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영약사 금오
작가 : 천운필
출판사 : 대명종
문피아에 가입한 이후 처음 쓰는 감상입니다. 부족하더라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최근에 만화가 황성의 영약사를 읽게 되었습니다. 소재가 다른 무협과 달리 특이하고
재미있었죠. 그래서, 검색해 보니까 소설 영약사 금오와 같은 내용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죠. 아마 황성 무협에서 소설의 판권을 사서 만든 모양입니다.
만화에서는 주인공이 청풍인데 반해 소설에서는 금오라고 합니다. 그 외에 등장인물,스토리는 거의 유사합니다.
흔히 보는 무협처럼 주인공 금오가 무공의 고수가 되어 무림에 정의와 평화를 세우면서 해피엔딩을 맺는 것 비슷합니다. 그런데, 초반부는 매우 특이하죠. 그래서, 여기다 리뷰를 쓰게 되었습니다.
편의상 아래부터 평어체를 쓰겠습니다.
20세의 한의사 금오는 신비한 의술로서 명성을 얻고 있었다. 무례하고 자유분방한 언행으로 사람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지만 실제로 매우 선하고 정의감, 지혜로운 인물이었다.
어느날, 무림의 황제인 팔극천 교주 야륜제가 금오 앞에 나타나서 구음절맥이란 불치병으로 죽음을 앞둔 무남독녀 외동딸 야다약의 치료를 부탁한다.
금오는 야다약의 치료를 위해서 남녀합일대법(설명하긴 뭐시기하니 직접 보시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야다약에게는 이미 돌탄이라는 사랑하는 정혼자가 있었다. 야다약은 자신의 정절을 금오에게 바쳐야 한다는 사실에 고민했지만 결국 생존을 위해서 금오와 인연을 맺게 된다.
하잘것없는 의생에게 딸을 21일간 내줘야 하는 무림의 황제 야룬제에게 금오는 1년간의 생명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한다. 미래에 무림의 여제가 될 야다약의 순결을 하챦은 의생이 가져간다는 사실만으로도 금오의 목숨은 위태로왔다.
야다약은 미래의 무림여제답게 무림의 고수에다 냉정하고 영리했고..매우 아름답고 풍만한 절세미녀였다. 한마디로 가질 건 다 가진 여자였다.
야다약은 금오와 합방하면서도 마음 속으로 언제나 사랑하는 돌탄을 불렀지만, 점차 금오를 사랑하게 된다. 여기서 두 남녀의 불행한 운명이 시작된다.
금오도 아름다운 야다약에게 잠시 마음을 가졌으나, 그가 넘보기에 너무 위험한 상대였다. 그래서, 치료가 끝나는 데로 떠나려고 한다.
금오의 괴이망측한 치료법으로 구음절맥을 치유한 야다약은 정혼자 돌탄과 재회하면서 새로운 행복한 미래를 꿈꾸지만..이내 금오의 환상에 시달리고 결국 자객들을 보내 살해하려고 한다. 그러나, 금오에 대한 감정을 감추지 못해서 직접 그를 추격하기 시작한다.
금오는 추격해 온 야다약의 사랑을 완강히 거절했다. 금오는 야다약과의 금지된 사랑은 둘의 파멸을 가져올 뿐이란 사실을 잘 알았기 때문
거절당한 야다약의 사랑은 격렬한 증오로 변했고..이후 계속 금오의 목숨을 노리게 된다.
작품의 시작은 이렇게 금오와 야다약의 불행하고 비극적인 인연에서 출발하는 점이 다른 작품과 다른 매력입니다. 무협지라고 보기에 너무 많은 여성들과의 사랑, 인연이 나옵니다. 초반에 금오와 야다약의 므훗한 대목이 가장 재밌었죠. ㅎㅎㅎ
특히 금오에 대한 증오와 경멸이 점차 금지된 사랑으로 변하는 야다약의 심리 묘사가 재밌죠. 작품 전체적으로 심리와 행동 묘사가 재밌습니다.
금오와 야다약의 불행한 인연에서 모든 사건들이 발생하는데...특이하게 금오는 야다약과 백능하를 제외한 모든 여성들과 좋은 인연을 맺게 됩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작가가 새로운 사건과 인물의 창조를 재밌게 하지만, 전체적인 스토리의 완성도와 치밀함, 복선에서 매끄럽지 못합니다.
초반에는 재미와 기발함이 보이지만 중반부터 웬지.. 지루하죠!
금오의 첫번째 연인이라고 할 수 있는 야다약의 심리와 행동 묘사에서 독자의 이해와 공감을 자아내지 못하죠. 처음에 야다약이 금오를 사랑하게 되는 대목이 나오는데, 점차 그녀가 왜 금오에게 증오심을 갖고 살의를 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죠.
