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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1 가일
작성
07.11.13 16:44
조회
1,101

작가명 :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작품명 : 알라트리스테 시리즈

출판사 : 시공사

  17세기 초, 펠리페 4세 치하의 에스파냐 제국의 영광은 찬란하기 그지 없습니다.

  신대륙에서 흘러드는 막대한 황금, 합스부르가와의 결합으로 따라온 어마어마한 영토......

  과거에 레판토 전투에서 에스파냐는 터키인에게 씻을 수 없는 패배를 안겨주었습니다. 프랑스 국왕 프랑수아 1세의 야망은 파비아에서 에스파냐의 투지 앞에 굴복했습니다.

  칼뱅이나 루터파 신도들, 국교회를 믿는 영국인들, 카톨릭의 사제이지만 에스파냐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난 프랑스의 리슐리외 추기경, 그리고 사라센을 지배하는 터키인들, 세상 천지에 에스파냐의 적이 널려있지만, 그들은 함부로 제국을 물어뜯지 못합니다.

  제국은 부강하고, 위엄이 넘치며, 에스파냐의 보병 연대(Tercio)는 천하무적의 군대입니다. 남쪽의 무어인들과의 오랜 투쟁을 뒤늦게 마친 이 나라는, 이제 명실상부한 카톨릭 세계의 수호자입니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 아직까지는......

  알라트리스테 대위의 종자, 이니고 발보아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 이야기는, 쇠망의 그림자를 덮고있는 에스파냐 영광의 마지막 시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주인공 디에고 알라트리스테 이 테노리오는 검에 의지해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가장 선량하지도, 가장 정직하지도 않지만 용감한 이였던 그는 마드리드에서 주로 청부 살인을 맡아 처리합니다.

  주인공이 몸담고 있는 일이, 그의 이야기가 그리 밝은 내용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합니다. 겉으로 찬란한 영광으로 가득한 에스파냐 제국의 심장은 사실상 썩어가고 있습니다. 신대륙에서 유입된 어마어마한 황금은 제국을 부강하게 하는 동시에 파멸시키는 양날의 검입니다.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부유한 국왕과 귀족, 절대 다수의 거지 국민들, 사람 목숨의 값어치는 그의 숨통을 끊는 칼보다도 더 하찮습니다. 그리고 카톨릭의 수호자인 에스파냐의 사람들에게는 늘 종교재판소의 공포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정일랑 아랑곳 없이 에스파냐의 적들은 나날이 강성해져 갑니다. 하지만 거지같이 살고 있는 에스파냐인들의 자존심은 여전히 하늘을 찌릅니다. 누구라도 그것을 건드린다면, 상대가 누구이건 즉시 칼을 뽑아들 사람들입니다.

  

  알라트리스테와 이니고 발보아는 그러한 시대를 담담하게 살아갑니다. 시인 프란시스코 데 케베도, 화가 벨라스케즈 같은 역사 속에 이름을 남긴 이들과 같은 시대를 호흡하고, 암울한 시대의 증인이 됩니다. 영국과 에스파냐 간의 외교에 관련한 정략에 휘말리기도 하고, 종교재판소의 마수에 걸리기도 하며, 전우들과 군대에 복귀하여 끔찍한 네덜란드 전쟁에 다시 참여합니다. 그는 세상을 바꾸는 영웅이 아니라, 시대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도록 자신을 건사하기 위해 싸우는 일상의 투사입니다. 그 한 사람 뿐만이 아니라, 케베도를 비롯한 그의 동료, 전쟁터의 전우들, 그리고 당대의 모든 에스파냐인들이 가진 자존심과 그림자를 같이 비추는 거울입니다.

  국내에 3권까지 나오고 후속 발간 예정이 없는 알라트리스테 소설판은, 후속권을 기다리지 않아도 읽어볼만 합니다. 각 권이 완결성을 가진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극으로서의 재미와, 미시사적 재미를 다 갖추고 있지만, 통쾌한 전개와 결론을 선사하지는 않습니다.

  알라트리스테를 덮으면서 느낄 수 있는 것은, 그저 쓰러지는 국가의 그림자를 마주하면서 가지는 허탈함, 그리고 알라트리스테를 닮은 의연함 뿐입니다.

덧 1. 알라트리스테 대위가 사용하는 검은 '바즈카야의 검'이라 불립니다. 이것을 작중에서는 단검이나 권총과 함께 사용하는데요, 이 유형의 칼이 바로 우리가 흔히 래이피어라 부르는 검입니다.

덧 2. 2006년에 나온 영화판에서는 반지의 제왕의 아라곤 폐하가 알라트리스테로 분하셨습니다. 십여 권에 이르는 장편 소설을 영화로 압축한지라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고증이 매우 뛰어난 수준입니다. 특히, 최후의 로끄루아 전투 씬은.......

덧 3. 힘든 일이지만, 시공사에서 후속권을 계속 발간해 주길 기원합니다.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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