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대단한 이야기를 하자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줍잖게나마 한마디 끄적이고 싶어지네요.
전 소설의 일관성을 대충 두가지로 나누어 봅니다.
글의 분위기의 일관성과 캐릭터 성격의 일관성이죠.
개인적인 취향, 글의 템포와 더불어 제가 글을 완독
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조건입니다.
우선 분위기의 일관성.
동화풍의 백설공주를 써나가다가 전직 살수인 일곱 꼽추를 만난후
여왕의 추격자들과 피와 살을 흩뿌리며 싸우는 장면이 튀어나오면
어떻겠습니까?
세상은 요지경이니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할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런식으로 분위기를 무시하고 내용을
바꾸는 것은 당연히 말도 안되는 짓입니다.
글의 진행상 절정 결말등의 차이가 있다해도 그것이 분위기 자체를
바꾸어서는 문제가 있습니다.
애초에 피와 살이튀는 이야기를 전개하려면 충분히 그런 분위
기를 띄워야 합니다.
독자들에게 의외의 전개로 놀라움을 주기위한 방법으로 분위
기를 무시한 전개를 택하게 되면 놀라움 보다는 짜증을 유발
하기 십상입니다.
한참 동화속 세상을 유영하다가 눈앞에 피바다가 펼쳐졌는데
마음 편할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물론 주인공이 피바다와는 연관도 없는 공주님이었기에 어린
시절은 마냥 행복했다해도 주변의 처절한 상황을 그려서
주인공의 앞날이, 소설의 진행이 결코 핑크빛은 아닐것임을
분명이 암시 해야하는 겁니다.
그리고 가끔 소설이 현실에서 일어날수 있는 상황을 그리는 거라고
범인 추적의뢰를 받은 주인공이 한참 탐문, 조사등으로 추적을 하던
중(즉 많은 페이지를 할애한 후) 난데없이 자동차 사고로 죽어버리고
차원이동했다는 식의 막가파식 진행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건
소설이 아닙니다. 적어도 분위기를 망치지 않으려면 쓸데없이 양을
잡아먹은 부분을 빼고 어떻게 죽었다는 식으로 간단히 넘기는게 흐름
상 훨씬 나을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둘 다 마음에 안드는 진행입니다.)
그리고 두번째가 캐릭터의 일관성. 캐릭터의 성격이 천편일률
적이다라는 일관성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근본을 이루는
생각의 일관성입니다.
착하게만 살아온 사람이 환경탓에 살인마가 되었다해도
애초에 살인에 의문을 가져본적없이 살인마로 커온 사람과는
생각 자체가 틀릴것은 당연합니다.
속으로 망가지고 멍들고 미쳐갈게 뻔하지 않습니까?
과거를 까맣게 잊거나 미치지 않고서야 근본이 바뀐다는 것은
결코 무리라고 봅니다.
왕따가 활달하게 변한다?
힘듭니다. 근본적으로 눈치를 보는성격에 혼자놀기를 하는
사람이 마냥 활달한 캐릭터가 될리가 없습니다.
활달하다는 것 자체가 작은 일에는 신경을 안쓰는 형태가
많은데 성격적으로 흉내내기도 버거울겁니다. 많은
일을 겪고 나서 겉으로나마 활달한 바보인척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근본자체가 바뀔리가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가면놀이입니다. 물론 그 가면에 따른 행동을 요구받기
때문에 자신의 근본과 갭이 큰 가면일수록 괴롭고 파탄을 드러내기
쉽습니다.
그러니 열혈이니 카리스마니 하는 식의 강렬한 캐릭터로 성격이
180% 바뀐다는 것은 결국 겉보기만일 뿐이라는 겁니다.
그것도 일이년으로 바뀔 것도 아니죠. 태생이 그런 녀석이
아닌 한은 그런 모습을 따라하려고 얼마나 애를 써야 그런
모습을 갖출지... 감히 짐작하기 힘듭니다. 모든 이들의 우러름을
받을 정도라면 적어도 평생을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왕따에 비관자살이나 하는 주인공이 차원이동후
여자를 구하기위해 위험지대로 뛰어드는 열혈캐릭터, 뭇 사람
들의 존경을 받는 카리스마 캐릭터로 근본까지 바뀌는데...
역시 그런건 소설 취급 안합니다.
그리고 가끔 몇년이 흘렀다 식으로 주인공 성격변화후 안정되기
까지의 시간을 어물쩍 넘기기도 하는데... 그래서야 독자가 캐릭
터에 몰입될리가 없습니다. 스토리상 몇년간 고통이 있었다고
해도 그렇게 몇년을 뚝 잘라 먹으면 독자가 보기엔 성격이
급변한걸로 밖에 안느껴집니다. 이성은 그러려니 해도 감성은
거부감을 일으킬수 밖에 없습니다. 소설이라는 것 자체가 이성보
다는 감성을 중시하는 글이니 당연히 흥미는 뚝 떨어지게 됩니다.
신경끄고 즐기라지만 그게 안되는 소심한 소시민중 한명이라
소설의 분위기가 급전직하로 변하거나 캐릭터의 정신속까지
환골탈태시켜버리면 더이상 읽을 힘이 없어집니다.
두서없는 긴 글이 드디어 끝났습니다. 즉석에서 두들긴거라
역시 문제점이 많을 듯 합니다. 게다가 제 생각의 폭도 그다지
넓지도 않아서 극히 개인적인 판단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상 넋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미치광이 魄有無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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