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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1 인위
작성
04.06.29 16:45
조회
1,219

그림자 무사 - 작가본색

“아! 이건 무엇인가!”

무엇이긴 무엇인가? 별도의 그림자 무사다. 하지만 저 탄성은 실제로 내 입에서 나왔다.

막 들어온 별도작가의 신간은 내가 은행에서 돈 싸들고 바리바리 서점으로 뛰어가게 만들

정도로 포스가 대단했다. 이미 전작들에서의 탄성이 크나컸고, 그 명성이 휘날렸다.

“별도작가로 말하자면 이전 종횡무진부터 시작하여 천하...”

아 죄송하다. 항상 별도작가 이야기만 나오면 그의 전작에 대한 설명과 감탄이 개구리 내장

꺼내듯 주리주리 연결되어 나온다. 거의 관용어구 수준이다. 이젠 모르는 사람도 없을 거다.

손이 간질거리는 걸 간신히 참아내었으니 이는 일단 접어두겠다.

  그래, 그림자무사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하자.

이는 드디어 별도식의 무협이 구축되었다는 찬사를 듣는 소설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따로

논다. 내가 보는 그림자무사는 작가의 화려한 외출이다. 외도다. 마치 봄날 가볍게 소풍가는

기분으로 작가가 나선 거다.

이를테면,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손바닥에 주먹을 내리치며)

별도: “아~ 이 소재 괜찮은 걸. 한번 파바박 써 나가볼까!”

뭐 이런 거다.

투로와 칠독마가 지지부진하여 한 땐 안쓰럽기도 하였지만, 투로는 완결되고 칠독마 4권은

이미 반은 써놓은 상태라니 이젠 작가가 한 숨 돌렸을 거다. 전작들에 비하면 소재가 흥겨

워 날아갈 듯 읽히는 그림자무사. 작가도 날아갈 듯 써가지 않았을까?

소설 쓰다가 매너리즘에 빠지면 은근히 새 소설에 대한 구상을 시작한다지만 너무도 절묘

하게 독자의 입맛을 짚었다. 작가는 이미 전작들을 지나오면서 뇌에 탄탄한 근육을 갖췄다.

기본 또한 완벽하다. 이번에 작정한 듯 중장비 내려놓고 가볍게 뛰어가는데, 언뜻 실없어

보이는듯하지만 파고들어보면 의외로 단단하다.

  그림자무사는 거리의 한 부랑배가 남궁세가 소가주의 대역이 되며 겪는 신분상승기...를

위장한, 호랑이 소굴에 빠진 약삭빠른 토끼의 생존기다. 언뜻 왕자와 거지를 떠올리는 분이

많지만, 왕자는 키스를 받아도 깨어날 지 알 수 없는 생사지경이고 거지 또한 이미 속이 튼

실하니 저 홀로 잘 살아갈 수 있는 잘난 녀석이다.

독자는 처음에는 마치 로또 당첨 후 새 세상이 열린 즐거움을 맛볼 듯 상상하지만, 작가는

이미 딴 맘을 품고 있다. 은근히 다른 맛을 내기 위해 끊임없이 달린다.

현당에게 위기를 주고, 또한 현실에 안주할 수 없게 만든다.

신인작가 같으면 잠시 스토리를 멈추고 첫 소재의 단물을 빨아먹고 있을 시기에 별도작가

는 오히려 속도를 내니 어리둥절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래서 과연 별도작가다!

  여기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 멋진 남자와 멋진 여자의 사랑 이야기. 배경에 꽃이 화사하

게 피어오르고, 이어질 듯 이어지지 않을 듯 독자의 가슴을 애절하게 하는 슬픈 사랑.

그런데!!!

남궁나라 왕자와 혼약을 맹세한 이웃나라 공주 모용미는, 아앗 하는 순간 작가의 과속에 치

어 죽는다. 이거 분명 코앞에서 엑셀을 밟았다.

정말 어디로 튈지 모르게 한 순간 한 순간 유쾌히 숨 가쁘지 않은가!

(무슨 이야기인지는 소설을 읽으면 안다.)

‘그래, 역시 이건 외도야.’

하지만 처음에 했던 이 말, 수정해야 될지도 모른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어쩌면 이게 별도

작가의 본색(本色)인 듯싶다. 1권 초, 모기의 암습에 위트를 느낀 많은 이들이 2권말에선

뒤통수를 얻어맞았다. 설마 설마하며 소설 전체의 풍에 적응이 늦었던 많은 사람들은 현재

단기기억상실증을 호소하고 있으니 자연스레 눈이 가늘어진다.

  공기 중에 떠도는 부후균(일종의 버섯균)이 나무에 정착되어 여러 가지 조건이 잘 맞을

때 나무의 영양분을 빼앗아먹으며 번식을 하게 된다. 이것을 부후라 하는데 흔히 이야기 하

는 나무가 썩는다는 현상인 것이다. 내가 생각할 때 현당은 부후균이다.

거대한 남궁세가라도 현당을 무시하다간 정말 큰 코 다칠 거다. 아니, 이미 당하고 있는 지

도 모른다. 내부에 현당균을 품고 있으니까! 부후는 부패와 달리 진행되는 동안 악취가 나지

앉는다. 실수란 걸 알아챘을 땐 이미 늦은 건 당연지사.

7월 초에 그림자무사 3권이 나온다. 과연 3권에선 어느 방향으로 튈 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현당은 대단한 녀석이라는 것. 독자는 입 딱 벌리고 지켜보면 된다.

그런데 어쩌면... 작가가 현당일련지도 모르지. 그림자무사를 손에 든 독자는 이미 당하고 있는지도.


Comment ' 5

  • 작성자
    용호공자
    작성일
    04.06.29 16:58
    No. 1

    2권 마지막에 있는 단어..
    흐음..
    그거 보고 갑자기 보기 싫어 졌다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3권부터 잘 안팔릴것 같다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용마
    작성일
    04.06.29 17:50
    No. 2

    인위인위님 잘감상했어요~ 대단하시네요^^ㅋㅋ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돈오공
    작성일
    04.06.29 17:59
    No. 3

    둔저님도 GG~ 를 선언한 지금, 인위인위님의 질주를 막을 자는 누구던가?
    내가 한 번 초나 칠까?
    선정적인 제목으로 비뢰도를 쓰윽 한 번 올리면......^^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Personacon 검우(劒友)
    작성일
    04.06.29 19:17
    No. 4

    용호공자님.. 칭찬은 못할 망정.. 잘 안 팔릴 것 같다니요.. 좀 말이 심하시군요.ㅡㅡ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4 벽암
    작성일
    04.06.29 19:45
    No. 5

    원래 용호공자 저사람이 조금 이상해요
    무시하고있습지요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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