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판의 작품들을 보면 살인 및 각종 범죄 행위가 많이 나옵니다. 물론 주인공은 그러한 것을 막고 벌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만, 때로는 주인공이 그러한 행위의 주체가 되기도 하지요. 작품이 범죄 장려가 목적이 아닌 이상, 주인공의 행동에는 나름대로의 정당성이나 피할 수 없는 이유 등이 있거나, 또는 주인공은 악인에 가깝지만, 그 주인공을 바라보는 작가 및 독자의 시선은 비판적이고 안타까운 경우가 많지요.
그런데 작품 중에는, 주인공은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여기고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데, 그러한 주인공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묘사/설명/문체 등으로 보아 그러한 것을 전혀 비판적으로 보지 않고 신난다 혹은 통쾌하다라는 느낌으로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소설은 독자가 작품에 몰입이 되어야 하는 것이며 특히 주인공이라면 그 느낌, 생각 등을 공유하며 자신과 일치화를 시키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악하고 개념 없는 주인공을 보고 환호하는 작가 및 독자라는 건 뭔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요?
악한 인물 혹은 정상이 아닌 사고를 하는 인물 등을 그려내는 작품들도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바라보는 시선은 그 인물이 악하다는 것 혹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요. 때로는 아주 객관적으로 묘사가 되기도 하구요. 하지만 환호는.. 글쎄요. 과거 독일군이나 일본군의 만행을 비판적/객관적으로 묘사한 다큐멘터리나 영화 등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동조하고 환호하는 입장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라면, 보고 어떤 느낌이 들까요?
비약이 있기는 하지만 같은 선상의 문제가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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