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홍보삭제에 대한 호소글에 댓글을 쓰다가 문득 괜찮은 개선방안이 생각나서 써봅니다.
현재의 홍보시스템에는 드러난 문제와 드러나지 않은 문제가 있습니다. 드러난 문제는 규칙의 까다로움이고, 드러나지 않은 문제는 작가분들의 홍보를 위해 사용하는 시간의 증가입니다.
현재의 규칙에 따르면, 홍보글은 [10회 이상 연재물]에 대해 [일주일에 한번] [자신이 쓴 것이 아니고, 홍보가 아닌 글이 3회 올라온 이후]에 올릴 수 있습니다. 홍보글의 제목 및 내용에 의한 제한도 있는 것 같지만 제대로 글을 써서 홍보를 해본적도 없는터라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문제는 3번째 조항에 있습니다. 그냥 보아도 [10회 이상 연재물], [일주일에 한번] 이라는 간단한 규칙과는 다른 복잡한 룰입니다. 어떤 분은 자신이 연재한담란에 3개 이상의 글을 쓴 적이 있어야 홍보를 허가하는 것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런 규칙을 어기는 사람은 많아집니다. 그리고 우리 연재한담란의 AI는 규칙을 어긴 홍보글을 무자비하게 삭제합니다. 불만이 많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자신이 규칙을 어긴게 잘못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작가분들 입장에서 생각해보겠습니다.
--------------------------------------------------------------
먼저 홍보글이 아닌 글(추천, 한담, 공지, 알림)이 3개 이상 올라올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기회를 놓치고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빼앗기면 다시 3개의 글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딱보니 저 홍보글은 규칙을 어겨 삭제될 것 같지만, ‘내 앞에 있는 홍보글이 삭제될 것'이기에 홍보글을 미리 올릴 수는 없습니다. 연재한담란의 AI에게는 자비가 없고, 원래 삭제해야할 글이 앞에 있더라도 언제나 최신의 홍보가 규정을 지켰는지부터 확인합니다. 결국 관리자가 저 홍보글을 삭제하거나, 그 위에 3개의 글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운이 좋게도 홍보를 하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당신은 편안한 마음으로 한숨 자고 일어나봅니다. 그리고 홍보글은 삭제되어 있습니다. 아무런 통보도, 지시사항도 없습니다. 일단 문제가 된 것으로 생각되는 홍보글을 고쳐봅니다. 한담란에서 대충 알았던 상식대로, 혹은 대충읽은 공지사항에 따라 홍보를 했던 당신은 다시는 삭제당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공지사항을 제대로 읽고 홍보글을 준비해봅니다. 그리고 대기. 사람들은 왜 이렇게 글을 열심히 쓰지 않는 것인지, 왜 저 인간들은 규정도 지키지 않은 홍보글을 올리려고 난리인지, 기껏 올렸더니 타이밍이 늦어 눈물을 머금고 다시 삭제를 해야하는 건지 그저 원망스럽기만합니다.
당신은 다시 기다려야합니다. 일단 자신이 규정을 어긴 것이니 어떻게든 화를 참았지만, 그럼에도 견딜 수가 없어 슬쩍 한담란에 ‘홍보가 불편하다, 왜 홍보를 말없이 삭제하느냐’ 라고 불평을 해봅니다. 독자들은 규칙도 지키지 않은 작가 주제에 이게 무슨 망발이냐며 분노에 불타는 댓글들을 남깁니다. 그 댓글들 사이로 보이는 운영자들의 대답은 당신의 마음에 만족하리만큼 사과를 하지 않습니다. 아니, 사과보다는 규칙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 같습니다. ‘아, 더럽고 치사하다.’라는 생각이 들어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으니 참아봅니다. 불만이 쌓이고 쌓인 당신들 중의 일부는 문피아를 떠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더 많은 당신들과 새로 들어오는 당신들에 의해 문피아는 여전히 잘만 운영됩니다.
네, 대충 이정도의 이야기일 뿐인거죠. 압니다, 그거.
----------------------------------------------------
말없이 떠나가셨을 몇몇 작가님들의 생각을 임의로 재구성해봤습니다. 솔직히 작가분들도 이용자인 것은 똑같은데 왜 그분들만 홍보를 위해서 시간을 낭비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홍보간에 3개의 홍보가 아닌 글이 필요하다는 조건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인터넷 상에서 지켜오던 규칙과는 다른, 생소한 규칙입니다. 공지를 읽으면 된다고요? 좋은 규칙이라면 공지를 읽지 않거나, 대충 읽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아무리 보아도 규칙이 적절하지 못하고 시스템이 비합리적인데 그것을 단순히 사용자가 잘못했다는 핑계만 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는 않습니다.
문제점 지적은 이정도면 충분한 것으로 생각되니 이제 해결책을 내놓겠습니다.
