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관중의 묵경'이란 작품 연재를 시작합니다. 훌륭하신 여러 선배님들의 글 동냥만 하다가 왠지 모를 신명이 지펴 저도 모르게 자판을 두들긴 결과물입니다. 감히 여러 선배님들의 글과 어깨 겨룸을 하기에는 천박하고 비루한 품재를 거두고 있었음을, 이 글을 쓰면서 많이 느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글을 올리는 것은 제 몸이 흘린 작은 땀방울에 대한 제 마음의 위로입니다. 비린내 나는 문장이지만 엄연히 제 노고가 들어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얼마나 읽어 주시고, 얼마나 팽개쳐 버리실지는 모르겠습니다. 애시당초 그런 것을 바라고 쓴 것은 아니니까요. 여하튼 이제 험한 무협의 세계에 진검을 들고 초출하는 말학에 대한 애정을 주셨으면, 감히 청하옵건대.
제 이야기의 주된 줄기는 이렇습니다.
처음은, 삼국지를 쓴 나관중이 주원장에게 끌려와 주원장의 요구대로 또 하나의, 일반이들이 모르는, 혹은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쓴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무림에 관한 얘기입니다. 그런데 사실, 사실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삼국지를 통해 드러난 관중의 세계관과 주원장이 가진 세계관이 별무상관이라, 관중은 울며겨자먹기로 '무'에 관한 얘기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 뒤부터는 본격적으로 무림의 얘기가 펼쳐집니다. '파혈주'라는, 한 문파의 문주를 중심으로 고수들로 이루어진 가족들이 약자의 편에서 백성과 민중을 위해 노력하는 내용입니다. 그들의 사상적 배경은 '묵경'이란 제목에서처럼 춘추시대 공자의 유가와 쌍벽을 이루었던 '묵자'의 사상입니다. 그들의 사상이야 읽어 보면 아시겠지만, 현재의 '사회민주주의자'나 혹은 '공리주의자'들 정도나 될까요. 그들이 꿈꾸는 이상 사회를 위한 노력이 큰 기둥일 것 같습니다.
솔직히 구상하고 있는 내용이 그다지 재미는 없을 것 같군요. 고아가 운좋게 온달처럼 되어 입신 양명하게 되거나, 주인공이 일취월장하면서 무공을 배우고 통쾌하게 복수하거나, 정과 사라는 그 분명하지도 않은 것 속에서 고민하거나, 주로 '흐흐흐흐'라는 웃음을 달고 나타나는, 얼굴없는 주재자의 유치한 음모 따위는 나오지도 않습니다.
인물들이 칼질만 해대는 것이 아니라 칼질 하나에도 철학이 있고, 세계관이 있는 그런 무인들을 그리려고 노력했습니다. 제가 무협지에서 늘 불만인 게 도가 문파들이 아무렇게나 칼질을 해대면서도 자신이 수양한 세계관과 아무런 충돌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시정잡배들보다 더 많은 고통과 고민, 불안, 고독을 느껴야 됨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그런 것을 살려보려 했습니다. 그리고 배경이 주원장 말년인데, 당대의 사상적 흐름도 좀 다루고자 했습니다. 파혈주로 대표되는 공리주의자들과 유가의 충돌, 그들의 숭고한 이념과 신념, 뭐 그런 것들입니다.
사설이 길었는데, 그냥 웬만하면 무협지에서 흔히 사용되는 일반적인 코드들은 대부분 배제할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무위가 뛰어난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은 무조건 이뻐야 된다는 그 매력적인 코드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무슨 대단하고 거창한 이야기 같습니다만, 그냥 '무'에 관한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또 솔직히 완결할 수 있는 이야기인지는 제 스스로도 가늠하기 힘듭니다. 재주가 알량해서 제가 의도한 내용을 채울 수 있을지도 걱정되구요. 하지만 쓸 때까지는 써 볼 생각입니다.
좋은 주말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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