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황금 호밀>의 홍보를 맡고 있는 소드 마스터의 리골레토라고 해요. 물론 본편에는 소드 마스터 같은 건 없지만요."
리골레토는 고개를 들어 관객들을 쳐다봤다. 이번 자리는 연극, 또는 동화일지도 모르는 이 이야기의 팜플렛을 장식할 홍보를 하는 자리다. 한 치의 실수도 있어선 안 되겠지만, 리골레토는 그것에 별로 연연하지 않는 듯했다.
"<황금 호밀>을 홍보하기 위해선 이걸 어떻게 해야 참맛을 느낄 수 있는지 설명해야겠죠? 말로 하긴 귀찮기도 하고, 홍보하는 맛도 안 나니까. 이 리골레토가 우드락 위에 <황금 호밀>의 시식법을 적은 걸 보여드릴게요."
1. 손을 씻는다.
관객들이 아우성치기 시작했다. 리골레토가 배시시 웃으며 그들을 달래려고 애썼으나, 행여나 자기들이 농락당한 건 아닐지 의심하고 있는 관객들은 쉽사리 진정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맞는 말인 걸요! 키보드든 마우스든 일단 손을 씻어야죠. 물론 식사 때도 씻는 게 예의지만요."
2. 위대한 학생회장의 여신님. 따위의 길고 긴 수식어를 음미하며 뻔한 세계관은 아니겠구나. 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좋게 말하면 세부적이라 할 수 있었고, 나쁘게 말하면 무리수였다. 리골레토는 이번에도 불평불만인 관객들을 향해 입을 삐죽 내밀어보였다.
"종종 위대한 학생회장의 여신님이 누군지 묻는 관객분이 계세요. 친절한 리골레토가 설명을 드리자면, 말 그대로 위대한 학생회장의 여신님이랍니다. 진짜에요. 비탄하는 청소부의 여신님도 계시고, 일탈하는 양아치의 신도 있는데, 학생회장의 여신님이 있는 게 뭐 그리 이상한 일인가요?"
3. 맛있게 시식한다.
모든 관객들이 침묵했다. 뭐야? 거창한 건 줄 알았는데?
"하지만 여기서 무슨 수식어를 더 추가해야 하나요? 저는 미사여구보다는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는 관객들이 많았으면 하거든요."
참 편리한 변명에 관객들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위대한 학생회장의 여신님 궐나렌은 세르쥬아 왕국에 풍요의 상징인 <황금 호밀>을 하사하셨다. <황금 호밀>의 재배법은 오직 세르쥬아를 건국한 세 영웅 중 하나인 <밀가루 백작>의 후손들에게 전해지고 있는데....
<알테어 엔릿의 '헤네스의 황금 호밀'에서 발췌.>
인간의 피. 그것은 새빨간 마약, 신들이 기피하던 배덕의 음료다.
<콘체르 비버니의 '검은 혓바닥'에서 발췌.>
비계는 돼지에게서, 육질은 소, 기름은 인간에게서 찾으라는 말이 있다. 인간의 배때기에 낀 기름기는 악마가 탐낼 정도로 달콤하고, 매끄러운 감칠맛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욕망을 뱃살로 보낸 악덕한 상인에게 악마들이 찾아오는 이유가 무엇일 것 같은가? 바로 살찐 상인들의 뱃살을 노리고 오는 것이다. 악마들도 미식가이기 때문이다.
자, 그럼 이번 페이지에서는 살찐 인간의 뱃살로 만드는 요리를 다뤄보도록 하겠다.
<콘체르 비버니의 '주방을 여행하는 식객(食客)들을 위한 안내서'에서 발췌>
"연극, 동화... 이것을 과연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요? 저는 어디까지나 광대일 뿐. 지금은 관객의 역할을 맡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저 다른 관객분들 속에 섞일 수밖에 없거든요. 뭐, 선택은 관객분들이 하시는 거니까. 리골레토는 이만 물러가도록 합죠."
포탈 : http://www.munpia.com/bbs/zboard.php?id=bn_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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