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tyJJ 님의 '레시드' 가 126화로 드디어 완결되었습니다. 세 달간 레시드 읽으려 문피아 들락날락 했던 기억이 쏠쏠하네요.
레시드는 요즘 사람들이 많이 보는 트렌드의 소설은 아닌 것 같네요.
매 회 조회수가 5000, 10000 이렇게 되는 '이고깽'이나, 그 이고깽이 다시 현세로 돌아와 깽판치는 '현고깽', 아니면 졸개부터 마왕까지 친절하게 차례차례 나와주시는 '마왕성테크트리'도 아니고, 행성과 우주를 파괴하는 '드래곤볼' 도 아닙니다. '환생물'도 아니요, 무적주인공이 깽판치는 '무협'도 아닙니다.
다만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명작'입니다.
MIstyJJ님의 '레시드'는 이런 세계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이 살고있는 세계에 어느순간부터인가 '마수'라는 터무니없는 존재가 나타나 인류를 위협하기 시작합니다. 이 마수들은 아무 대가없이 '능력' 을 사용해 인류를 '재미'로 학살합니다.
예를 들어, 광역학살기술인 레이저빔을 쏘는 능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고위마법사가 탈진할 만큼의 마력이 필요하지만, 그 능력을 가진 마수는 24시간 아무 제한없이 남발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런 상황이 50여년간 지속되자 그 마수를 이용해 돈벌이를 하는 용병이나, 변질된 수생자 같은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이 때 '세계'를 유지시키는 신적존재가 이런 예언을 합니다. <그 무엇으로도 색을 변질시킬 수 없는 성수를, 피가 닿으면 다른 색으로 물들이는 아이가 인류를 지킬 것이다.>
문제는 그 예언의 아이가 2명이 나타났다는 것이죠. 한 아이는 쑥쑥 자라서 마수를 학살하고 훌륭히 자라나지만, 한 아이는 예언을 더럽혔다며 시골에 처박혀 조용히 살아갑니다.
이야기는 한 소녀가 이 예언을 믿고, 시골에 처박혀 조용히 살아가던 예언의 아이, '흑성수의 영웅' 을 찾아가면서 시작됩니다.
그저 '사람'을 지키기 위해 그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고, 꿋꿋히 마수를 죽이는 고지식함. 어쩌면 융통성없이도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그것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이야기. 한 사람의 신념이 이뤄내는 결말을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 자신은 잊혀지더라도, 알아주지 않을지라도 세계를 지켜내는 이야기.
완결까지 다 읽고보니 '바보는 탁월'님의 '더 쉐도우'라는 소설의 결말부분이 생각이 나서 인용해봅니다.
[특별한 힘 따윈 없었는데… 누군가가 바라지도 않았는데…
돈을 버는 것도, 부와 명예가 얻어지는 것도 아닌데…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는데…
차갑게 매몰차며 비난받기만 할 뿐이었는데…
그들은 그 작은 목숨을 불태우며 자신만의 세상을 지켰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도저히 짊어질 수 없는 짐이자, 각오였습니다.
누구보다도 진실을 위해 노력하다 싸운 그들의 죽음은 길가에서 싸늘하고 허무하기만 한 차가운 죽음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묘비도 없이,
그저 사람들에게 발견되자 매장당하고 마는 무척 초라한 장례였
습니다. 하지만 전 기억합니다. 죽는 순간마저도 제 손을 잡으며
승자의 미소를 보인 그들의 생명. 그 눈동자에 실린 찬란한 빛에
어둠에 물든 제 마음도 같이 울었다는 사실을…]
p.s. 포탈은 대마법사분들께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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