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윗처
출판사:제우미디어
처음 이 소설을 보기 전 전 선입견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게임을 소재로 한 소설은 재미없다는 거죠. 디아블로, 워크래프트, 헤일로, 다크엘프 트릴로지까지, 모두 기대이하였거든요.(다크엘프는 물론 재밌었습니다, 기대보다 약간 덜했을 뿐이지..)
그런데 윗처는 그런 선입견을 박살내버렸습니다. 엄청 재밌었거든요. 간만에 본 손에서 떼지 못하고 쉬지 않고 보게된 책이었습니다. 판타지에 고파있던 저에겐, 사막의 봄비 같았죠!(근데 찾아보니 윗처는 게임을 소설화한게 아니라, 소설이 게임화된거더군요?!역시....선입견 만세)
남자는 모두 하드보일드에 대한 기호가 있습니다. 냉정한 킬러지만 소녀는 죽이지 않거나, 상관의 지시를 자주 어기는 꼴통이지만 극악범죄자는 반드시 추적해 잡는 형사 등등..자신은 진창과 어둠 속에서 구르면서도 품에 안은 보석(여자든, 최후의 양심이든)만큼은 절대 더럽히지 않고, 그러면서도 절대 아픈척 않는 그런거 말입니다. 그리고 자기 직종, 커리어 내에서는 자부심을 가질 만큼 실력이 있구요..
윗처는 그런게 있는 거 같습니다. 윗처는 소설 속 판타지 세계의 마물사냥꾼을 가리킵니다. 그들은 케어 모뎀의 낡은 요새 속에서 어릴적 아이들을 구해와(납치하거나, 사오거나, 일의 댓가로 받아오거나..하는듯) 마법과 약물, 연금술로 개조하고, 가혹한 훈련을 합니다. 한 사람의 윗처가 만들어지면 그는 길을 떠나 윗처로써 삽니다. 사람들이 사는 곳에 가서 묻는거죠. 내가 처치하고 돈을 받을 만한 마물이 있느냐. 무서운 칼잡이 여러명을 순살한 능력이 있으면서도 겨울날 돈을 벌기 위해 떠돌이로 이곳저곳 기웃거리고, 돌팔매질 정도는 익숙하고, 군주들과 힘있는 자들은 윗처를 무슨 쓸만한 청부암살자 정도로 여기고 이용하려 하죠. 그런 가운데 윗처는 그저 무덤덤하게 돈을 받고 마물을 죽입니다. 그냥 밭을 갈고 장사를 하듯. 직업윤리를 지키면서요.
윗처의 세계는 매우 잘만들어진 판타지 세계입니다. 농사짓지 않고 숲의 은혜에 기대어 사며 오만하고 폐쇄적이며 쇠퇴해 가며 오래 살고 아름다운 엘프들이 있고, 은행을 차리거나 장사를 하거나 광부짓을 하거나 군인이 된 드워프들도 있죠. 전형적인 판타지 세계관 같으면서도 리얼하게 느껴지면서 약간 색다른게, 다양한 신화, 설화, 동화(그림동화같은)을 접목했거든요...루살카,키키모이 등등 좀체 보기 힘든 동유럽쪽 설화도 나오고...그러면서도 D&D나 게임에서 쓰이는 익숙한 것들도 보이죠. 또 미녀와 야수나, 백설 공주 같은 이야기를 집어넣었는데, 윗처식으로 써진 이야기들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백설공주 편을 보자면 백설공주가 때까치(사람을 말뚝에 박아죽여)라는 이름의 강도며 칼잡입니다. 일곱 난장이는 일곱 드워프 전사들이구요. 같이 강도질 해서 이름을 날리죠. 왕위계승 때문에 쫓아낸 계모를 독살하고 자신을 쫓아낸 자들에 대해 복수하죠..그렇다고 이 이야기가 현대판 어른을 위한 동화 재해석, 그런건 절대 아닙니다. 그냥 단순히 소재만 빌려온 느낌이에요.
무엇보다 작가의 필력이 너무너무 좋습니다. 제가 글을 쓴다면, 이런식으로 쓰고 싶어요. 묘사는 장황하지 않으면서 포인트를 잡아 머릿속에 그려지고, 캐릭터들 대화는 모두 재치가 넘치고, 이야기 자체는 단순한데 연출이 좋아서 흥미진진한...그런 글이에요..그리고 번역도 아주 좋습니다.
책은 단권으로(아마 시리즈일거 같은데 단권만 나온거 같아요) 윗처가 떠돌면서 겪는 에피소드식입니다. 그러면서 큰줄기가 이어지는 그런느낌이에요. 단 이게 첫권이라 그런지 큰 이야기는 딱히 없고 캐릭터 소개와 세계관 소개를 하고있다는 느낌이에요..
부디 이 책이 대박나서 후속작이 순풍순풍 나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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