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목동 소년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겠습니까?
카이언루스력 988년, 신성 로카르딘 제국의 속주인 그로넬의 한 평화로운 영지에서 무료한 나날을 보내던 16살 된 목동이 있었습니다. 평범한 키에 글도 읽을 줄 모를 정도로 무식한데다 싸움도 못해서 또래 남자애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아주 보잘 것 없는 소년이죠. 하지만 그런 그에게는 어렸을 적부터 함께 자란 네냐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소녀가 있습니다. 둘은 서로를 좋아하는 마음을 감춘 채 티격태격 다투지만 어떤 사건들을 통해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고 부모님들의 허락을 받아 약혼하게 됩니다.
하지만 행복한 나날들은 너무도 빠르게 지나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사랑하는 소녀와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 9개월이 흐른 끝에 처음 접하게 된 그녀의 편지를 조심스럽게 뜯어봅니다. 영원히 사랑한다는...그리고 언제까지나 기다리겠다는 그녀의 고백을 듣고 소년은 마지막 눈물을 흘립니다. 그리고는 사랑하는 소녀를 위한 노래를 바람에 대고 속삭입니다. 자신의 사랑을 노랫가사와 함께 그녀가 있는 곳까지 전해주기를 바라며...
바람이 될 수 있다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대의 곁으로 날아갈 수 있을 텐데...
바람이 될 수 있다면
그대가 외로움에 젖어 누군가를 애타게 찾을 때
따듯한 봄의 미풍으로 그대의 어깨를 다정히 감싸 주었을 텐데...
바람이 될 수 있다면
그대의 뺨에 흐르는 눈물방울을
그리움과 함께 저 멀리 날려주었을 텐데...
사랑하는 소녀여, 미안해요.
나는 바람이 될 수 없답니다.
그래서 그대를 향한 나의 변함없는 사랑을
바람에 대신 실어 그대에게 보내봅니다.
지금 그대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스치는 바람에
누군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다면 귀를 기울여 주세요.
그대가 듣는 것 내 영혼의 고백이니...
바람은 그대의 곁에 항상 머물 수는 없지만
영원히 그대를 향해 불고 있답니다.
나의 애틋한 사랑을 담아...
그렇게 사랑하는 소녀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16살의 어린 나이에 뜨거운 피를 뒤집어 쓴 소년은 세월이 흘러 어른으로, 그리고 전란의 900년대 말기를 장식하는 불멸의 신화가 되어갑니다. (현재 2부의 시작인 'Chapter X 불사의 백부장'이 연재중입니다.)
그럼 운명의 바람이 어디로 흐르는지 본편에서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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