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란 몽여지)추어탕전, 웃음보따리.
임춘이란 사람이 있다. 대단히 불쌍한 사람이다. 관직에 입신을 표방하였으나 여러 번 낙
방한 데에다 정중부의 난으로 공음전은커녕 재산마저 빼앗기고 피신한 기구한 운명이다.
그런 그가 최초의 가전체 소설을 적었으니 국순전이라 한다.
손뼉치고 딱 보면 국순당 백세주가 떠오른다. 그래, 술이다. 술을 사람처럼 의인화한 소설.
조그만 생물이나 사물들이 사람처럼 이야기하니 그 모습이 귀엽고 구수하다. 또 은근히 세
상을 단순화시켜 질타하니 이해도 쉽고 통쾌해 웃음이 나온다.
자연란 몽여지 작가의 추어탕전은, 이러한 가전체를 기반으로 세 걸음 전진한 작품이다.
가전체 문학은 창의성이 상당히 가미된 허구적 작품들로 소설 문학에 한 단계 접근하긴 하
였으되 아직 소설의 틀은 갖추지 못했다.
하지만 몽여지작가는 2004년에 산다. 그가 우리에게 보이는 건 완벽한 무협소설이다.
그가 추어탕 전에서 가전체적 설정을 택한 이유에 대해선 탐구할 필요가(-) 없다.
가전체의 향기가 느껴질 뿐 계보를 이으려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읽고 나서 모두가 느끼게 되는 것은, 인간군상이 물고기에 대입되면 이해가 쉽다는 것과,
서장(序章)이 오히려 현실을 동화처럼 만드는 묘한 작용을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서장의 구수한 미꾸라지 생태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사탕에 홀려 경청하는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다. 어찌 알랴? 서장을 읽는 순간 이미 추어탕전에 입문할 기초가 닦임을 말이다.
이미 그대의 머릿속엔 주인공의 성격이 깊게 인식되었고, 가스레인지에 불 들어간다.
대화산파 전경이 펼쳐지면, 그 안에 누가 미꾸라지인지 두리번두리번할 필요도 없다.
추리할 것도 없이 미꾸라지가 꼬리를 흔들고 지나간다.
눈에 이채(異彩)가 띄는 건, 작가는 상황을 장난스럽게 표현하는 데 반해 그 안에 사는 물고기
들은 더없이 진지하다는 것이다. 내심 눈을 아래로 두고 그 진지(眞摯)를 비웃다보면 어느덧
입 꼬리가 귀에 붙어간다. 어이쿠, 이거 정말 멋지다.
멋진 건 그것뿐이 아니다. 추어탕전이란 제목에서부터 실실 웃음이 나오니 문제다.
어떤 준엄한 인물이 그 안에 등장하든 우리는 그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그 또한 물고기에 불과하다! 독자를 명쾌히 이해시킬 도구는 이제 생물도감에 있다.
그래, 더없이 현실감 있는 동화를 읽는 것 같다. 해리포터? 흥! 미꾸라지의 마술이 간다.
역 의인화라도 당한 듯 묘한 느낌이 경계심마저 흩으니, 홀리는 건 서장(序章)부터다.
직장에서 모니터 바라보던 사람이여, 사람 실없어 지는 건 시간문제다.
추어탕전은 근엄한 사람을 저격하고 있다. 당신도 예외가 아니다.
인물 소개가 지루하게 좌르륵 나온다 싶으면 어느덧 먼 산을 바라보는 게 우리 뇌님이다.
하지만 대화산파의 일장로부터 팔장로까지 쫘르르 연속해 훑어나가는 것이 정녕 지루하지
않음을 믿을 수 있는가? 그 설명조차 웃음 ‘꺼리’가 된다. 이거 시작부터 위기를 세워 극적
구성을 강조하는 것만 해도 눈이 흡착되는데 작가 필체까지 묘하게 섬세하니 오늘 저녁 메
뉴가 정해졌다. 그 난무하는 욕마저 향기가 날 정도이니 어디 냄새 좀 맡아보자.
추어탕전이다. 자연란이다.
슬픈 것은 이에 눈독들인 것이 내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오, 이미 선각자들이 1200명이나
존재한다는 것이다. 작가 신인이 아니다. 여러분도 나와 함께 Hit 숫자에 동참하자.
내 판단에 작가 이미 어디출판사가 채간 듯하다.
※ 아, 정말 출판사와 계약 한 작품이네요. 한 두달정도 연재 중단한다 하니
2권까지 다 쓰고나서 바로 출판할 예정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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