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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들어봐라 텔, 옛날에 말이다 49년 동안 조그마한 텃밭을 지켜오던 허수아비가 하나 있었단다. 그 허수아비는 다른 대륙의 모든 허수아비들과는 달리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 할 만큼 볼품없을 정도로 대충 만들어 졌지.
그 허수아비가 기년(붉은 겨울이 지난 뒤 찾아오는 해를 일컬음.)을 앞둔 어느 날 텃밭이 허수아비에게 말을 했단다.
'허수아비야, 넌 내 식물을 노리고 날아드는 저 까마귀조차 막아내지도 못하면서 왜 그렇게 내 앞에 당당하게 서있는 거니.'
'그야 너를 지키기 위해서지.'
'흥, 네가 나를 지킨다고? 허수아비야. 난 너처럼 할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허수아비가 기년을 맞이해 그동안 수고했다며 칭찬을 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 단다. 그러니 난 네가 내 곁을 떠나주었으면 한단다.'
'넌 내가 아무 할 일 없이 이곳에 서있기만 했다고 말하는구나. 그 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내가 이곳을 떠나고 나면 곧 알게 될 일이지.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이 없어. 기년이 와도 베풀 식물이 없는 넌 모두에게 웃음거리만이 될 거야'
텃밭에게 성질이 난 허수아비는 49년째 뿌리내리듯 박아 놓았던 자신의 발을 힘겹게 뽑아내며 텃밭을 저주했지만 텃밭은 볼품없는 허수아비가 떠난 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기만 했지.
허수아비가 떠 난 뒤의 텃밭에 관한 이야기는 아무도 모른단다. 정말로 허수아비의 말대로 되었을지. 아니면 허수아비가 없자 행복해진 텃밭이 그 식물을 더 잘 가꾸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
어쨌든 우리의 허수아비는 긴 여행을 떠났단다.
허수아비가 맨 처음 찾아 간 사람은 왕국의 성문에 사는 늙은 문지기였단다. 늙은 문지기는 오랜만에 만난 자신의 벗을 반갑게 반겨 주었지. 하지만 이내 허수아비가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듣고는 정색을 하며 말을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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