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90%의 사실과 10%의 픽션임을 알려 드립니다.
글을 쓰는 일을 하다보면 끊이지 않고 심마가 찾아온다.
심마가 찾아오는 이유는 수도 없이 많았고, 극복해 내는 방법도 제각각이었다.
심마가 심할 경우에는 몇 년간 쉬지 않고, 글을 쓰던 분이 한동안 글을 쓸 수 없을 만큼 심한 경우도 있었다.
나 역시 마치 홍역을 앓는 것처럼 지독한 심마에 빠진 적이 있었다.
그것도 뫼비우스의 띠에 갇혀 끝없이 수정을 반복하는 빌어먹을 마법에 걸렸다.
심마를 극복하는 방법 중에 가장 무식하면서도 효과가 좋은 것은 바로 엉덩이로 뚫어 내는 것이다.
글이 써질 때까지 20시간이든, 30시간이든 앉아서 계속 쓰는 것이다.
“너 아직도 그러고 있냐?”
“분명히 잘 쓴 것 같은데 쓰고 나서 읽어보면 마음에 안 드네요.”
보통 선배작가님들께서는 먼저 조언을 구하지 않으면 다가오지 않으셨다.
그리고 조언을 구하고, 대답을 들어놓고도 새겨듣지 않는 걸 싫어하셨다.
이미 한번 조언을 구했던 선배님이었다.
물론 좋은 말인 건 알겠지만, 와 닿지가 않아서 흘려들었지만 말이다.
“야! 너 처음에 쓴 글이 제일 재미있다는데 왜 자꾸 그러고 있냐?”
“그게 마음에 안 들어서…….”
“넌 내가 누구라고 생각 하냐?”
“네?”
“내가 이 바닥에서 10년을 버틴 놈이야! 근데 내가 재미있다고 하잖아!? 내가 재미있다고 하면 재밌는 거야! 근데 네가 뭐라고 자꾸 그걸 뜯어 고치고 있는 거냐고!”
탑 클래스의 선배님이었다.
내 글이 내가 마음에 안 든다는데 오히려 내게 화를 냈다. 뭔가 기분 나쁘지만 그래도 위로가 되는 것 같았다.
설득력이 있었다. 그저 재미있다는 말 한마디이었을 뿐이었는데, 그 말을 하는 존재의 위치 때문인지 무게감이 달랐다.
그렇게 난 엉덩이로 뚫어 내지 못했던 심마를 이겨낼 수 있었다.
내가 쓴 글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본인이 확신을 갖지 못했었는데, 그 선배님이 대신 확신을 갖게 해주셨다.
\'재미있다고!\'
기껏 지독한 심마를 이겨냈는데 얼마 되지 않아 또 다른 심마가 찾아왔다.
이야기에 터닝포인트를 주어야 할 시점이 됐는데 마땅한 사건이 떠오르지를 않았다.
그래서 다시 홍역 같은 심마를 극복하게 해준 선배님을 찾아갔다.
보통 다른 선배님들께서는 예시를 들거나, 경험을 토대로 이럴 땐 이렇게 해야 한다는 식으로 길게, 마음이 상하지 않게 조언을 해주는데 그 분은 달랐다.
조언을 구하면 바로 핵직구가 날라 왔다.
머리에 아예 뇌리가 박힐 정도로…….
주의 사항이 있다면 멘탈이 붕괴될 수도 있었다.
옆자리를 쓰던 선배님께서는 따로 독립을 하셔서 개인 사무실을 차렸기에 일찍 퇴근을 하고 선배님의 사무실로 찾아 갔다.
선배님께서는 아주 우아하게 음악을 듣고, 커피를 마시며 게임을 하고 계셨다.
“안녕하세요!”
“어. 그래”
다행히 대답을 해주시긴 했는데, 날 쳐다보지는 않았다.
뒤통수에 대고 요즘 어떤 이유로 글이 풀리지 않는지 설명을 했다.
“다 죽여 버려!”
“현판, 일상물입니다만…….”
“아. 그래? 그럼 뉴스 봐라!”
“네?”
“뉴스에 사건, 사고 많이 나오잖아. 대충 마음에 드는 거 하나 골라서 각색해!”
“그건 표절 비스무리 한 게 아닐지……. 그리고 너무 평범하지 않을까요?”
“피카야! 너무 특이한 것만 찾지 마라! 진정한 대가는 특이한 소재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똑같은 소재로도 어떻게 글을 풀어나가느냐에 있는 거다.”
“아! 그렇군요.”
“그리고 그런 대가가 바로 내 앞에 있지! 형 소설 봐라! 뭐 특이한 소재 있디? 다 워낙에 필력이 좋으니 글이 재미있고, 인기가 있는 거잖아!”
“맞네요. 형 소설이 별 내용이 없기는 한데 재미있긴 하더라고요. 인기도 좋고.”
“나가”
“네?”
“나가라고!”
갑자기 정색을 하셨다.
별 내용 없어서, 별 내용 없다고 했는데, 자기가 먼저 말해서 그저 장단을 맞혀 준건데…….
아무튼 난 다시 한 번 심마를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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