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문피즌 여러분?
추천은 오랜만인 것 같네요. 이런저런 일로 바쁘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저번에 추천을 했는데 그 작품이 연중되는 아픔을 겪은 트라우마(?)를 극복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기도 했답니다. 추천하는 저 나름의 기준도 까다롭기도 했고 기준에 맞는 작품이 나타나도 이내 폭풍 추천을 받곤 해서요.
이렇게 오랜만에 추천이란 걸 하러 나온 작품은 제목에서 보시다시피 꿀벌님의 심장이 녹다입니다. 장르는 판타지. 우선 현대물이나 다른 장르에선 취향에 맞는 글을 꽤 발견했는데 정작 제가 가장 좋아하는 판타지에서 취향작을 발견한 건 꽤 오랜만의 일이라 반가웠습니다.
특이한 설정, 약간은 어색한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간결하고 정갈한 문체, 도입부이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진행, 매력적인 주인공과 주변인물 등을 장점으로 꼽을 수가 있는데 사실 이정도면 그게 무슨 내용이던 간에 판타지 팬이라면 일단 읽어서 후회는 하지 않을 요건은 다 갖췄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각 계절을 존재하게 하며 유지하고 그 계절을 대표하여 한 쌍의 날개를 달고 모든 대륙인의 추앙을 받는 셀로지네가 있습니다. 그런데 추앙을 받는 셀로지네는 3명.
현실은 겨울이 다가오고 있지만 심장이 녹다의 세계엔 겨울이 없습니다. 아니, 있지만 마법협회를 위시한 모든 대륙인들에게 악마라며 배척당합니다. 우리의 쿨하고 도도하지만 아직은 약하신 주인공 에르카젠은 겨울에게 선택받은 셀로지네로써 모든 대륙인의 공적으로 추적을 피해 숨어 살아야만 하고 아름답던 날개도 잘라버려야만 했습니다. 자신이 악마라는 자책감과 혐오감이 있으면서도 명문가의 자제로서 도도함도 있는 주인공 성격 개인적으로 마음에 듭니다. 그런 상황에서 지나치게 악에 바쳐서 날뛰지도 않고 그렇다고 자존심을 버리지도 않았으니까요.
겨울이 악마로 돌변하여 배척당하게 된 것인지, 아니면 겨울은 악마가 아닌데 누군가의 농간으로 인해 배척당하고 있는지 초반엔 분명히 밝혀지지 않습니다만 필요도 없는데 자연이 계속 겨울 셀로지네를 태어나게 할까요?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겨울 없이 삼계만으로 돌아가는 심장이 녹다의 세계를 보면 사실 남 일 같지만은 않습니다. 우리 지구도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지구 온난화 등 여러 문제로 병들어 가고 있으니까요.
주인공이 말로만 대륙 공적이라면서 위기도 없는 전개로 가지 않을까 내심 걱정도 했는데 기우였습니다. 한 편 한 편 위기가 닥쳐오고 새로운 전개를 보여주시는 작가님의 능력에 찬탄만이 나올 뿐입니다. 마법협회와 과학협회가 대립하고(처음엔 협회 이름들이 뭔가 성의가 없어 보여서 흑백 논리로 싸울 것 같기도 했는데 두 협회의 설정도 상당히 잘 짜놓으신 듯합니다) 계절의 비밀이 숨쉬는 심장이 녹다를 함께 즐겨 보아요.
추신1: 처음 해보는 포탈이라 떨립니다. 아, 과연 잘 될 것인가?
추신2: 작가님, 이건 절대 연참 압박 같은 거 아니니까 부담은 가지실 필요 없어요(씨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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