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작가들은 글이 무너지는 경우가 있고는 한다.
특히 경험이 부족한 작가들이 갑자기 큰 인기를 끌었을 때 그런 현상은 더 두드러진다.
과분한 칭찬으로 인해, 때로는 감당이 되지 않는 악플로 인해.
나 역시 그런 적이 있었다.
“원래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먹는 것처럼 1등도 해 본 사람이 잘 하는 거야!”
글이 무너져 가는 것을 보며 괴로워하는 나를 보며 선배님께서는 내게 이런 말을 하셨다.
“그럼 전 어떡해야 하나요?”
“그냥 써! 넌 지금 말해줘도 몰라! 망하고 나서 찾아와”
“…….”
그리고 난 글이 산으로 갔다가, 바다로 가고, 때로는 같은 패턴이 반복되다 결국엔 연중을 하고 말았다.
과분한 인기에도 불구하고 하고 비축분이 없었고, 독자들의 댓글에 휘둘렸다.
“악플은 신경 쓰지 마. 연재를 시작한 작가는 그냥 숫자만 보면 된다. 넌 숫자로 이미 네 글이 재미있다는 걸 증명했잖아!”
또 다른 선배님께서 조언을 해주셨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무런 댓글도 없는 무플 보다는 욕이라도 좋으니 댓글이 달리는 인기 있는 글이 낫다고 하셨지만, 욕은 아무리 먹어도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망하고 나서 핵직구 선배님을 찾아갔다.
“저 망했습니다. 제가 뭔가 문제였는지 말씀해주세요.”
“넌 글을 잘 쓰려고 해서 망했다.”
“네? 그게 무슨 이상한 말씀이세요.…….”
“진짜 좋은 글은 작가의 무의식속에서 나오는 거다. 그리고 넌 처음 글을 썼을 때는 그저 글을 쓰는 즐거움으로 글을 썼는데, 뜻하지 않은 인기를 얻고선 글을 잘 쓰겠다는 건방을 떨었지.”
“……?!”
“한글 프로그램 없으면 한글도 잘 모르는 놈이 문장에 힘이 들어가고 꾸며내려 했잖아. 형이 얘기했지. 문장은 쓰다보면 느니깐 신경 쓰지 말라고!”
“거야 저도 형처럼 이왕 표현하는 거 좀 멋있게 써보려고 한 거죠.”
“그러니깐 망한 거야. 고작 글 쓴지 1년 된 놈이 10년 된 작가의 문장을 따라가려고 했으니깐.”
“…….”
또 잘난 체였다.
“게다가 넌 문장의 함정도 모자라 개연성에 발목 잡혀 설정충이 되어갔잖아.”
“그거야 자꾸 독자들이 말이 안 된다고 뭐라고 하니깐…….”
“원래 현실은 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많은데, 오히려 픽션을 쓰는 소설에서는 더 말이 되게 쓰려 하는 이상한 놈들이 있지. 그게 너야!”
“그래도 설명을 해줘야…….”
“이미 네가 장르소설을 쓰는 것과 동시에 네 글을 읽는 독자와는 암묵적인 합의를 이룬 상태다.”
“네?”
“판타지에서는 마법을 배우면 하늘을 날수도 있지? 그건 말이 되냐?”
“그거야 판타지이니깐.”
“그래. 그거야! 나가봐 게임해야 돼!”
장난하나?
기껏 조언을 구하려 왔더니 나가보라니.
참을 만큼 참았다.
그런데 이어진 선배의 말은 내 입을 다물게 했다.
“네 글이 재미있다고 했잖아. 그런데 넌 가장 중요한 것을 간과했다. 문장을 잘 쓰는 작가들은 이 바닥에 수도 없이 많다. 그런데 재미있게 쓸 수 있는 작가들은 그리 많지 않다. 넌 재미있게 글을 썼으면서 다른 곳에 한눈을 팔았잖아. 그리고 정작 매번 조언을 구하면서도 이미 눈과 귀를 닫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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