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작품 모두 최근에 소생이 읽은 작품 중 수작에 꼽힌다고할 수 있겠군요.
현민님의 [용사]를 보자면 전체적인 줄거리는유유히 흐르는 대하처럼 잔잔히 진행된다고 볼 수 있겠다.
주인공 무겸은 천재 이상의 존재다.
이 소설의 근간이 되는 소설속의 소설인 영웅록의 좌벽과 기이한 인연으로 연결되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좌벽의 기연을 얻어 소설속에 등장하는 가상의 문파인 오행문의 실재 전인이 된다는 얘기.
그런데 내가 주목한 것은 작가의 상상력이다.
그는 주인공이 습득하는 무공을 해석하는데 상상력의 허를 찌르는 무한의 기지와 신선함으로 독자들의 호기심을 무차별 난도질하며 몰입에 빠져들게한다.
창조경이라는 신선한 경지.
중단전과 상단전의 드러나지않은 무서운 효용에 대한 암시.
무공에 대한 탁월한 지식과 해석력.
단언컨대 이런 능력은 갖고 싶다고 가져지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엔 미르영님의 [마람]을 살펴본다.
[용사]가 조용한 대하의 흐름이라면 마람은[ 해일]이다.
베트남 밀림에서 벌어지는 전쟁액션,
그런가했는데 느닷없이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SF로의 전환에 이은 존재를 감춘 이계인들과 벌이는 숨막히는 무술액션.
그 와중에 끊임없이 독자들에게 던져지는 의문과 의혹, 그리고 기대감과 충족감에 빠져들다보면 장면은 어느새 우리민족의 고대사 밑바닥을 훑어내리고 있다.
이야기는 어느새 태초의 창시자 환님의 시대로 가 있으면서 환의 멸망과 이계인들의 음모가 살짝 드러난다.
와중에 주인공이 습득하는 가공할 기연들.....
그리고 주인공이 시간여행을 하는 사이에 어느새 이십여년이 흘러서 1999년의 서울로 장면전환.
나이는 47세로되 생긴건 여전히 20세인 주인공.
그는 모종의 인연으로 인하여 당시의 안전기획부요원이 된다.
그리고 서울에서 알게되는 과거의 음모와 자신의 인연에 얽힌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나고.....
여기서 독자를 압도하는 것이 바로 주인공이 익히는 상상불허의 막강한 위력을 지닌 고대의 무술이다.
이 무술들은 기존무협에서 제시하는 그런류의 무공이 결코 아니다.
이 무공은 태초의 창조신인 환의 힘인데 이 것은 무공이라기 보다 신의 능력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나을 듯하다.
주인공은 이 신의 능력을 조금씩 자기 것으로 소화하면서 점점 이계의 막강한 파워에 도전해 나간다.
작가는 동양고대의 전설과 신화를 역사적으로 재해석했으며 그 논리는 섣불리 반박할 수 없을만치 논리정연하다. 무공의 해설과 역사해석은 작가가 쏟아부었을 노력을 엿보게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완벽한 것은 아니다.
어디에서나 있듯이 옥의티는 있다.
[용사].....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의 전개에 뼈대처럼 등장하는 것이 바로 소설속의 소설 영웅록이다. 너무나 그 영웅록이라는 소설에 스토리를 맞춰가다보니 영웅록에 등장하는 인물을 그대로 실제에 재현시켜서 흥미를 반감했다.
허나 가장 눈에띄는 것은 논리의 부재가 곳곳에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또한 영웅록이다.
-좌벽은 오행문의 실존인물로서 무림을 종횡하다 사건에 휘말려 무림공적으로 낙인찍힌 뒤 무림에서 사라진다.
그 바람에 오행문은 지하로 숨어들었는데 그들 일파가 사천당문에 숨어있다는 설정이다.
문제는 그런 좌벽의 일대기를 다룬 소설이 바로 영웅록이라는 것이다.
영웅록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영웅록을 읽지않은 사람과는 대화가 안된다라는 식으로 작가는 영웅록의 인기를 적고 있다.
그 때문에 주인공 무겸도 어려서 부터 영웅록을 탐독하여 스스로 좌벽이 되겠다는 꿈을 꾸기에 이르는 것이다.
주인공 무겸과 만나는 그 누구도 영웅록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 용사에서 영웅록은 작품의 근간이 될 정도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
문제는,
좌벽이 무림 공적이 되었다는데 있다.
설마 무림공적의 뜻을 모르는 독자는 없으리라.
요즘으로 치자면 좌벽은 국가가 가장 금기시 여기는 북한의 김정일과 같은 존재인 것이다.
그런 무림공적의 일대기를 다룬 소설이 세상에 활개치느,ㄴ 것을 멀쩡히 두 눈뜨고 지켜볼 무림의 문파는 없을 것이다. 당연히 그 소설은 금서가 되어야하고 모든 서적은 회수되어 소각될 것이며 만약 비밀리에 읽는 자는 처단될 것이다.
그 것이 무림공적에 대한 예우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작가는 이 것을 간과해버렸다.
말로는 좌벽이 무림공적이고 오행문이 그 바람에 지하로 숨어들었다고 설정해놓고 진행은 모든 사람이 좌벽을 영웅으로 떠받들도록 묘사하고 있으니말이다.
[마람].......배트남 정글에서 부터 한국으로 돌아 온 뒤에도 계속 이어지는 기연의 행진. 기연 그 자체는 흥분되는 것이지만 너무 흔하게 반복되면 기연은 더 이상 기연이 아니다.
좀더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괜찮았을 걸하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다.
서울에서 만난 작은 아버지 김훈. 그는 기업가로서 모든 재력을 쏟아부어 주인공을 위한 연구소를 설립하고 그 곳에서 차원의 문을 여는 실험을하여 일정수준 성공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하지만 때는 바야흐로 1999년.
우리나라 과학의 밑천으로는 그러한 설정이 너무나 공감대를 형성하는대 거리감을 느끼게한다는 것이다. 2010년 이후라면 모를까.....
이 부분에서 작가는 분명 줄곧 유지해 오던 논리의정연함이 크게 흐트러짐을 스스로도 느꼈음인지 갑자기 장면의 흐름이 거칠어지고 호흡이 빨라졌다.
마치 다리에 감겨드는 귀찮은 장애물을 어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듯이 작가는 서둘러 다음장면으로 넘어갔다.
김훈의 연구소는 다시한번 찬찬히 연구해볼 문제인듯하다.
두 작품의 유난히 눈에 띄는 옥의티를 지적했으나 그 티끌만한 단점이 옥의 광채를 가릴 수는 없다. 그런 티끌이야 얼마든지 제거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내용 빨리 볼 수 있기를 두 분 작가님께 바라며 건필 기원합니다.
(헛소리일지도 모르겠으나 어디까지나 소생의 생각을 적은 것이니 너무 노하지 마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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