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들어 현대물이 범람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과 공간을 배경으로 삼았기에
몰입도가 높고 더 많은 대리만족을 느끼는게 현대물 같습니다.
다만 지극히 현실적인 배경을 가졌기에 문체나 진행이
어설프다면 중후반으로 갈 수록 유치해지고 개연성이 날라가는게
현대물의 특징 같습니다.
레드오션은 현대물을 기본으로 작가 스스로의 픽션을 적절히
가미해냈습니다.
일단 우리에게는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북한'을 배경으로
삼은 것에 감탄을 할 수 밖에 없네요.
거기에 '초능력'과 '음모'를 끼워넣어 매우 특색있는 스토리를
만들어 냈습니다.
단순히 고대의 무공과 마법을 획득한 비루한 주인공이
환골탈태하여 조폭사냥과 부패한 정치, 기업인 징죄의
영웅놀이에 나서는 기존 현대물과 이 점에서 차이가 납니다.
여기서부터는 작품 내용이 다소 들어갑니다.
주인공 서명건은 매우 재밌는 놈입니다.
주인공의 아버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숙청을
담당하는 부서의 장이었습니다. 굉장히 막강한 권력을 가졌죠.
독일의 군관학교에 유학중이던 주인공은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을 새어머니에게 전해듣고 북한으로 귀환합니다.
권력자인 아버지의 죽음에는 레드오션이라는 북한내 반체제 비밀결사가 관여되어 있었고 특수부대 사령관인 새어머니 김현희의
제안으로 주인공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예하 부대의 지휘관으로
임관하게 됩니다.
주인공은 이 세계관에서 존재하는 초인. 기사입니다.
기사는 일반인보다 수배에서 수십배에 달하는 신체능력과
환현력이라는 고유의 특수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기사는 국가방위력의 핵심이죠.
북한에서는 날때부터 기사인 자는 무조건적으로 인민군에
편입시켜 평생 군인으로 복무토록 하고 있습니다.
서명건은 분명 기사 중에서도 상위 1%에 들어갈만한 클래스고
머리회전도 매우 빠르지만, 전쟁을 겪어보지 않았고
독일에서 거의 생활했기에 그의 소프트웨어는 오히려 한국인과
거의 동일합니다.
하지만 그는 분명 북한인이고, 부조리하고 피폐한 조국이지만
북한을 사랑하고 북한의 입장에서 모든 걸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그의 아버지의 원수인 레드오션이라는 단체는
노동당의 입장에서는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반동 단체지만
북한내 인민들에게는 군부대를 습격하여 얻어낸 식량을
인민들에게 뿌려주고 인민들을 억압하는 군인들을 혼내주는
정의로운 단체입니다.
주인공은 레드오션을 뒤쫓는 과정에서 점점 북한의 실상을
직접 눈으로 접하게 되고 조국에 실망하고 개탄합니다.
아직 애송이에 불과한 주인공이 노동당을 뒤엎고
김정일 부자를 죽이고 북한을 개혁하겠다는 포부를
구체적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애시당초 김정일 정권에게 충성심이 없는 주인공이
레드오션과 실제로 접촉하였을때 그들의 이상과 신념과
만났을때 단순히 자신의 치기어린 복수심만을 내세울지
아니면 그것에 동조할지는 흥미롭습니다.
근래들어 본 작품 중 수작이라고 할만 합니다.
작가분이 OST를 삽입하는 등 열정도 가지셨구요.
작품내 북한에서의 대화는 거의 북한 특유의 사투리가
배제되어 있는데 이건 그냥 진행상 생략하신 거랍니다.
이미 현실과는 상당히 다른 페러렐 월드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니
괜히 어줍잖게 고증이 어쩌니 하면서
북한 언어에 관련된 자료를 리플에 달면서 자기선양하는
분들이 나오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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