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공포의 계절Climate of Fear을 읽고

작성자
Lv.22 무한오타
작성
08.03.25 00:20
조회
755

제목 : 공포의 계절Climate of Fear : The BBC Lectures, 2004

저자 : 월레 소잉카Wole Soyinka

역자 : 이완기

출판 : 루비박스

작성 : 2006.05.05.

“뇌를 조여 오는 이 압박감. 그래, 잠들어버린 뇌를 깨워라. 그리고 생각하라.

우리의 주위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감싸고 있는 ‘공포’에 대하여.”

-즉흥 감상-

  예비군 훈련을 받으며 틈만 나면 이 책을 꺼내 읽었습니다. 덕분에 책이 상처를 입긴 했지만, 도저히 다음 글자, 다음 문장, 다음 문단, 다음 페이지를 읽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훈련 3일차 아침, 우선은 꼬깃꼬깃 접어둔 종이에 시작해 시골의 조부모님 댁에서 감상기록을 정리해보는 바입니다.

  이 책은 사실 어떤 시나리오의 흐름을 가진 영화나 소설과는 달리 마치 대학 강의를 듣는 듯한 기분으로 만나볼 수 있었기에, 이때까지의 감상기록과는 달리 줄거리가 이러니저러니 같은 말은 하기가 그렇습니다. 다만 ‘끊임없이 변하는 공포의 가면’, ‘권력과 자유’, ‘예속과 맹종의 수사학’, ‘인간 존엄성의 추구’, ‘내가 맞아, 그러니 너는 죽어야 해!’와 같은 다섯 강의를 통해 그동안 관심을 자지지 않았던 각국의 정치의 역사와 서로 관계없을 듯한 사건 사고의 연관성, 종교와 교육, 공포로 인한 지배와 그것에 대한 사회 현상 등 TV와 같은 대중 매체를 통한 뉴스에 대해 가졌었던 이유모를 거부감의 진상을 조금이나마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자칫 지겨워 질수도 있을 내용들에 대해 저자는 자신의 전 생애에 대한 경험을 포함하여 때로는 직설적으로 때로는 은유적으로 강의 하는 것이, 저의 언어능력이 따라주기만 한다면 강의의 현장에 있어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게 하더군요(웃음)

  사실 처음 ‘공포’라고 하기에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부족한 실력일지라도 소설이라는 창작활동을 하며 나름대로 ‘공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저의 그 안일함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바로 그 엊그제 일어난 사건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2001년 9월 11일의 국제무역센터였던 쌍둥이 빌딩에 대한 대테러의 숨겨진, 아니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에 대해 이야기 하는 등 현 시대의 유일한 분단국가에 살고 있으면서도 가장 인접한 ‘전쟁’에 대한 불감증을 경험하며, 정작 중요할 수도 있는 예비군 훈련에 그저 한 없이 늘어지는 모습에 그저 할 말을 잃게 만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문득 최근에 본 영화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 2005'가 떠올랐습니다. 시대는 가까운 미래. 공포정치로서 완벽하게 통제되는 삶 속에 익명의 'V'라는 이름으로서 ‘변화를 위한 공포’를 통해 ‘지배의 공포’를 정화하는, ‘악은 악을 부르고 선은 선을 부른다’라는 내용으로 받아들였던 작품.

  영화는 비록 영웅을 만들고자하는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하였다고는 하지만, 정보의 해일 속에서 진실을 향한 항로라는 것에 공포를 느껴버린 나머지, 결국 조난당한 기분으로 바로 주위에 만연해 있는 공포라는 관찰자마저 망각해버린 현 실태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비록 한번밖에 못 읽고 급한 기분에 쓰게 된 감상기록이라지만, 분명 이 책은 여러 번 두고두고 읽어야할, 잃어버린 ‘공포로의 관심’을 찾을 수 있을 지표라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그럼 이 책을 소개해주신 모든 분들께 심심한 감사를 드리며 감상기록을 마치는 바입니다.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감상란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96 일반 베스트셀러 소설 이렇게 써라How to Write ... +3 Lv.22 무한오타 08.05.10 1,377 0
95 일반 유혹하는 글쓰기On Writing를 읽고 +2 Lv.22 무한오타 08.05.03 852 1
94 일반 그가... 이세계 드X곤(작가님)?!이 돌아왔... +16 에도가와v 08.04.24 3,118 0
93 일반 대체역사물에 대한 잡담 +13 Lv.31 자쿠 08.03.29 2,469 1
92 일반 3인행을 읽고 Lv.22 무한오타 08.03.28 823 0
91 일반 소풍을 읽고 Lv.22 무한오타 08.03.27 629 0
90 일반 니콜라 테슬라TESLA : MAN OUT OF TIME를 읽고 +9 Lv.22 무한오타 08.03.26 1,703 0
» 일반 공포의 계절Climate of Fear을 읽고 +2 Lv.22 무한오타 08.03.25 756 0
88 일반 아이작 아시모프 SF특강:GOLD를 읽고 +6 Lv.22 무한오타 08.03.21 970 3
87 일반 쥐의 똥구멍을 꿰맨 여공L'encyclopedie du... +2 Lv.22 무한오타 08.03.19 1,011 0
86 일반 다르타냥이 제일 쌘건가. 삼총사 +8 Lv.1 nacukami 08.03.06 2,245 0
85 일반 따뜻한 소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3 Lv.3 백화어충 08.02.24 1,263 0
84 일반 흐뭇이랄까요?? 이제 고3인데 ㅎㅎ.... +7 Lv.10 우량주 08.02.23 1,638 0
83 일반 [이원호] 영웅의 도시 +3 Lv.1 사영반 08.02.19 2,872 0
82 일반 이제까지 읽었던 소설들 간단한 감상(판타... +6 Personacon 명마 08.02.15 2,967 0
81 일반 '얼음나무숲' 완독했습니다. +1 유월流月 08.02.03 1,290 0
80 일반 전율.. 그 이상의 것이 있다. +1 Lv.1 [탈퇴계정] 08.01.24 2,556 1
79 일반 마신8권과 삼자대면 그리고 김강현 +14 데모스 08.01.24 5,141 1
78 일반 감동을 남기는 작품, 얼음나무 숲. +16 Lv.4 임재영 08.01.16 2,381 12
77 일반 이 이야기가 모두와 함께 하길 희망하며... +3 Lv.1 도로시아 08.01.12 1,120 2
76 일반 로마인이야기(무엇이 좋은 역사책인가?) +22 Lv.31 자쿠 08.01.12 1,943 3
75 일반 예전에 읽은 공포의 외인부대 +9 Lv.1 패왕도천 07.12.13 3,579 0
74 일반 서효원님 최고의 걸작 - 무림혈서- +4 Lv.52 멸천검황 07.12.08 3,652 0
73 일반 한제국건국사 그 후... +6 하늘눈물 07.12.06 3,892 6
72 일반 살인중독을 읽고.. +4 Lv.18 월영지애 07.12.04 1,366 1
71 일반 살인중독 연재를 모두 읽고.(연재 재개) +2 Personacon 네임즈 07.11.29 1,529 0
70 일반 -알라트리스테- 침몰하는 시대의 증언 +1 Lv.1 가일 07.11.13 1,102 0
69 일반 일본은 있다 +1 Lv.25 흰코요테 07.10.26 1,064 0
68 일반 리얼강호2권(미니리즘)~ Lv.1 굴다리로와 07.10.25 994 0
67 일반 대무신왕기에 대해서 Lv.1 엘파란 07.10.22 996 0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