저의 제안은, 홍보만 올릴 수 있는 홍보게시판의 신설입니다. .....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이 제안이 정말로 오래 묵어서 냄새까지 나는것 정도는. 하지만 이 홍보게시판은 독자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작가분들을 위한 것입니다. 일종의 대기순번이라고나 할까요.
먼저 홍보게시판에 자신의 홍보를 올리도록 하게한 뒤, 운영자님들이 규정에 맞는 홍보만을 골라 먼저온 순서대로 홍보를 연재한담란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 이렇게 되면 다음의 효과가 발생합니다.
1. 만약 작가분들이 규정에 맞는 제대로 된 홍보글을 썼다면, 이제 기다릴 필요없이 홍보게시판에 올려놓으면 됩니다. 어차피 운영자님들이 알아서 연재한담란으로 옮겨주실테니까요.
2. 설령 규정에 맞지 않는 홍보글을 썼더라도, 주위에 있는 다른 홍보글 또는 연재한담란으로 옮겨간 홍보글을 보고 스스로 수정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운영자님이 하나하나 지적하여 고치도록 유도한다면 속도가 더욱 빨라지겠지만,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홍보게시판에서 이동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무언가가 잘못되었음을 스스로 깨달아서 고치게 될 것입니다.
3. 홍보게시판은 누가 먼저 홍보를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일종의 대기순번과도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즉, 작가님들은 자신이 먼저 홍보글을 쓰고 대기하고 있었는데 중간에 다른 작가분들이 새치기하는 꼴을 보지 않을 수 있습니다.
4. 독자님들 입장에서는 규정에 맞지 않는 홍보글로 인해서 발생하는 갈등에 더이상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차피 규정에 맞지 않는다면 한담란으로 넘어올 수도 없을테니까요.
5. 관리자들 입장에서도 수질관리에는 편리할 겁니다. 홍보게시판에서 저질 홍보를 한번 거르고 좋은 것들만 독자에게 노출될테니까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홍보의 갯수를 조절하기도 용이합니다. 홍보게시판에서 한담란으로 옮기는 것을 지연하기만 하면 될테니까요.
어떻습니까?
개인적으로는 실현 가능성이 매우 떨어진다고 봅니다. 사실, 이 편리함의 대가는 관리자분들 외에는 지불할 사람이 없으니까요. 관리자분들이 아닌 누가 홍보게시판과 연재한담란을 왔다갔다하며 글을 옮길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것이 귀찮은 것은 관리자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저는 관리자분들이 다음과 같은 선택지 중의 하나를 고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1. 이런 시스템에 따르면, 홍보글 사이에 3개의 홍보가 아닌 글이 필요하다는 규칙은 관리자분들께 재앙입니다. 홍보글을 하나를 옮겨놓고, 독자님들이 글을 올려서 3개가 쌓이면 다시 홍보글 하나를 옮기고, 다시 기다리다가 3개가 쌓이면 홍보글 하나..... 여태까지 작가분들께 떠밀어놓았던 대기하는 고통을 관리자분들이 감수하실 수밖에 없겠군요. 뭐, 그렇지만 관리자분들이 작가분보다 훨씬 고통이 덜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적어도 다른 누군가가 홍보를 하지는 않을까 마음을 졸일 필요는 없을테니까요.
2. 위의 상황이 싫다면, 3개의 홍보 아닌 글이 있어야 홍보를 할 수 있다는 규칙을 없애면 됩니다. 그럼 적당히 홍보를 올리면 되겠다, 싶을 때 홍보게시판에서 홍보를 가지고 오면 되거든요. 대신 괴상한 규칙으로 홍보를 원하는 작가분들을 괴롭혔던 악의 세력이 물러갔다-정도로 받아들이는 몇몇 사람들이 생길 수가 있겠군요.
3. 사실 제일 가능성이 높은 선택지입니다. ‘알게 뭐야, 그런거.’
기존 방식대로 그대로 가는 겁니다. 몇몇 사람이 불평을 하지만, 뭐 어쩌겠어요? 절이 싫으면 중이 나가는거 아닌가요? 어차피 관리자분들 입장에서는 삭제만 하면 되는 것에서 게시판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홍보를 옮기는 귀찮은 일까지 떠맡아야 하는데, 누가 그런 일까지 떠맡고 싶겠습니까? 차라리 원래하던대로 ‘너님 규칙 어겼으니 삭제임' 이게 편하지. 거기에 불만을 토로하는 작가분들에게 틱틱대며 정중하고 우회적으로 비난하는 즐거움을 굳이 포기할 정도로 그것이 효과가 좋을까요? 에이, 설마.
뭐, 그래도 나름 괜찮은 생각 같아서 한번 나불거려봤습니다. 수고하십니다.
Comment ' 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