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작은 기억에 관한 이야기이다.
Prologue. 기억에 관하여
“뭐해?”
소녀가 말했다. 웃는 얼굴이 무척 아름다운 소녀다.
“아, 응.”
나는 감추듯 쓰던 글을 덮는다. 그러다 동작이 멎는다. 이걸 꼭 숨겨야 할 필요가 있을까. 이건 부끄러운 기억이 아닌데. 소녀는 몸을 쭉 내밀어 뭔가 하고 내 손 어귀를 본다. 나는 머쓱하게 글의 제목을 가리던 손을 치운다.
이것은 작은 기억에 관한 이야기이다.
소녀가 눈을 크게 뜬다.
“헤에, 일기야?”
“아니.”
“그럼?”
“뭐라 해야 할까, 소설이랄까…….”
“그래? 보여줘!”
“……조금 부끄러운데.”
“그럼 더욱 봐야지!”
소녀가 보채며 내게서 글을 빼앗으려 든다. 나도 모르게 원고를 잡아 등 뒤로 숨긴다. 소녀가 뾰로통한 얼굴을 한다.
“뭐야, 소설은 보여주기 위해 쓰는 거잖아.”
소녀는 말을 마친 직후, 뭔가 큰 실수라도 한 사람처럼 입을 다물었다. 이유를 알고 있는 나는 웃으며 그녀를 위로한다.
소녀의 말이 맞다. 소설은 결국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쓰는 거다. 하지만,
“아냐, 이건 날 위해 쓴 거야.”
어쩌면, 그런 글도 존재하지 않을까. 다른 누군가가 아닌, 오로지 그 자신만을 위한 글.
“……거짓말.”
“정말이야.”
소녀는 여전히 믿지 않는 눈치였다. 나는 다만 웃는다.
“누구도 그 소설을 읽을 수 없을 텐데?”
“응.”
“그래도 괜찮다는 거야?”
“응.”
“그럴 리가 없잖아. 인간이라면, 인간이라면 당연히…….”
그러다 말꼬리를 흐린다. 소녀도 나도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을 아는 까닭이다. 잠시 침묵이 감돈다. 소녀는 내 품에서 원고를 가만히 집었다. 소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소녀는 어떤 독자도 읽을 수 없는 글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말한다.
“네가, 직접 읽어줄래?”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소녀와 함께 원고를 보았다. 나 이외의 누구도 볼 수 없을 그 글을, 또박또박, 천천히 낭독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다.
내 생에 있어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을 말하라면, 나는 가장 먼저 그 시절을 떠올린다. 내가 사랑했던 세계. 내가 사랑하고, 또 나를 사랑했던 사람들.
그리고 어떤 기억에 관한 것.
그래, 이건 그 기억에 관한 이야기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리하여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런 기억들을 위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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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소개를 써야 할 지 몰라 결국 프롤로그를 씁니다.
재미있고, 또 감동적인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독자분들의 마음에 닿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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