반면 금오의 다른 여인들의 심리와 행동은 아주 잘 묘사되었죠.
혈옥, 영영, 백능하, 은설 등이 금오를 사랑하게 된 배경에 대해 자세히 나온 반면 모든 사건의 근본이 되는 야다약에 대한 비중이 낮아서 재미를 반감시키죠.
그 점에서 원작소설보다 만화가 더 잘 나옵니다. 상대적으로 소설은 인물의 심리와 행동에 대한 묘사가 충분하지 않은 반면, 만화는 그림을 통해서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냅니다. 만화 속에서 야다약은 가장 빼어난 미모와 몸매의 소유자로 나오죠.
한마디로 작품의 사실상 히로인이 될 자격이 있음에도 금오에 대한 증오와 살의 때문에 악녀로 전락되었죠. 만화를 보면...야다약이 금오를 증오하는 이유에 대해 소설보다 더 잘 나옵니다.
야다약과 비슷한 인연의 인물인 백능하를 보면 더 명확해지죠. 백능비는 금오를 사랑했지만
거절당하자, 결국 그의 목숨을 구하려고 생명을 스스로 버립니다.
저는 백능하를 보면서, 야다약의 증오가 이해되더군요. 금오에게 순결을 바치고, 새로운 삶을 얻었던 야다약은 금오를 깊이 사랑하게 된 거죠. 물론 외면적으로 정혼자인 돌탄을 사랑했지만, 내면 깊숙이 금오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감추었죠.
그러나, 금오가 그녀의 사랑을 거부하자 결국 증오심을 품고 끝까지 금오를 죽이려는 악녀로 변합니다.
금오는 방랑시인의 재능을 발휘해서 자신과 야다약의 사랑은 금지된 운명이라고 노래하지만 야다약은 격분해서 금오를 죽이려 하죠. 금오, 너가 나의 사랑을 거절하면 죽이겠다!
그녀의 편집적이고, 집착하는 증오의 원인이 바로 금오에 대한 열렬한 사랑, 그리움 때문이란 결론이 나왔죠. 결국 사랑하니까 증오하는 거죠!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마음 속에서 끝없이 고뇌하던 야다약은 금오를 제거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금오가 세상에서 사라져야만 내가 행복할 수 있다는..구절이 반증하죠. 금오에게 거절당한 사랑으로 괴로워하던 야다약이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은 파멸적인 결말을 맞습니다.
금오는 야다약과 돌탄의 결혼은 당연하다고 믿어서, 그냥 야다약을 떠났지만 야다약은
언제나 금오를 마음 속에 두었다는 사실
여자의 마음은 정말 모르겠군요! 야다약은 사실 세상 모든 것을 다 갖춘 여성이었죠.
절세 미모, 풍만한 몸매, 영리함, 부와 권력, 무공... 순결을 잃은 그녀를 영원히 사랑하는 영웅 돌탄까지 있었죠. 그냥 가만히 앉아 있으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소유할 수 있었던 그녀가 결국 금오에 대한 애증으로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 장면은 다른 작품과 다른 매력을 줍니다.
처음에 그저 악녀로만 보이던 야다약이 실제로 사랑을 거부당한 비운의 여성이란 설정이 유달리 특이합니다. 소설보다 만화에 그 점이 잘 나오죠.
금오에게 맞고 쓰러진 그녀는 얼굴에 묘한 웃음과 편안한 표정을 짓습니다. 마치 금오의 손에 죽고 싶다는 심리를 드러낸 듯 했죠.
야다약이 비극적 죽음을 맞은 뒤...그녀의 시신은 금오와 첫인연을 맺었던 동굴의 입구곁에 매장되고, 돌탄이 그녀의 무덤 곁에 집을 짓고 살죠.
단순한 돌탄은 끝내 그녀가 금오에게 남몰래 품었던 사랑을 알지 못했죠.
흥을 깨는 소리 같지만, 작품의 결말은 그리 멋지지 못합니다.
작품의 창의성과 잔재미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반전과 복선의 연결이 매끄럽지 않아요! 가장 중요한 전체적인 플롯과 개연성, 공감대가 약하죠!
제 관점에서 금오와 야다약의 불행한 인연이 좀더 비중과 무게를 지녔으면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작품의 모든 근원이 되는 금오와 야다약의 존재와 개성이 약했던 거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명작이라 보긴 그렇지만, 서로 어쩔 수없는 불운한 운명 속에서 첫인연을 맺게 되는 두 남녀라는 설정은 남다른 재미와 감동을 주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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