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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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향 10화 - 칠령육검의 계

작성자
티아마스
작성
09.01.02 23:38
조회
866

그대를 위해

길을 떠났네.

그 길로 돌아왔네.

베를 찢어 가는 길

굽이굽이

동전을 얹었네.

가시 돋은 문턱

살래살래

꽃으로 쓸었네.

세 번 옷 털어

돌아 오지 못한 그 이름

버리는 길일세.

- - -

불라국 오구 대왕은 부인을 얻는 게 소원이었습니다. 신하들은 정성을 다해 길대 부인이라는 좋은 신붓감을 찾았습니다. 오구 대왕은 한시라도 빨리 결혼하고 싶어 당장 길일을 맞춰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길일을 찾던 점쟁이가 인상을 쓰며 말했습니다. ‘한 해 더 기다려 다음해에 결혼하면 세계를 다스릴 아들 셋을 얻겠지만, 올해 결혼하게 된다면 딸만 일곱을 낳게 됩니다.’ 그러나 외로움을 견딜 수 없었던 오구 대왕은 점쟁이의 말을 무시하고 맙니다. 그러나 점쟁이의 예언대로 일곱 딸이 태어나자, 자신의 잘못을 잊은 오구 대왕은 막내 공주를 버리라고 명령합니다. 길대 부인은 눈물을 머금고 약지를 끊어 아이의 옷섶에 ‘바리’라는 이름을 새기고, 젖 한 번 물려보지 못한 아이를 상자에 담아 바다에 띄워 보냈습니다. 다행히 닿은 곳에 바리 공덕 할아범과 바리 공덕 할미라는 좋은 부부를 만난 아이는 옷섶에 적힌 이름대로 ‘바리데기’라고 불리며 쑥쑥 자랐습니다.

그 사이 오구 대왕은 바리공주를 버린 벌로 중병을 얻었습니다. 그 병을 낫게 할 수 있는 약은 오로지 서천 약수뿐이었습니다. 그러나 만 명의 신하와 여섯 공주 모두 서천 약수 구해 오는 일을 거부했습니다. 길대 부인이 찾은 점쟁이는 바리공주만이 그를 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미 버린 공주를 찾는 길. 시동은 다행히도 바리데기를 보호하는 신의 인도에 따라 그녀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겨우 만난 부모. 만남을 기뻐하고, 버린 것을 원망할 수 있는 시간조차 길지 않았습니다. 바리데기는 서천 서역국으로 험난한 여행을 자청하고, 시련 끝에 동수자가 있는 약수터에 다다릅니다. 남자로 가장해 3년 고역을 받아들인 바리데기. 곧 여자임이 들통난 그녀는 일 대신 동수자의 세 아이를 낳아줘야 할 처지가 됩니다. 아이 셋을 낳고서야 약수와 약초의 위치를 가르쳐 춘 그는 망설임 없이 하늘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세 아이의 손을 잡은 바리데기가 막 궁으로 왔을 때는 병으로 몸마저 다 삭아 없어진 오구 대왕의 장례식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바리데기는 신하들과 배은망덕한 여섯 매부의 제지에도 관을 열어 아버지를 살리는 의식을 진행합니다. 재밖에 없는 관 속에 뼈 살이 꽃을 뿌리니 뼈가 생겨났습니다. 살살이 꽃으로 뼈를 훑으니 살이 돋았습니다. 약수 방울을 떨어뜨리니 멈췄던 피가 돌며 화색이 돌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숨 살이 꽃을 놓으니 막혔던 숨이 뻥 뚫려 장님 벙어리가 눈을 뜨고 말을 할 수 있게 될 만한 소리가 났습니다.

상과 벌을 가릴 시간이 왔습니다. 신의 아이인 바리공주의 세 아들은 저승으로 가 시왕十王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바리 공덕 할아비는 상여 노제, 바리 공덕 할미는 저승길 별비를 받아먹는 신이 되었습니다. 마음 씀씀이가 모자란 여섯 사위는 하늘로 올라가 좀생이별이 되었습니다. 저승에서 신과 교접하고 신물을 얻어와 부모를 살린 바리데기는 죽고도 평안을 얻지 못해 떠도는 가련한 영혼을 저승으로 이끄는 오구굿의 신, 무당의 시조가 되었습니다.

- - -

그대를 위해

꽃 들었네.

물 머금었네.

하얀 접시

쌀 위로

디딤발 찍는 길,

시루 안에 태운

심지 그을림에

모습 새겨,

다시 태어난다는 이 약속

잊지를 말게.

* * *

1년 중 가장 깨끗한 밤에 벌어지는 이야기,

도원向 2부 마지막 화 칠령육검의 계.

닿을 수 없는 낙원을 지켜 보는 슬픔을, 당신도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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