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이란 이런 소설에게 쓰는 말일 것입니다. 피와 살이 튀고 금방이라도 모니터에서 내장조각이 뚝뚝 떨어질것같은 잔혹함. 그것이 바로 대뇌분열님의 소설 '잔'의 전체를 뒤덮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이 소설이 잔혹함만이 전부이냐.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극강의 잔혹함은 소설 분위기 업을 위한 양념정도에 불과합니다. 이 눈튀어나올것 같은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스토리'와 '필력'입니다. 하나 하나 논해보죠.
이 소설의 스토리는 아주 웰메이드한 스릴러를 연상시키는 스토리입니다. 복선에 복선. 반전에 반전. 독자들도 나름대로 두뇌싸움을 해 보지만 대부분 작가분의 승리. 독자분들은 작가분에게 농락당하지만 전혀 기분나쁘지 않고 기분좋게, 멋지게 농락당했다.. 라는 기분이 들게 만듭니다. 이렇게 멋지게 스릴러성을 띄고 있는 판타지, 제 기억에는 없습니다. 정말로 치밀한 구성에 탄탄한 스토리, 반전에 반전이 압권입니다. 거기에다 연관된 스토리 2개를 번갈아가면서 쓰는 방식, 까딱하면 독자들의 흥미를 반감시킬 이런 모험적인 서술방식을 완전히 소설에 대한 흥미배가로 만들어 버리는 작가분의 능력에는 아주 엄지손가락 치켜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모험적인 스토리 전개는 그 모험적인 태도 하나는 높이 사줘야 하지만 정작 작품성 자체는 떨어뜨려 버리는 경우도 종종 보는데 이 소설에는 그런 걱정 하실 필요 없습니다. 모험적인 스토리 전개방식이 소설 분위기 업시키는 동시에 재미를 더해주니까요.
그리고 작가분의 필력을 논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 필력이 좋다 나쁘다의 기준이 뭔지는 사실 저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소설속의 피와 살이 튀는 잔혹한 광경이 눈앞에서 그려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면 그것은 분명 작가분의 필력이 뛰어난 탓이겠죠. 그런 소설 있잖습니까. 보다보면 마치 영화처럼 그 광경이 절로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그런 소설. 바로 그것이 잔입니다. 피와 살이 튀는 잔혹함과 그 잔혹함을 아우르며 소설 전체를 덮고있는 어두운 분위기가 작가분의 기막힌 필력과 맞물려 소설을 한편의 잔혹 스릴러 판타지 영화를 보는 것같은 느낌을 주게 만들었습니다.
이건 경이롭기 까지 한 작가분의 필력덕임에 분명합니다. 전에 소설 많이 쓰셨다고 했는데 과연! 하는 감탄 다시한번 하겠습니다.
사실 잔을 모든 분들에게 추천해 드리기는 조금 뭐한 구석도 있습니다. 작가분이 소개글에 쓰셨듯이 반종교적인 색채가 좀 짙은 편이고, 잔혹함의 강도가세기 때문에 잔혹함을 혐오하시는 분께는 추천해드리기가 뭐합니다. 작가분의 필력이 뛰어나 광경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이 잔혹함을 싫어하시는 분께는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극렬 잔혹 혐오자가 아니시라면 한번쯤 참고 보시라 할 정도로 잔은 정말 좋은 소설입니다. 언제까지 트렌드에맞는 소설만 보실겁니까. 이런 소설이 조회 백만 돌파하고 출판도 되고 해야 한국 장르문학시장이 다양해지는것 아니겠습니까. 잔. 정말 강추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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