '버리지 말까 보다...'라고 조금씩 심호흡을 해 보게 됩니다.
문피아라는 곳을 그간은 왜 알면서도 못 들어오고 밖에서만 서성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문피아 자체를 찬양함은 아니고...
그저, 멍석이 깔려 있는 세상이 있었다는 것. 그것을 절망 끝에서 발견했다는 하나의 설렘에 괜히 이런 긴 글을 쓰게 되었네요.
꿈이 꺼지고, 희망이 사라지고, 노력도 놓아 버리고, 의욕도 날아간 이 마당에 찾은 모두의 이야기의 場. 과연 좋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확실히 감사한 곳인데. 이 곳 덕에 제가 모든 걸 아직 포기하지 않고, 놓지 못 하고 잡고 있어도 되는 것인지.
그건 모르겠네요...
/ 바보 같이 긴 글 읽게 해드려 .. 죄송합니다;;;
ps. 연재.
그건 사실, 아직도 안전대 없이 번지점프를 하는 심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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