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략) 그리하여 마법사는 '그'에게 질문했다.
"뭔가 새로운 소설은 없습니까."
'그'는 대답을 하는 대신, 마법사에게 반문했다.
"미안하지만 그건 너무 범위가 넓어서 대답을 해줄 수 없군. 좀 더 좁은 범위로 말해주겠나?"
마법사는 그 질문을 미리 예상했는지, 막히지도 않고 술술 대답해갔다.
"지금까지의 우유부단 찌질이 무뇌 주인공이 아닌, 괴팍하거나 성질이 더럽거나 인간의 한계에 달할 정도로 사악하거나 피도 눈물도 없거나 아예 인성이라는 게 없다던가 하는 식으로 네거티브한 쪽으로 굉장히 많이 치우친 소설을 원합니다."
"극단주의자로군, 너는."
마법사는 침묵을 지켰다. '그'는 개의치 않고 계속 말했다.
"그런 식의 극단을 추구하면 조만간 마도의 늪으로 빠져들어가 흑마법사가 될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래도 정녕 그런 소설을 원하는가?"
마법사는 즉답했다.
"네."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나 젊은이들은 자신이 어떤 함정에도 빠지지 않을 거라 자만하여 앞만 보고 질주하기 마련이다. 그러다가 바닥의 구멍에 빠지기 쉽상이지.
"'악인'이라는 분이 정연란에 연재하고 있는 '절대악인'을 읽어라. 잔혹비정한 악인에 대한 처절할 정도로 슬픈 이야기다. 인간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것조차 가지지 못한 채로 세상에 던져진 그의 모습은 마치 모비 딕을 사냥하는 에이하브와도 닮았다. 동원하는 방법은 지극히 이성적──아니, 이상적이라고 해도 되겠지. 그러나 그 목적은 광기 그 자체다. 그래도 읽겠느냐?"
마법사는 침묵했다.
그리고 새벽이 왔다. '그'는 알 수 없는 미소를 남긴 채로 사라졌다.(후략)
이상, 몸은 검으로 되어 있는 R모君의 추천이었습니다.(아는 사람만 아는 개그)
Commen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