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글에서 “메리 수” 문제를 언급했었는데, 이번에는 그에 관련된 “주인공 지상주의”에 대한 짧은 고찰을 올릴까 합니다.
메리 수라는건 기본적으로 “주인공 지상주의”라고 보시면 됩니다.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이 주인공을 사랑하거나 존경하거나 흠모하며, 심지어 적들에게도 인정받고, 행여나 주인공을 싫어하는 인물이 있더라도 그건 그 인물이 찌질하고 비겁한데다 주인공을 질투하기 때문......이라는 전개입니다.
혹시 어디서 많이 보시진 않았나요?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막장드라마”라고 불리는 드라마들의 전개와 흡사합니다. “평범한 주인공(이라고 소개하지만 대부분 평범하지 않지요)”들이 재벌 2세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사랑받고, 설령 주인공을 싫어하는 인물이 있다면 굉장히 찌질하고 비겁한데다 질투에 가득찬 부정적인 인물 뿐입니다.
이런 식의 전개에선 개연성이 대단히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재벌 2세가 도대체 뭐가 아쉬워 주인공을 사랑하게 되는지도 알 수 없을 뿐더러, 도대체 주인공을 싫어하는 인물들은 왜 그렇게 하나 같이 찌질하거나 부정적일까요. 그건 모든 전개와 등장인물들이 ‘오로지 주인공을 부각시키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또 이런 식의 전개에선 하렘은 기본입니다. 그 수많은 이성들이 서로 질투도 안하고 싸움도 안하고 사이좋게 함께 주인공만을 바라보는거죠. 이쯤되면 그 이성들의 존재 이유는 그저 주인공을 사랑하기 위해서입니다. 인물상이 평면적인걸 넘어서서 거의 점 수준이지요.
때문에 전개에 다양성을 불어넣고, 또 인물들이 “무조건적으로 옳거나” 혹은 “무조건 적으로 부정적이거나”하지 않게, 즉 평면적인 인물이 아니도록 하기 위해서 “주인공을 정당하게 싫어하는 악역”을 이야기에 집어넣는 것이 좋을 때가 많습니다.
이것은 ”멋진 악역“을 만드는 원리이기도 한데, 악역이 단순히 주인공의 힘을 증명시키기 위한 실험대가 아니라, 개연성있는 목적을 가지고 “주인공을 정당하게 미워할 수 있는 인물”일 경우, “찌질하고 부정적이기만 한 악역”을 넘어서서 입체적인 인물상을 가진 멋진 악역이 되지요.
주인공이 무조건 사랑받기만 하는 존재...즉 먼치킨이 되는것을 피하고자 한다면, 이처럼 “주인공을 정당하게 미워하는”, “찌질하지 않은 악역”을 이야기에 등장시켜보는 것을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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