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매은입니다.
작년 여름 일본을 여행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일본 고교야구의 대제전 여름 갑자원이 한창인 때였는데, 직접 가서 보지는 못했지만 밤마다 TV에서 그날의 경기를 편집해서 방송해 주더군요. 덕분에 한국에서 결과만 보던 예년보다 더 재밌고 현장감있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여행지가 오사카였다면 입장은 못해도 코시엔 구장 근처를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한때 고교야구를 즐겨보던 때가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동대문에 갔을 때에는 김진우의 진흥고와 류제국의 덕수상고의 결승이었는데, 당시 고교야구계를 양분했던 두 에이스의 맞대결을 기대하고 갔다가 류제국이었나가 안나와서 실망했던 기억이 있네요. 아마 봉황대기였나? 마지막 대회였는데 그 전에 두 학교 모두 우승을 해 놓아서인지 총력을 쏟지는 않더군요.
저는 프로야구를 좋아하지만, 학생야구도 좋아합니다. 그게 청룡기든 갑자원이든요.(미국 학생야구는 볼 기회가 없어서^^.;) 그네들의 플레이는 프로의 그것처럼 정교하거나 치밀하지 않지만, 프로 못지않은 열정으로 가득차 있어요.
그 열정은 무엇보다 순수합니다. 무엇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게임 그 자체에 몰두하는 청춘들이 한 순간 한 곳에서 발하는 빛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워 가끔 눈물이 날 때도 있어요. 그라운드에 서기 위해 그들이 버려야 했던 것은 인생에 가장 빛나는 시간이니까요.
대신 그들은 그라운드라는 자기들만의 세계를 얻고, 그 안에서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아픔을 알아갑니다. 그 속에서 생의 비밀에 한 걸음씩 다가가며 조금씩 성장해 가는 모습이야말로 프로가 주지 못하는 고교야구만의 감동일 겁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가 각자의 그라운드에서 그들처럼 성장해 왔기 때문이지요.
설아은님이 정규연재란에서 연재중인 <금화공자 양하연 전기>가 저에게는 고교야구와 비슷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작가분께서 전술한 바 있지만, 주인공인 양하연을 비롯하여 백약령, 심소군, 다향, 황보성, 양교진 등등..(다향은 좀 어리고 양교진은 상당한 조연이지만) 많은 인물들이 바로 그 인생에 가장 빛나는 한때-십대 후반의 소년소녀들이거든요.
가장 빛나기 때문에 오히려 짙게 드리워진 그늘을 통과해야 하는 그들은 길을 잃고 헤매이기도 하고, 때로는 넘어지기도 합니다. 그 과정은 비록 무협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이루어지지만 개성 넘치고 살아있는 인물들은 그것이 마치 내 이야기인양 넋을 잃고 뒤를 따르게 합니다.
그러나 정신없이 이야기를 따라가면서도 문득 가슴이 아려와 한 호흡 쉬게 되는 것은, 그들처럼 극적인 사건은 겪지 못했을지언정 그 속에 피어나는 감정은 우리도 겪어본 것이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그렇게 절실한 감정이입이 가능한 것은, 기교가 배제된 작가의 담백한 문장이 보기 드문 진정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구요.
많은 분들의 취향에 부합한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빛나는 글. 정규연재란, 설아은님의 <금화공자 양하연 전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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