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초우
작품명 : 표기무사
출판사 : 로크미디어
0.
개인적으로 초우님의 팬으로서 호위무사 이후 작품들 즉, 권왕무적, 녹림투왕도 재밌게 보고 즐겼지만, 아무래도 진중한 맛 보다는 경쾌하고 통쾌한 전개 위주로 가다보니 문장을 곱씹는 맛이 조금 아쉬웠달 까? 아무튼 그랬습니다.
신작의 서두에서 밝히셨듯이 두 작품 보다는 호위무사에 가까운 ‘표기무사’는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독자분들에게 호위무사에서 봤던 아련한 무협의 향수를 다시금 불러일으킬 것으로 확신합니다.
1.
대저 표기무사(鏢旗武士)란?
표기무사는 본래 없는 직책입니다. 초우님이 새로이 만들어낸 가공의 무사인 것이죠.
한글만 봐서는 어떤 무사인지 생소하겠지만, 무협 독자분들은 한자를 보시면 ‘아, 표국(鏢局)할 때의 그 표구나. 그리고 기(旗)는 깃발을 의미하는 것이고…!’ 하고 무릎을 탁 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표기무사란, 표국이 표행을 떠날 때 제일 앞에 서서 표국의 상징이랄 수 있는 표기를 들고 길을 여는 쟁자수(爭子手) 혹은 표기수(鏢旗手) 부르는 사람입니다.
물론 작품 내에서도 표기무사라는 직책은 원래 없었습니다. 주인공 소진명, 아니 진명은 아버지의 생전 꿈을 대신 이루기 위해 표기무사를 자처합니다. 그가 바로 최초의 표기무사가 되는 셈입니다.
2.
앞에서 말하지 못한 것이 있는데, 읽어본 바로는 호위무사에 가까운 분위기지만 글에 등장하는 몇 가지 장치는 권왕무적에서 보았던 기환(奇幻)적인 것들입니다. 어쩌면 녹림투왕에 더 가깝겠군요.
아무튼 주인공 진명이 무공을 수련하는 방법은 매우 독특합니다.
불세출의 전대 고수가 사부도 아니요, 우연히 발견한 동굴에 절세 비급이 있던 것도 아니며, 저 혼자 잘나서 스스로 강해진 것도 아닙니다.
신음을 흘리며 다 죽어가는 노인은 죽기 전 다행이라며 자신이 지닌 것들을 남기는데, 비단신 한 켤레와 몽둥이 하나입니다. 다른 말로 ‘경침무혜’와 ‘금강곤’이 그것입니다. 바로 이것들로 인해 진명은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기분으로 반 강제적으로 무공을 익히기 시작합니다.
경침무혜를 신게 되니 신기하게도 진명의 발 사이즈에 꼭 맞게 변하더니 그 때부터 고통 아닌 고통은 시작됩니다. 바로 발을 찌르는 침이 튀어 나오는 것. 그 침은 정확히 용천혈(湧泉穴)을 자극해 기운을 불어 넣습니다. 그 기운을 기억해 운기하면 고통이 줄어드는 것이죠.
또 하나는 금강곤. 실로 여의봉 같은 몽둥이입니다. 알아서 초식들을 펼치게 하더니 일정 경지에 이르더니, 길이가 늘어나 봉(棒)으로도 변합니다. 또한 가장 높은 경지가 되면 도(刀)의 형태로 변하는 기사(奇事)를 일으킵니다.
바로 이 두 가지가 주인공을 강하게 변모하게 만듭니다.
3.
그저 주인공만 강하냐? 하면 그것 뿐이 아닙니다.
주인공이 표기무사인만큼 표국에 대한 설정 또한 다른 작품과 차별화를 둡니다.
작품 내에서 표국은 대기업입니다. 표사가 되려고 재수, 삼수는 기본이요, 십수까지 한 사람도 있더군요. 그만큼 서민들에겐 신분 상승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표사회라는 것이 있어 나름 위계와 질서가 잡혀 있다고도 볼 수 있더군요. 물론 그에 대해선 아직 자세히 모르겠습니다.^^;
호위무사와 같이 표기무사 1권에선 작품 전반적인 배경과 주인공이 강한 무력을 얻는 과정이 비교적 상세히 풀어져 있습니다.
어쩌면 쉽게 읽히기 힘들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만, 호위무사를 재밌게 읽으셨다면 무리 없이 읽을 수 있을 겁니다.
蛇足 - 호위무사 개정판 작업으로 인해 출간 일정이 당초 예정했던 시기보다 많이 늦어졌다고 합니다. 호위무사 개정판은 어떻게 달라졌을지, 그리고 용설아의 결말은 어찌될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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