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콧대와 날카로운 눈빛. 짧은 머리는 아닌데도 단정한 느낌을 준다. 키는 180을 훌쩍 넘고 와이셔츠 안으로 비치는 잘 발달된 이두근과 복근이 매력적이다. 얼핏 보면 가까이 다가가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무섭지만, 같이 지내다보면 엄청 친근감 있는 녀석이다.
그런 남자의 거친 입술이 내 입술을 향해 한 마리의 야생마처럼 달려들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에 허벅지를 간신히 가린 스커트를 꽉 움켜서 그런지 구겨진 것 같다.
몇 초가 지났는지, 어쩌면 몇 분이 지났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것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세상에는 이 남자의 입술과 내 입술만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녀석은 좀 더 나를 조여 왔고 심지어는 입을 살짝 벌려 혀끝으로 내 입술에 노크를 했다. 입 안에서 혀를 움직인다는 건 평소엔 사사로운 것임인데도 지금은 왜 이렇게 크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오늘 아침에 가볍게 바르고 나온 후르츠 립틴트의 특유 향이 녀석의 입술에 벤 것 같다.
손은 땀으로 가득차고, 하이힐을 신었는데 자세가 어정쩡해서 발끝이 욱신거렸다. 그렇다고 움직일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이번엔 녀석은 입술을 맞댄 채로 와락 안았다. 그 때문에 긴 머리카락이 흐트러지면서 시야를 모두 가렸다.
눈을 감을 수 없었고, 오히려 뜨거운 소금물이 샘에서 나와 볼의 계곡을 타고 흘렀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이 가슴 구석에서부터 솟구쳤다.
만난 지 고작 다섯 시간밖에 안 된 남자한테 첫 키스를 빼앗기다니! 소중하게 지켜오던 것을 이렇게 쉽게….
게다가 녀석 역시 한 번도 키스를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는데…. 어째서 나한테 달려든 거지? 어째서 나와 입을 맞춘 거야? 내 어디가 좋은 건데?
솔직히 잘생기고 틈 없는 이런 남자한테 첫 키스를 준다는 건 평범한 여자로선 인생의 한 번뿐인 행복의 하나일지도 모르겠지만, 난 전혀 그렇지 않다고! 젠장, 오히려 더럽고 짜증 나.
당연한 거 아냐?
빌어먹을, 나도 남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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