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김문형.
작품명 : 잠행무사.
출판사 : 청어람.
미니리즘이 있으니 못보신 분들은 백스페이스에 지그시 손가락을 대주시길 바라며 감상에 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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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해저드.
레지던트 이블.
하우스 오브 데드.
이 책을 읽고 문득 생각난 영화들이다.
또한 잠행무사를 읽고 가장 머리에 남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망자'라는 존재, 즉 우리가 흔히 부를 수 있는 것으로 '좀비'라 할 것이다.
일반 무협에서 다루었던 강시와는 전혀 다른 존재로써 작가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엿보이는 작품이었다.
물론 그 모티브를 영화에서, 혹은 만화에서 옮겨왔다고 치더라도 그것을 유려한 필체로 풀어내는 작가의 역량은 참으로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누구도 돌아올 수 없었다는 금지 흑랑성.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는 이유는, 어떠한 존재가 있어 그들을 죽여 없앴다고 생각했지만 본인의 생각과는 내용이 달랐다.
이 소설의 가장 큰 원동력이자 사건을 일으키는 이차적인 이유를 제공했던 혈선충은 사람의 뇌로 들어가 뇌를 전부 파먹고 기생하는데, 죽은 사람의 혼백을 붙잡고 있어 말 그대로 죽지도 살지도 못한 상황으로 만들어 가는 기괴한 생물이다.
여기서 본인이 이차적인 이유라고 말한 것은, 아직 정확하진 않지만 흑랑성에서 이 혈선충을 만들었기에 그들에게 더욱 큰 원초적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판단에서였다.
어찌 되었든, 이 혈선충이라는 놈에 감염이 되면 그 혼백은 생전에 했던 일을 일상처럼 반복하는데 그런 상태가 된 이들을 일컬어 '망자'라고 하며 수많은 망자들이 흑랑성 내부, 지하도시에 머무른다.
이런 난감한 상태가 벌어지는 흑랑성으로 일단의 무리가 잠입에 시도하니 그들이 바로 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 '송현' 일행들이다.
과거, 누구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는 흑랑성에서 최초로 살아 돌아온 청위표국의 젊은 국주 송현과 소림승 진광, 그 외에 초류영, 임윤, 편복선생, 유(생각이 안남)소협은 무림맹의 비밀수행 아래 잠입을 시도한다.
이른바 잠행무사, 소설의 제목과 딱 맞아 떨어지는 설정이었다.
각기 성격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달랐으며 목적도 다른 이들이 모여 잠행을 시도하니 애초에 한 데 뭉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대장격인 송현의 말과 행동에 심각성을 느낀 그들은 점점 하나가 되어간다.
본인이 가장 감탄한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작가는 인물의 설정과 관계들을 세세하게 잘 짰고 마치 톱니바퀴 굴러가듯 부드럽게 이어져가는 전개방식은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기 이를 데가 없었다.
2권 마지막에 돌아오는 길이 막혀 갇혀야만 하는 설정을 1권에서부터 만들어 가는, 또한 주인공의 행동과 뒤에 이어질 어려움의 전개를 위한 치밀함은 여느 영화보다도 뛰어났다.
아직 뒤통수를 거세게 후려치는 반전은 없었지만 2권에서 밝혀지는 주인공의 정체 또한 능히 반전이라고 칭할 만 했다. 물론 서장에서 이미 밝혀진 부분이라 독자들이 알 수 있었지만 그걸 알았음에도 다시 한 번 놀랐던 본인은 알고도 당한 반전이라 칭하고 싶다. 하지만 이 반전이 앞으로의 전개를 위해 시기적절하게 터트렸다는 것을, 서너 번을 읽고 나서야 알 수 있을 만큼 절묘하고 은밀했다.
그리고 가장 의아하면서도 감탄했으며 기대했던 부분이 바로 흑랑성 자체였다.
무림, 즉 한정된 공간이라기보다는 끝없이 펼쳐진 세계 자체가 무림이라는 소재가 대부분인 무협소설에서, 흑랑성 내부의 한정된 공간에서 펼치는 소설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까. 또한 어떠한 비밀을 품고 있을까.
참으로 궁금하고 기대되는 부분이다.
잠행무사는 통쾌함보다는 장중함을, 기쁨보다는 공포를 느끼게 하는 스릴러물로써 견식이 좁은 본인으로써는 처음 겪는 무협 스타일이었다.
또한 읽는 내내 감정이 이입되어 마치 독자가 내용 그대로에 옮겨진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할 만큼 몰입도가 높았다. 그래서일까? 무의식적으로 읽는 동안은 이불마저 뒤집어 써야 했던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신선한 소재와 연륜이 느껴지는 필력으로써 능히 무협계의 돌풍을 일으켰다 생각하는 이 소설.
많은 독자분들께서도 한 번 읽어보심이 어떠하실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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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을 펼치기 위해서 부득이 존대를 생략하고 썼습니다.
부디 이해해 주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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