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32 매은
작성
07.02.10 23:57
조회
1,179

안녕하세요, 매은입니다.

작년 여름 일본을 여행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일본 고교야구의 대제전 여름 갑자원이 한창인 때였는데, 직접 가서 보지는 못했지만 밤마다 TV에서 그날의 경기를 편집해서 방송해 주더군요. 덕분에 한국에서 결과만 보던 예년보다 더 재밌고 현장감있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여행지가 오사카였다면 입장은 못해도 코시엔 구장 근처를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한때 고교야구를 즐겨보던 때가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동대문에 갔을 때에는 김진우의 진흥고와 류제국의 덕수상고의 결승이었는데, 당시 고교야구계를 양분했던 두 에이스의 맞대결을 기대하고 갔다가 류제국이었나가 안나와서 실망했던 기억이 있네요. 아마 봉황대기였나? 마지막 대회였는데 그 전에 두 학교 모두 우승을 해 놓아서인지 총력을 쏟지는 않더군요.

저는 프로야구를 좋아하지만, 학생야구도 좋아합니다. 그게 청룡기든 갑자원이든요.(미국 학생야구는 볼 기회가 없어서^^.;) 그네들의 플레이는 프로의 그것처럼 정교하거나 치밀하지 않지만, 프로 못지않은 열정으로 가득차 있어요.

그 열정은 무엇보다 순수합니다. 무엇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게임 그 자체에 몰두하는 청춘들이 한 순간 한 곳에서 발하는 빛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워 가끔 눈물이 날 때도 있어요. 그라운드에 서기 위해 그들이 버려야 했던 것은 인생에 가장 빛나는 시간이니까요.

대신 그들은 그라운드라는 자기들만의 세계를 얻고, 그 안에서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아픔을 알아갑니다. 그 속에서 생의 비밀에 한 걸음씩 다가가며 조금씩 성장해 가는 모습이야말로 프로가 주지 못하는 고교야구만의 감동일 겁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가 각자의 그라운드에서 그들처럼 성장해 왔기 때문이지요.

설아은님이 정규연재란에서 연재중인 <금화공자 양하연 전기>가 저에게는 고교야구와 비슷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작가분께서 전술한 바 있지만, 주인공인 양하연을 비롯하여 백약령, 심소군, 다향, 황보성, 양교진 등등..(다향은 좀 어리고 양교진은 상당한 조연이지만) 많은 인물들이 바로 그 인생에 가장 빛나는 한때-십대 후반의 소년소녀들이거든요.

가장 빛나기 때문에 오히려 짙게 드리워진 그늘을 통과해야 하는 그들은 길을 잃고 헤매이기도 하고, 때로는 넘어지기도 합니다. 그 과정은 비록 무협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이루어지지만 개성 넘치고 살아있는 인물들은 그것이 마치 내 이야기인양 넋을 잃고 뒤를 따르게 합니다.

그러나 정신없이 이야기를 따라가면서도 문득 가슴이 아려와 한 호흡 쉬게 되는 것은, 그들처럼 극적인 사건은 겪지 못했을지언정 그 속에 피어나는 감정은 우리도 겪어본 것이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그렇게 절실한 감정이입이 가능한 것은, 기교가 배제된 작가의 담백한 문장이 보기 드문 진정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구요.

많은 분들의 취향에 부합한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빛나는 글. 정규연재란, 설아은님의 <금화공자 양하연 전기>를 추천합니다.


Comment ' 1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연재한담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62035 한담 문피아가 달라지게 됩니다. +105 Personacon 금강 07.02.11 4,555 0
62034 한담 [자추] 여고생의 상큼발랄한 힘을 빌려.... +16 Lv.1 07.02.11 841 0
62033 한담 [홍보] 가이아 엘프 +5 Lv.15 오태경 07.02.11 408 0
62032 한담 [강추]무협과 퓨전(?)의결합!!샤이나크님의 사국지~! +4 Lv.8 NOreligi.. 07.02.11 567 0
62031 한담 [추천]어릴적 보던 후래쉬맨의 아련한 추억 +2 쟁쟁이 07.02.11 434 0
62030 한담 읽다가 어딘가 막히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소설 +1 Lv.6 파일주인 07.02.11 561 0
62029 한담 처음부터확끌리는소설 +10 절대마신 07.02.11 1,318 0
62028 한담 무협 추천받아요~ +6 Lv.1 GoMuFaNT 07.02.11 318 0
62027 한담 <추 천> 아직도 제목이 이해가 안가는....소설 +3 Lv.91 천풍해 07.02.11 809 0
62026 한담 추천받아요!! +5 Lv.10 Ruiner 07.02.11 290 0
62025 한담 추천]쌀이 떨어지기 전엔 글을 쓰지 않는다. +21 Lv.14 취검取劒 07.02.11 1,762 0
62024 한담 [추천] 현대물 유토피아, 더쉐도우 +6 Lv.46 蘗海 07.02.11 1,017 0
62023 한담 SL여동생 추천합니다(뭘 새삼스럽게;;) +6 Lv.1 카리엔 07.02.11 1,092 0
62022 한담 현대 판타지물 키즈멧 강력추천!! +2 Lv.63 신마기협 07.02.11 675 0
62021 한담 무협 관련하여 추천 부탁드립니다. +2 인즈 07.02.11 628 0
62020 한담 [추천]ArtoriaRomance (아르토리아 로망스) +14 Personacon 네임즈 07.02.11 1,085 0
62019 한담 헐...천하제일협객. +11 Lv.88 케너비스 07.02.11 1,392 0
62018 한담 [추천]하늘과땅의시대 +3 Lv.1 맛동큼차 07.02.11 670 0
62017 한담 [추천] 수막님의 '한사곡' +2 Lv.6 명상천하 07.02.11 657 0
62016 한담 제목변경은 역시 어렵군요. +4 Lv.17 두드리자 07.02.11 648 0
62015 한담 소설추천좀 부탁드려요^^ +1 Lv.29 落花 07.02.10 263 0
» 한담 [추천] 설아은님의 <금화공자양하연전기> +16 Lv.32 매은 07.02.10 1,180 0
62013 한담 소설 추천좀요 Lv.1 haro 07.02.10 221 0
62012 한담 먼치킨 소설을 추천 해주십시오 +13 조호 07.02.10 1,186 0
62011 한담 수호기사 관련글 추천해주세요 +10 Lv.39 닉스경 07.02.10 398 0
62010 한담 [추천] 가우링님의 '이나라의요괴들' +6 Lv.4 리빙북 07.02.10 369 0
62009 한담 "사랑해요." +2 Lv.1 청소하자 07.02.10 467 0
62008 한담 황제의 검, 이것 참... +29 Lv.53 파천황검 07.02.10 1,919 0
62007 한담 제가 원하는 소설이 뭔가 알아냈습니다 +10 Lv.1 수라각 07.02.10 942 0
62006 한담 좌백의 천마군림 +12 Lv.1 복분자 07.02.10 1,397 0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