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시아 대륙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주제로 한 글입니다. 아래 내용은 본문에서 발췌했습니다.
『카이아스는 두 사람을 뒤에 남기고 테라스를 떠났다. 등불로 환한 복도에 들어서자 희미하던 음악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하지만 카이아스는 연회장으로 가지 않고 반대편 복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연회장과 멀어질수록 등불의 수가 줄어들고 어둠이 짙어졌다. 복도를 오가던 사람들도 사라졌다. 그런데 교묘하게 어둠만 골라 걷던 카이아스의 걸음이 점점 느려지더니 급기야 제자리에서 멈추었다. 카이아스는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자신의 앞 어둠을 응시했다. 창에서 넘어온 달빛이 복도 한쪽을 비껴 엇갈린 명암을 만들어 냈다. 그 극명한 대비를 바라보는 카이아스의 얼굴에는 바르가스와 슈아이가 보지 못한 감정들이 넘실거렸다. 비틀리고 어그러지고 찌그러진 더러운 감정들이었다. 카이아스는 천천히 팔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갈퀴에 쓸려가듯 넘실거리던 감정들이 떨어져 나갔다. 남은 것은 뒤틀어진 틈새를 메우는 허무함뿐이었다.
카이아스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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