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악의 惡意, 2000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역자 : 양윤옥
출판 : 현대문학
작성 : 2010.03.04.
“죽은 자는 말이 없었다.”
-즉흥 감상-
‘히가시노 게이고 이어달리기’라는 것으로, 다른 긴말은 생략하고 소개의 시간을 조금 가져볼까 합니다.
작품은 어떤 사건에 대한 기록이라는 것으로, 베스트셀러작가이자 오랜 친구의 집을 방문하는 길이라 말하는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의 장을 열게 됩니다. 그리고는, 으흠. 일단 만났다가 해어져 다시 만나기로 했지만, 그 친구는 주검으로 발견되고 마는군요.
그렇게 살인사건에 대한 기록에 그의 옛 제자가 ‘형사’로 등장하게 되었음에, 이번에는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형사의 기록으로 본론으로의 장이 열리게 됩니다. 그리고는 의외로 쉽게 범인이 드러나게 되는 것도 잠시, 무엇인가 납득이 가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사건에 대한 심층적인 접근이 있게 되는데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발견되는 증거들을 통해, 사건의 진실은 그 심각성의 깊이를 한없이 더해갈 뿐이었는데…….
처음 읽어 들어감에 있어, 그동안 주인공이라 언급을 들어왔던 ‘가가 형사’가 기록속의 한 인물로 등장했다는 것을 시작으로, 기록의 시점이 갑자기 변해버린다는 점에서 혼란에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의 기록이 번갈아가며 사건을 재구성하기 시작함에 어느덧 올인 모드에 들어가 있는 저를 발견해 볼 수 있었는데요. 그런 한편, 법의학 연속극을 통해 익숙해진 ‘죽은 자의 말’에 대한 신선한 반격이라는 기분이 들어 즐거웠습니다. 뭐랄까요? 법의학 연속극은 죽은 자의 몸에 남겨진 흔적들이 사건의 모든 진실을 속삭이고 있다 말하는 반면, 이번 작품에서는 두 인물의 두뇌게임 말고는 아무런 역할이 없었다는 점에서 그저 신선했습니다.
으흠. 그러고 보니 보통은 책을 사서 읽으며, 가능하면 작가분의 연대기목록을 참고하여 순서대로 만나보았었는데요. 이번에는 국내에서 인기가 좋은 탓인지, 아니면 ‘일본’에 대한 기피현상의 여파 때문인지 헌책방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하는 도중으로 손에 잡히는 대로 빌려서 읽다보니 그 순서를 무시한 만남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으흠. 그래도 읽는 작품마다 다 재미있으니 감상문으로나마 연대기 목록을 맞춰봐야겠습니다! 크핫핫핫핫핫핫핫!!
음? 적다보니 작품과 상관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군요. 이번 작품은 ‘학교폭력’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별로 와 닿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면, 소설 ‘오페라의 유령 The Phantom of Opera, 1910’이후로 처음 만나는 ‘기록소설’이었는데요. 무슨 말인고 하니, 주인공과 범인의 대결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하는 것이 아닌, 각자의 기록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분석해 답을 이끌어내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보니 ‘갈릴레오 시리즈’가 형사와 물리학자의 콤비플레이였다면, ‘가가 형사 시리즈’는 이런 기록소설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는군요.
그럼, 작가님의 또 다른 소설인 ‘편지 手紙, 2003’를 집어 들어 보겠다는 것으로,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쳐보는 바입니다.
덤. ‘옮긴이의 말’을 읽으며 문득, 역시나 이과 전공자로 멋진 작품들을 이 세상에 내놓으셨던 국내 작가 한분을 떠올려볼 수 있었는데요. 요즘 그분은 무얼 하고 계시는 것인지 그저 궁금합니다. 그저 소설 ‘치우천왕기’가 끝나면 ‘퇴마록 외전’을 내시겠다는 첩보가 사실이 되기를 바래볼 뿐이로군요.
TEXT No. 1162
[BOOK CAFE A.ZaMoNe]
[아.자모네] A.ZaMoNe's 무한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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